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갑작스럽게 미국에 오게 되어,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할지 사실 좀 걱정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미국 학교에 첫 등교하던 날, 이런 걱정은 나만의 기우였다는 것을알게 됐다. 내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도, 나도, 신랑도 정말 초고속으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너무 잘 지내고 있다.
미국 학교 첫 등교 날부터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고 신나게 학교를 다니며, 멋지게 자라고 있는 우리 두 아들에게 문득 고맙다. 아이들이 학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미국 학교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 덕분이다. 가끔 학교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같이 뛰어놀고, 축구하고, 장난치고, 서로 그림도 그려주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던 건, ESL 영어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미국에 와서 만난 여러 나라의 좋은 인연 덕분이었다. 미국에 와서 따뜻하고 좋은 이웃을 많이 만나게 되어 한없이 감사하다.사람은 사람 덕분에 외롭지 않고, 서로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고, 세상을 따뜻하게 채워나갈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보쌈&김치 나눠주는 언니
내가사는 곳은 수 십째의 싱글하우스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이곳으로 이사 오고 좀 낯설었지만 바로 마을 분위기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게 된 좋은 인연 덕분에 또 한 번 안정감을 느꼈다.
같은 마을에 40대 한국 언니가 살고 있었고, 첫 만남은 아이들 스쿨버스를 태우며 마주쳐 인사를 하게 됐다. 그 언니는 아이가 셋이고 미국에서 20년째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미국 생활 생초보인 나는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배우는 게 많아졌다. 정말 매번 너무 고마웠다.
하루는 주말에 고원에 가서 아이들과 신나게 축구를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나가보니 그 이웃 언니가 보쌈도 만들고 김치를 직접 담갔다며 맛 좀 보라고 한 접시 가져왔다. 세상에나!!! 미국 땅에서 직접 만든 보들보들한 보쌈과 양념이 가득한 맛난 김치를 맛볼 줄이야!!! 갑자기 음식 솜씨 좋은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 했다.
미국에서 처음 맛본, 직접 집에서 만든 보쌈과 김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웃 언니의 그 마음도 말이지.미국에서도 사람들, 좋은 인연들 덕분에 공감하고 나누는 것을 배우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며 제 마음과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