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 난 미국에 오면 미국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고, 미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결국 영어도 많이 늘 거라고 생각했다.어리석게도. 그런데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그모든 게 쉽지 않았다. 영어가 약하다 보니...
미국에서 몇 달을 지내보니, 우선 내가 어느 정도 영어가 돼야 미국 사람들과 이야길 나눌 수 있고, 대화할 기회가 생겨야 그 와중에 마음 통하는 미국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언어가 좀 부족하다고 미국 친구를 만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를 좀 더 편하게 한다면, 미국 친구를 사귈 기회도 훨씬 많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언어의 장벽이 높은 상태로 급하게 미국에 오게 됐고! 어쩌겠냐만은... 난 Free ESL 수업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고, 어딜 가나 적극적으로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도 정말 멋진 미국 친구가 생겼다.
미국 엄마를 처음 만나다
작년 가을, 우리 아이들은 3학년, 1학년으로 미국에서 첫 학기를 다니기 시작했다. 미국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며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 시간에 Free ESL 영어 수업을 열심히 다니며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나 영어로 이야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그 무렵,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쯤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됐다. 난 아이들이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나갔다. 우리 아이들은 스쿨버스에서 내렸고, 갑자기 어떤 흰색 SUV가 우리 쪽으로 와서 서더니 앞쪽 유리창이 열렸다. 운전석에는 미국 아주머니가 있었고, 뒷자리에는 큰 아들 친구가 타고 있었다. 앞자리의 아주머니는 큰 아이와 친한 같은 반 친구의 엄마였다. 물론 미국 엄마였다.
운전석에 있던 아들 친구의 미국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물론 영어로 말이다.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말이지. 그러고 나서, "My son wants to hang out and play with your son a lot. Can you make it tomorrow?" 아마도 이렇게 말한 것 같고, 그다음에도 한참 불라 불라...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갑자기 빠른 영어로 훅 들어오니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난 다시 빠르게정신줄을 잡았고, 큰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의 엄마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Sure!"라고 대답했다.난미국에 와서 이렇게 미국 엄마를 처음 만나게 됐다. hahaha~
미국 엄마를 우리 집에 초대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 빠른 영어에 순간 당황해서 약속 장소도, 시간도 정하질 못했다. 다음 날, 난 그 엄마에게 우리 집으로 놀러 오라고 연락했고, 미국 엄마는 아이와 함께 우리 집에왔다. 이곳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혼자 걸어서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만나서 놀고 싶다면 무조건 엄마가 차로 픽업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이웃들 말을 들어보니, 아이들이 초대받아 친구 집에서 놀게 되면 보통 미국 엄마들은 친구 집에 아이만 내려주고 간다고 한다. 나역시 좀 고민이 됐지만, 한국 엄마 마인드인지라 차마 그 엄마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 엄마와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다. 물론 짧은 영어가 마음에 좀 걸리고,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 미국 엄마가 아이를 데려왔을 때, 우선 난 그 엄마에게 우리 집에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자고 말을 했다. 이 미국 엄마도 아시안 엄마가 신기했는지, 궁금했는지 나에게 고맙다며 아이와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 둘과 큰 아이 미국 친구까지 남자아이 셋이 신나게 놀게 됐다. 우리가 미국에서 사는 집은 싱글하우스이다 보니 층간 소음 같은 걱정은 없었고, 남자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깔깔대며 놀고 있었고, 나는 준비한 음식을 내놓고 테이블에 앉아 미국 엄마와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녀는 그녀의 아들이 우리 큰 아이와 놀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해서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고 말했다.나야말로 고맙다고 했다! 뭐가 고마운 거지...^^
미국 엄마와 편한 친구가 되다
그녀는 미국의 추운 북부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몇 년 전에 이곳 조지아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이곳은 그녀가 살던 곳에 비해 전혀 춥지도 않고 햇볕도 너무 좋아서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그래서 나도 한국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나 역시 이곳의 파란 하늘과 따뜻한 날씨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번 학기에 처음 미국 학교에 간 거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너무 잘 어울려 놀아서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아마도 나의 영어 상태를 보고는 어느 정도눈치챘었겠지?
그녀는 아들반의 ROOM MOM(반의 대표인 엄마를 미국에서는 이렇게 부르더군요^^)이었고, 학교 내에는 학교 전체의 행사를 주관하는 PTO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영어만 좀 됐으면,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PTO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나에게 지금도 충분히 영어를 잘하고 있으니, PTO 활동을 함께 하자고 말해줬다. 말이라도 얼마나 고맙던지^^
그녀는 내 영어에 귀 기울여주고, 게다가 원래 말하는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말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난 2시간 동안 그녀와 영어로 즐거운 대화가 가능했다. 그녀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고 유쾌했고,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 알아두면 좋은 지역 부모 모임도 Facebook에서 알려주고, 요즘 즐겨보는 미드도 추천을 해줬다.
가장 좋아하는 나의 첫 번째 미국 친구
그날 이후에는 그녀가 나와 우리 아이들을 그녀의 집에 초대해 줬다.사실 영어로 이야기하려면 매번 떨리고 긴장된다. 그래도 그녀와의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즐거웠다. 그녀의 집도 싱글하우스라 아이들은 소음 걱정 없이 신나게 놀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ROOM MOM이라 학교 행사나 파티에 더 자주 가는 편인데, 어느 날은 그녀가 학교 행사에 다녀왔다며 우리 큰 아들이 학교에서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우리 아들이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참, 궁금했는데 그녀의 배려에 한없이 고마웠다.작년가을엔학교 back yard에서 열린 할로윈 파티에서도 만나서 함께했고, 또 작년 겨울엔 그녀의 아들 생일 파티에 초대해 줘서 신선한 미국식 생일 파티도 경험했다.
그렇게 난 그녀와 가끔 또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만나기 전에는 영어 때문에 항상 긴장되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영어로 미국 사람이랑 얘기를 해야 하니 정말 한순간도 딴생각을 할 수 없고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했다.하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 시간이 매번 유쾌하고 너무너무 즐거웠다. 난 항상 친절하고 유쾌한 그녀가 좋았고, 그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 미국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