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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성 Mar 28. 2019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9

009. FLOWER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9. FLOWER



01. 네일샵

02. 네일아트

03. 가족같은 분위기

04. 내 가게

05. 인간관계

06. 새로운 것

07. 타인의 시선

08. 그 사람을 떠올리면

09. 타투 지우기

10. 하고싶은건 해야겠어요

11. INNERVIEW






01. 네일샵


요즘은 일에 완전히 꽂혀있어요. 네일을 하는데 샵을 차린지 얼마 안됐거든요.

스물다섯 9월부터 지금까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었어요. 그러다보니 모든 초점이 다 일에 가있어서 딱 일요일에만 쉬고 다른 휴일에는 한 번도 쉰적이 없지만 일을 하는게 제일 재밌어요.

중학교 때부터 네일을 시작해서 성인이 되고나서도 낮엔 일하고 저녁엔 대학을 다니면서 과도 그쪽으로 가고 6년정도 경력을 쌓고 의정부에 샵을 차렸어요. 압구정에서 조금 오래 일했었는데 그 때 저한테 받으셨던 분들중에 아직도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단골도 조금 있는것 같아요.




02. 네일아트


원래는 어렸을 때부터 ‘난 미용사 할거야’ 라는 생각이 꾸준히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너 진짜 생각 있으면 학원 보내줄테니까 가봐라”해서 학원에 갔는데 필기시험에 기생충도 나오고 병도 나오고 벌금도 나오고. 그런게 나오니까 이해가 하나도 안가서 공부를 되게 오래했어요. 한 2년 했나? 그러다가 결국 붙었는데 서서 일 하는게 저랑 너무 안맞는거에요. 근데 마침 학원에서 네일 아트를 추천해줘서 해봤는데 저랑 잘 맞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쭉 이어왔던 것 같아요. 학생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네일아트 자격증만 따고 대회를 많이 나갔어요.




03. 가족같은 분위기


-중간에 다른걸 해보고싶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스물두살까지 그런 생각은 없었던거같아요. 근데 압구정에서 일 했을 때 너무 힘들게 해서요. 그 네일샵이 언니, 동생이 같이 하는 자매 샵이었는데 제가 언니랑은 성격이 진짜 잘 맞았는데 동생이랑은 너무 안맞았어요.

-이거 인터뷰 올라가도 되는거죠?(웃음)

둘 다 예민한 성격이라 힘들어 하는데 결국 저한테 그만두라고 얘기를 하는거에요. 제가 그 때도 단골이 많았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제가 계속 울고만 있으니까 사장님이 ‘너가 맡았던 손님들은 솔직히 나한테 도움이 안된다’는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3개월정도 일을 쉬고 다른걸 찾아보려고했는데 결국에는 할 수 있는게 네일이라서 동네 네일샵에 들어가서 다시 시작했어요.

동네에 있는 네일샵은 손님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거기 오시는 손님들은 저한테 많은걸 바라지 않고 오히려 해주면 “예쁘다”, “압구정에서 일 했었냐”면서 좋게 봐주셨어요. 근데 거기서도 사장님이랑 성격이 안맞는거에요. 저는 일을 할 때는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는 편인데 일과 별개로 너무 사적으로 의지하려고 하는게 힘들었어요. 일 끝나고 빨리 집에 가고싶은데 같이 가자고 하시고 제가 “다른 곳 들렀다가 갈게요” 하면 거기까지 따라오시고. 근데 압구정에서도 일했던 그 동생분도 그랬어요. 쉬는 날에도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갈래?”. 같이 일을 하면서 엄마보다 더 자주보는 사람들인데 제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적으로 다가오면 너무 힘들어요.

-아무리 친해도 일은 일인데, 가 족같은 분위기네요.




04. 내 가게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랑 마냥 언니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야 일할 때 더 편하고. 근데 그 분들은 서로 의지 한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 의지할거면 내가 샵을 차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아둔 돈이 많지는 않았는데 엄마한테 한번 ‘아 나도 꽤 오래 했는데 이제 다른 샵에서 일해도 월급은 여기서 더 이상 올라갈 것같진 않고 샵 차려볼까?’했더니, 저는 안그러는데 저희 엄마가 한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천하시는 분이거든요. 바로 다음날 전화를 하시더니 “여기 부동산에 가봐라”하시는거에요. 아직 그만두지도 않았는데.

