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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May 21. 2023

그래서 이직하면 행복해?

이직하면 이 불행이 끝나는지 궁금해

나도 이제 어엿한 만 3년 차. 업무 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고 옆 팀에 업무까지 빼앗기며 커리어가 쪼그라들고 있었다. '이대로 보기만 하면 절대로 여기 못 뜬다'는 생각으로 이직에 열을 올리던 때. 그래서 주변에 이직한 동료나 친구들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게 있었다.



그래서 이직하니까 어때? 행복해?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났으니 거기선 조금 더 행복한지, 만족하며 일하는지 궁금했다. 그때의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당시 회사에 불만이 많아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직하면 이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알고 싶었다. 이직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도피성 이직은 절대 경계했기에 무조건 ‘행복하다’는 답을 기대하고 묻는 건 아니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러나 경험해보고 싶은 세상을 그렇게라도 간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 지금보다 더 나은 업무 환경이 어딘가에는 있으리라는 걸 그들이 증명해 주길 바랐다.




그렇게 밖만 두리번거리며 부러워하던 나도 긴 시간의 인내 끝에 이직을 해냈다. 그토록 원하던 이벤트를 성공시킨 지금의 나는 어떨까? 행복할까?


사실 행복보다는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여기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걱정이 더 커 당황스러웠다. 다만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지는 않으려 애쓰는 중이랄까. 이 불안감은 새 출발을 앞둔 이에게 자연스러운 동반자일 테니까. 그래도 하나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건 후회는 없다는 거다. 솔직히 내 이직은 도피성도 있었지만 그래도 더 나은 것을 향한 ‘선택’의 지분이 더 많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원하던 것들을 얻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정확히 이직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 새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였다.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순간이라고 하지 않나. 합격 후 2주 간은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출근 전과 퇴근 후, 졸린 눈 비비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이곳저곳 지원하고 짬짬이 면접을 치르며 마음 졸이던 날들이 결실을 맺던 순간이었으니, 그때는 참 사무치게 행복했다. 하지만 막상 새 일터에 나가 보니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곳도 결국 회사다.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 회사.




그래서인지 행복보다는 이직 후의 만족감에 대해서 더 얘기하고 싶다. 새로운 곳에서 일도 어느 정도 해보니 만족감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더 들어서다. 일의 만족도에는 회사의 환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할 때의 내 태도였다. 같은 환경이어도 이 일을 어떤 자세로 대할지, 매일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혹은 ‘오늘은 언제 퇴근하나, 주말은 언제 오나’ 기다리기만 하다 하루, 일주일을 보낼 것일지는 천지차이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을 하면 할 수록 이직 후의 만족감은 어느 정도 내게 달려있는 것 같았다. 밖에서 볼 땐 한없이 낙원으로만 보이던 곳에도 단점은 있었고 힘든 날이면 고단함의 렌즈에 가려 단점이 평소보다 더 커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여기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며 일을 하니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내 일 아닌데..'라며 툴툴대던 업무도 내가 먼저 가져와 하기 시작하니 성취감과 배움은 덤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주변에 묻기만 하던 그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행복은 잘 모르겠어. 그건 있다 없다 하니까. 근데 만족하냐고 물으면 맞아. 근데, 이 만족감도 내가 없애려면 충분히 없앨 수 있는 것 같아. 만족감을 계속 갖고 싶으면 나도 노력해야겠더라고. 내가 있는 곳이 낙원일지 지옥일지 결정하는 건 결국 내 태도인 것 같아서. 이왕이면 지금 있는 이곳을 예쁘게 바라보고 싶어. 그래서 매일 마음을 점검하려고 노력해. 이 불만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건가? 아니면 현실의 문제인가? 그럼 생각보다 쉽게 문제가 해결되고 만족도도 올라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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