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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제 Oct 12. 2020

파제 아카이브 인터뷰 - 장수현 편

April fools' day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을 알게 된 건 단편선과 선원들을 통해서였다.

너무나도 놀라운 연주를 보여주는 그에게 순식간에 매료되어 바로 다른 활동도 찾아보았다. 

그렇게 알게 된 살롱 드 오수경에서의 연주. 

세밀한 감정선의 표현과 정열적인 연주 등 매 순간이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후 함께 연주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작년에 EP 앨범 [춘하추동]의 준비 중, 입동의 연주를 제안했고 그가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필자는 스스로 밝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밝음’과는 별개로 마이너 풍의 음악을 즐겨 만든다.

마찬가지로 장수현도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면서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멋있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기에,

우리 같은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아예 마이너풍의 격정적인 탱고를 만들어 보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이 곡의 제목은 ‘April fools’ day’, 만우절이다.

만우절의 재미를 보이고 싶었고 장수현의 생일 또한 4월 1일이기에 아주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다.

장수현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인터뷰는 장수현이 유학 중이라 서면으로 진행하였다) 

 



  

준성 -

안녕하세요!

노르웨이는 잘 도착하셨나요?

 

장수현 -

안녕하세요. 네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준성 -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본인의 관한 곡에 본인이 연주자로 참여한 케이스예요~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곡은 어떠신지요~(웃음)

 

장수현 -

저는 처음에 파제님이 절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고 해서 무척 감동받았어요.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동적인 일인 것 같아요. 감동받은 만큼 열심히 연주해보겠습니다. (하하)

 


준성 -

이번 곡의 제목인 April fools’ day인 4월 1일은 만우절이자 수현님의 생일이기도 하잖아요.

기억나는 생일이 혹은 만우절이 있나요?

 

장수현 – 

음… 저에게는 매년 생일이 감사한 날인 것 같아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조용히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웃음) 항상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더라구요.

 


준성 -

만우절에 생일이라고 하면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요.

제가 어릴 적 친구한테 그랬었는데… (미안하다 친구야..)

 

저는 교실 문에다 칠판지우개 걸쳐두는 장난이 너무 싫었어요.

누가 당하던.. 교복이 하얗게 되는 게 보기 안 좋고 분필가루가 날리는 게 싫었어요.

생각해보면 전 재미없는 학생이었던 것 같네요.

 

장수현 –

 ㅋㅋㅋ 맞아요. 요즘 만우절 이벤트는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녔을 때는 교복 거꾸로 입기, 책상 반대로 두기, 책상 운동장에 두기 등등 재밌는 이벤트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생일이 이렇다 보니 서프라이즈를 많이 당했는데, 친구들이 하루 종일 괴롭히다 갑자기 생일 축하를 해줘서 놀라서 울었던 적이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초등학생 때는 생일파티 초대가 거짓말인 줄 알고 거의 안 온 적도 있구요.. 기본 놀림 베이스인 것 같아요…

 

 

준성 -

만우절의 장난은 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기분이 다를 수 있잖아요.

이 곡도 약간 비슷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적 만우절의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밝고 신나는 곡은 아니다 같은.

 

그렇기에 수현님의 연주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어요.

 

수현님은 정말 유쾌하고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이면서 마이너하고 격정적인 연주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분이에요.

그렇기에 장수현이 연주할 때 몰입하는 모습은 엄청나게 멋있습니다.

마치 다른 면을 보는 듯 하달 까요?

 

장수현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파제님과 친해지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낸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무대공포증이 있다 보니까, 무대 위에서 더 악기나 연주에 몰입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즉흥을 베이스로 두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지 않으면 전 너무 떨려서 연주는커녕 무대에 잘 서지도 못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도 바이올린으로 제 얘기를 할 때 가장 자유함을 느낍니다.

 

 

준성 -

작년에 수현님의 앨범 Inscape가 발매되었죠.

