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No.2 - Trap
2011년부터 약 7년간 셀트리온이라는 회사에 재직하였다.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인데 거기서 QC, 품질 관리팀에서 일을 하였고 작지 않은 회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직원이 상당히 많았다. 그중에 기억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사람을 특정할 수 없게 무하마드라고 지칭하겠다)
무하마드는 나와 크지 않은 터울을 두고 입사했다. 무하마드는 입사 초창기(21살 혹은 22살)에 '개념 없고 생각 없는 어린애가 하나 들어왔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다시 말해 작은 회사가 아니었고 그 나이 때에 입사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기에 "어린 여자애"에의 프레임을 무하마드에게 씌운 건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었기에 지나가면서 보는 무하마드는 좀 독특한 사람이었고 나중에 나의 사무실로 옮기면서 이 친구에게 씌워진 프레임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프레임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욕을 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회사와 팀으로 엮여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큰 관심이 없으며 동료로서 최소한 관심 갖는 척은 하지만 이해를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당연히 친밀도가 쌓인 관계에는 다를 수도 있다)
무하마드의 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사람들은 무하마드를 그리고 같은 사무실을 공유하는 옆팀 사람인 무하마드의 입사동기 존 미첼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존 미첼역시 이 사람을 특정할 수 없도록 개명을 하였다. 그리고 이름도 까먹었다)
그 둘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있었다.
실제로 세상은(여기선 회사에서) 그들에게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본인들의 잘못 또는 본인들이 저지른 사회 통념상 개념 밖의 행동들을 고려하지 않고 세상이 본인에게 괜한 시비를 건다고 생각을 하였다.
무한도전에 럭키가이로 나온 노홍철과 달리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근면 성실하고 언젠간 올 기회를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데 그 운 또는 때라는 게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더라.
몇 다리 건너에 있는 분의 이야기이지만, 이 정도 열심히 살면 좀 풀릴 법도 한데,,
진짜 세상은 이 사람에게 왜 그런 거지.. 왜 이 사람에게 그렇게도 가혹한 건지 싶었다.
하기에는 Trap의 가사와 이 곡을 설계할 때 썼던 시놉이다.
Trap
이것이 덫으로 나를 쳐서
세상이 거꾸로 보이네
이것은 분명히 나를 알고
날 멕인줄 알았는데
뒤집어진 세상은 날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구요
숨은 점점 더 가빠지구요
눈앞이 아찔하네
저 앞에 누군가 다가오네
희망이 눈앞에 있네
하지만 분노에 찬 그는 내게
욕을 하고 사라지네
뒤집어진 세상은 날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구요
방향을 잃은 분노만 남아
나에게 쏘아대네
Why me? What did i wrong?
살아있는 것 만으로 힘든데
세상은 내게 왜 이래
정말 내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내게 왜 이래
한 사람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길을 걷는데 갑자기 올가미 덫에 걸렸다.
덫은 사람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거꾸로 된 세상은 나를 놓아주지 않고 발버둥을 칠수록 덫은 더욱 옥죄여온다.
숨은 점점 가빠온다, 얼굴이 빨개지고.
저 멀리 누군가가 다가온다. 살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다가와 욕을 하고 떠나는 사람.
그는 트랩을 설치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은 그에게 한 마디 씩 욕을 했고
여기에 잘못한 건 뒤집어진 사람이었다.
필자는 운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정확히는 운 보단 요행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내가 노력한 부분에 있어서는 그만큼의 피드백을 받는 편이기에 운이 안 좋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이 곡을 쓰고 부를 때 이런 감정선을 표현하고 싶었다. 크게 느껴본 적이 없는(생각해보니 럭키가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라 이입하기가 수월하진 않았다.
전반적인 녹음 과정은 생각보단 수월하였다.
이 곡에서는 건반 악기를 좀 사용하고 싶었다. 괴이한 상황에 따라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이 필요했기에 업라이트 피아노는 타건에 다이나믹을 조금 주고 올겐은 기타로 이펙터 Mel 9의 올겐 톤 사용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그 외에 악기적 요소로 재미있는 이스터 에그들이 있으니 상상하며 들어도 좋을 것 같다)
관건은 보컬이었다. 극적인 표현을 하고 싶었기에 평소 해보지 않은 발성과 보이스 톤을 많이 사용하였다. 억울한 목소리와 목 졸리는 소리(실제로 목을 조르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역정을 내는듯한 톤과 발성은 이 곡에 들어있는 다양한 레이어의 감정선을 표현하려 노력하였다.
막무가내로 억울해 본 경험은 없지만 필요한 만큼의 표현은 나타난 것 같다.
이 글을 쓰며 필자 본인이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알았다.
다행히 객관화도 어느 정도는 되기에 잘 있는 세상한테 "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같은 발언 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다행인 것 같다.
어쩌면 이 앨범 역시도 단순 즐거움을 위한 작업이 아닌 자아성찰의 한 단계로 작용하는 것 같아 한층 더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