일하던 샵에서는 퇴직금도 먼저 준다고 했는데 한,두 달정도 안주고 계속 시간이 지나서 거기서부터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신뢰할 수가 없구나’하는 마음이 굳어갔어요. 바로 부동산 알아봐서 갔는데 마침 저한테 잘 맞는 샵이 있는거에요. 월세도 괜찮고 안에 화장실도 있고 내가 꾸미기만하면 될 것 같아서 엄마한테 “엄마, 나 솔직히 말하면 여기는 내가 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하니까 제가 얼마를 얘기하면 돈은 빌려줄테니 꼬박꼬박만 갚으라고 하셔서 한 달만에 샵을 차렸어요.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갔던 것 같아요. 정말 일만 하고, 처음에는 저도 있는 돈 다 투자해서 머리 자를 돈도 없는거에요. 사고싶은거 하나도 못사고 놀지도 못하고 친구 만나는 것도 너무 부담되고. 손님도 없는데 ‘나 바빠서 이거 만들어놔야된다’ 이러면서 안나갔거든요.




05. 인간관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나 주변 사람한테는 피해를 보더라도 잘해주려고 하는 성격이에요. 근데 그래도 저한테 어느정도는 돌아와야되는데 안오니까 그게 어느순간 되게 질리더라고요. 누군가가 다가오면 ‘쟤가 지금 나한테 뭘 바라는게 있어서 다가오지않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러다가 제 샵을 차리고 나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제가 그전까지 너무 꼬아서 생각한거였어요. 그래서 그 때 부터는 누구든 우선 겪어보는거같아요. 어떤 사람이든지 겪어보고 나한테 너무 큰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은 그냥 곁에 두는거같아요 이제는.

-심적으로 좀 여유가 생기신것같아요.

처음에는 돈도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엄마한테 빌린 돈도 조금밖에 안남기도 했고 그러다보니까 또래보다 여유가 있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도 아직 부족한게 아직도 많다고 생각해서 계속 교육받으러 다니고 세미나를 듣고있어요. 친구를 만나더라도 우선 일을 하고서 짜투리 시간에 많이 만나려고해요.

뭔가 바쁘게 살아야 살고있는 것 같아요. 일을 안하면 자신감도 없고 되게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아요.




06. 새로운 것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어려움이 많아요. 복싱에 너무 관심이 있어서 해보고싶었는데 2년을 고민하다가 갔어요. 몇 달 하다가 무릎이 안좋아서 그만두긴 했지만(웃음). 지금은 미술을 배우고싶어서 공방을 다니거든요? 이것도 6개월을 얘기만 하다가 얼마전에 갔어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제 샵을 하면서 많이 나아져서 고민하는게 2년에서 6개월로 줄었잖아요(웃음). 많은 사람들과 얘기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그림 스타일도 많이 보니까 너무 좋아요. 이제는 하고싶은건 하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선 빚을 다 갚고나면 그 때부터 세미나도 더 많이 가고싶어요. 예전에는 거의 집에서 안나갔는데 요즘은 피곤해도 나가서 친구라도 만나는 것 같아요.

샵이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진데 손님보다 먼저 와서 준비해야되니까 9시 쯤 나와서 준비를 하는데 바쁠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늦을 때는 밤 11시까지 손님이 계세요. 그렇게 일을 하고 퇴근하면 하루가 끝나요. 그래서 일요일은 무조건 쉬고 그 날 나가서 친구를 만나요.




07. 타인의 시선


근데 저는 이런 생활이 편해요. 일이 없을 때는 너무 불안해서 혼자 ‘내가 망했나? 나에 대해 안좋은 소문이 났나? 나 처신 똑바로 하고 살았는데 누가 안좋은 얘기를 했나? 내가 고객한테 안좋게 대해서 누가 얘기를 했나?’

-그런 소문에 민감해요?

예전부터 그냥 남의 시선 자체가 너무 신경쓰였는데 일 할 때 한 번 제 얘기가 돈적이 있어요. 별 얘기 아니었는데 이게 와전되다보니까 너무 이상하게 되어있는거에요. 이제는 막 많이는 신경 안쓰려고 노력해요.