굉장히 좋아하는 음반이에요. 친구로서 하는 말이 아닌.

그중 Both side, 양면이란 곡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수현의 여러 가지 ‘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곡, 앨범이었어요.

 

이 앨범에 담긴 철학적인 의미가 있나요?

 

장수현 – 

감사합니다. 파제님도 공감하실 것 같은데,, 때로는 제가 의미나 여백을 완전히 의도하고 채우지 않아도, 

음악으로써 솔직하게 나아간다면, 그 의미나 여백을 청중 분들이 채워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참 재밌고, 즐겁고, 저만의 또 다른 의미와 동기를 느낍니다.


일단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는데(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1집 앨범에 지금까지의 저의 삶에 대한 본질, 제가 생각한 것들을 담고 싶었고, 

아무래도 첫 자가 앨범이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힘이 잔뜩 들어간 것 같아요.(웃음) 

양면 이란 곡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양면성을 띄고 있는 것 같아 사색하다가 쓰게 된 곡입니다.

 

 

준성 -

사실 이 질문지에 음악 관련해서 썼다 지운 질문이 있어요.

저에게 “왜 그리 우울한 음악을 많이 만드냐”는 이야기에 대해

김이 샌다, 수현님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본 적이 있냐는 푸념이 섞인 질문이었는데,

갑자기 Inscape의 The Air가 떠올랐어요.

이 곡에서 던진 메시지인 “모두의 마음에 들 필요 없다”가 생각나서 질문을 지워버렸어요.

이 문구가 수현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장수현 – 

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각자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친구들, 일하는 동료들, 상사, 저희 같은 경우는 대중들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앨범을 구상하고 곡을 쓸 때, 과연 이 앨범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저를 따라다녔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그것을 내려놓고 지워버리고 싶었어요. 특히나 이 곡의 첫 시초는 현대무용가 서일영씨와의 합작을 위하여 만들었었는데, 그 친구와도 이런 부분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주에서 부유하는 상상을 하며 자유롭게 연주했고, 사운드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워진 질문에 대한 답은, 저도 가끔 듣는 이야기지만 우울한 음악이란 주관적인 생각이라서 다른 누군가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생각과 취향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준성 -

frustra laborat qui omnibus placere studet

 

The Air를 들었을 때 너무 멋있었어요.

뒤에 깔린 소리도 모스부호인가 싶어서 손으로 신호를 써가면서

무슨 뜻인지 찾아보기도 했어요.

앨범 소개글에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장수현 – 

와.. 맞아요! 원래는 앨범 소개글에 넣지 않고, 아주 드물게 누군가가 그렇게 찾아서 의미를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파제님이 해주셨군요!!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 



 

준성 -

혹시 한국은 언제 들어오시나요? 간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ㅎㅎ

단편선이랑 같이 술 먹기로 한 게 일 년이 넘은 듯한데…

이게 다 제 잘못입니다… 왜 이리 바쁜 척을 했는지..

 

장수현 – 

하하 우리 모두 다 바쁜 척을 했지요… 단편선씨는 출국 전에 통화했습니다. 

한국은 방학 때라도 일이 생기거나 들어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들어갈 예정입니다.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않지만, 언젠가 나아지면 장소에 대해서는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준성 -

항상 즐거운 연주생활 하시길 바라구요,

타지에서도 건강 관리 잘하시길 바랄게요!

앞으로도 좋은 연주 함께 하며 보내고 싶네요!

 

장수현 –

감사합니다! 저는 2집도 구상하고, 노르웨이에서 한국인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유튜브에 종종 업로드할 생각이니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파제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음악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내고 장수현이 유튜브에 올린 네덜란드 일상 V-log를 보았다.

영상에서 본 네덜란드의 풍경과 그가 깔아놓은 BGM은 심신이 지쳐있는 내게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었다.

새삼 이런 뮤지션이 곁에서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노르웨이에 가서도 건강히 좋은 음악을 하며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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