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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Nov 09. 2023

[한 줌 수필] 추억은 힘이 없다

한 줌의 사진과 글로 만들어진 감성 에세이


아주 오래된 인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떠났다. 

가족이 아닌 이상 사람들의 관계는 대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었는데

친밀하고 가까웠던 인연이라 그 거리감이라는 것조차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러다 언제인가부터 그 사람의 말이 조금씩 짧아지고 차가워지는 순간들이 흰머리처럼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덤덤한 성격이라 믿었던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아주 선명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멀어지는 거냐고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냐고 되물어 볼 수는 없었다.

사람의 인연은 누군가의 잘못으로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렇게 조금씩 인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통이 떠나질 않았던 오늘, 비가 오기 전에 진통제를 먹고 오랜만에 동네 작은 산에 올랐다.

무심코 걸으면서 나는 그 오래된 인연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많은 추억들이 낙엽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오랜 추억들은 내게 아무런 힘이 되지 않았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인 것 같다.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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