처음 타투를 하고나서 복싱을 하러 갔는데 관장님이 이거 모나미로 그린거냐, 친구는 누가 할퀴었냐 이렇게 말하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보려나? 나만 이쁜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꾸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다른 사람 생각을 의식했던 것 같아요. 저번에 상담을 하면서 타투가 갖는 의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 이렇게 말씀해주시는데 그러니까 또 굳이 이걸 바꾸고싶단 생각이 안드는거에요. 상담을 하고 다시 만족스러워졌어요. ‘그냥 내가 만족하면서 살면 되겠구나’하고.

-처음 연락을 주셨을 때 커버업을 하려고 물어보시는게,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그냥 그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타투 도안 마다 가지고 있는 의미는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 이상 모를 수 밖에 없잖아요.

지금 다른 곳에도 하고싶거든요. 저는 제가 이 일 하는걸 되게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예전에 제가 일하는 모습을 손님이 크로키로 그려준게 있어요. 그게 볼 때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새기고싶은데 그러면 또 ‘자기애가 강하다’ 같은 얘기 듣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하지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정말 멀리가시네요(웃음)

누군가 타투를 보고 “어? 이거 언니에요?” 이러고 끝나겠지만 혹시라도 ‘자기애가 강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막 드는거에요 근데 얘기하면할수록 다음 타투는 그걸 하는게 제가 제일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08. 그 사람을 떠올리면


미술 공방에 다니는 것도 저만의 뭔가를 만들고싶어서 다니는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개성이 너무 없어서 나만의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진짜 어려서부터 ‘나는 스무살이 되면 타투를 해보고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미용학원을 다니면서 많이 봐서 그런지 타투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는데 타투를 한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의 타투가 떠오르고 손님들 중에서도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생각했을 때 이런게 기억 났으면 좋겠다싶어서 타투를 새기게 된 것 같아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저는 딱히 의미를 생각해본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손님들도 한,두 개씩은 거의 있으시거든요. 근데 저도 항상 물어봐요. “이거 의미가 뭐에요?” 작은 것들로 진짜 많이 한 분도 계시거든요.

“이건 의미가 뭐에요?” 물어보면 “그냥 제가 그린거에요. 우주선을 좋아해서 우주선 그려달라고했어요.” 뭐 이렇게? 근데 그 분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의미는 딱히 모르겠어요. 그냥 머리 파마를 하듯이 악세사리 하나를 끼듯이 그냥 내 개성,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같아요.



09. 타투 지우기


친구가 병원에서 타투를 지우고있어요. 여러번 받았는데도 두껍게 해서 그런지 갈색이 되긴 했는데 많이 남아있더라고요. “너 그거 왜 지우냐”고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의미를 물어보는게 싫대요.

처음에 친구가 타투했다는 말은 안했는데 팔에 뭐가 있길래 “이게 뭐야?”했는데 걔가 뿌리치듯이 질색을 하면서 “내가 하고싶어서 한건데 보려고 하지마”이러는거에요. 근데 또 타투를 생각하고있어요. ‘내가 키우는 고양이 세마리를 새기고싶어.’ 지우는거랑 별개로 또 새기고싶다고 얘기를해요.




10. 하고싶은건 해야겠어요


저희 엄마는 타투라는 얘기가 나오면 “네가 조폭이야?”라는 말을 먼저 해요. 근데 얘기를 계속 해보면 결국은 남이 저를 봤을 때 당신처럼 안좋게 생각하면 어떡하냐는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그냥 저희 엄마가 너무 안좋게 보니까 처음 타투를 했을때도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제가 거짓말을 진짜 못해서 바로 들켰거든요. 현관문을 열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가다가 소리가 들리니까 서있던거에요. 엄마가 “들어와” 이랬는데  제가 현관문에서 못들어가고 서있으니까 “뭘 잘못했냐”고 그래서 타투를 보여주고 제가 먼저 울었어요(웃음) 엄마 말을 어겨본적이 없어서 진짜 되게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나봐요. 이것도 사실 오늘 바로 들킬수도 있어요.

5살 차이나는 오빠가 있어요. 오빠는 저지르고, 하고싶은거 다 하고, “아 이미 했는데 어떡해” 이런거고 저는 그런 오빠를 보고 자라서 엄마가 속상해하는걸 보니까 “아, 나는 저렇게 크지 말아야지” 이러다가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 됐는데 이제 하고싶은건 해야겠어요.





11.INNERVIEW


인터뷰를 읽고 정리하다보면 인터뷰 당시 분위기가 생생하다. 글로 전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읽는 사람에게 그 때의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매 번 ‘이번에는 사진 많이 찍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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