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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eneinnain Mar 27. 2022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주먹밥 구이는 무슨 맛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들을 볼까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오래전부터 한 번 보려고 했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고르게 되었다. 아주 길지 않은 4-5년의 시간을 보내는 연애와 동거까지 연인이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또 약간은 인위적이지만 웃으며 이별하는 이야기를 풋풋하게 담아냈다.


무기를 연기한 스다 마사키의 페이스는 영화 <연공>의 남자 주인공이었고 몇 년 전 생을 마감한 미우라 하루마를 연상시켰다. 스다는 패셔니스타인데, 사진들을 찾아보니 대중성은 아주 조금 채워주고 싶었다. 우유를 좋아하는 것(밥 말아먹지는 않고, 밥 한입 우유 한입 먹는 수준)과 옷을 직접 만들어 입기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영화의 감독 혹은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게 만든 것은 몇 가지 포인트들 때문이었다.



- 문학 작품

주인공 두 명은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지는데, 여기에 많은 작가들과 문학 작품이 언급된다. 사실 실명인지 아직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의 인기 문학작품이 궁금했고 이 영화를 통해서 몇 가지 검색 키워드들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진심으로 기뻤다. 나가시마 유, 이시이 신지, 사토 아키, 이마무라 나츠코 등등. 특히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이라는 작품이 여러 번 언급되었는데

나는 읽으면서 여러 가지 것을 느낄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못 느끼는지 시도해보고 싶기도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맥주를 한 조끼 마시다."는 표현에 관심이 가서 찾다 보니 조끼라는 표현은 일본어로 한 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 많은 체인으로 있었던 조끼 조끼는 여기서 비롯된 건가? 하는 또 다른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이후 취직 전까지의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을 프리터라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 꼭 대학 졸업 이후여야만 하는지, 한국에서 프리랜서라는 개념과 같은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전단을 찌라시 라고 하는 것을 얼핏 들었는데, 한국 증권가에 도는 찌라시라는 표현도 일본어였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재밌는 일본어도 많으며 한국어와 발음도 비슷하니 쉽게 느껴진다.


- 주먹밥 구이

<바다 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잔멸치 덮밥을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잔멸치 덮밥이 등장한다.

일본의 소울 푸드 중 하나인 걸까. 한국에서는 비빔밥을 편의점에서 sold out 될 정도로 사랑해주며 즐겨먹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마지막 남은 잔멸치 덮밥을 편의점에서 구해온다. 아마도 잔멸치 덮밥은 한국에서의 전주비빔 삼각김밥 혹은 참치마요 삼각김밥 정도가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은 무스비, 오니기리 등등 한 번에 베어 버리면 여러 가지 식재료를 입 안에 담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잘 발달한 것 같다. 여기서는 주먹밥 구이가 나왔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고등어구이를 구웠던 석쇠와 같아 보였고, 작은 주방에서도 석쇠에 주먹밥을 구워 먹었다. 아마도 쯔유와 설탕 조금을 넣고 밥 위에 발랐으려나 혹은 찍어먹나 싶다.


최근에 친구의 졸업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선물한 적이 있다. 한 번쯤 받고 싶었던 꽃다발을 저장해두었는데, 무려 한 달 전에 꽃집에 예약하고 결제도 했다.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것을 경험했는데, (살면서 물건을 잃어버린 적은 손에 꼽는데, 예약했던 꽃다발을 받고 기분이 좋아버린 나머지 꽃방에 우산을 놓고 와서 나중에 다시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받는 것 역시 기분 좋으리라 생각된다.


지인  성향이 반대되는 파트너를 만나 결혼한 사람있다. 서로의 반대되는 모습의 끌려 만났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 때문에 다툰다고 한다. 나에게는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라며 조언해줬다.


이 영화에서는 결이 같은 것을 넘어 일치하는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카스미)가 만나서 잘 지내는 것을 보여준다. 싸우지 않는 것은 너무 잘 맞아 좋은 것의 반대가 될 수도 있으며 무심함의 표현 중 하나인 것을 재확인했다.


싸우는 것은 애정이 있는 서로가 의견이나 결론의 일치를 위한 작업이라면, 싸울 힘도 없는 것도 아닌 싸우지 않고 그전에 서로의 싫어하는 것들을 미리 피하고 어떤 의견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연애 과정에서 서글퍼지는 일 같다. 어찌 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기도 하고 미워지기도 하면서 권태에 빠져버린 모습이다.


무기와 키누가 쌓아 올린 시간들은 역경을 지내고 나서 힘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저 아름답다고 가끔씩 상기하면서도 지금은 덮어두고 싶은 추억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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