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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Aug 27. 2019

아빠, 내 꿈을 응원해 줄 순 없어?

 

“아빠, 내 꿈을 응원해 줄 순 없어?”

“네가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데? 겉멋만 들어서…….”

“그래. 나는 실패했었어. 그렇다고 앞으로도 실패하리란 보장 없잖아.”

“그냥 외국어학원 사무원이나 하지 그래. 할 수 있는 일을 해!”          



우리 아버지는 65세이지만 나는 애인처럼, 친구처럼 지내.

출근할 때 볼 뽀뽀도 해드리고, 귀도 파주고, 무릎 베고 TV도 봐. 집에 딸만 둘이라 내가 딸 노릇 아들 노릇(힘쓰는 거) 다 하고 있어. 세상 사이좋은 관계에도 10년 전 이맘때쯤에는 남보다 차가운 관계였어.

정말 serious 하게. 내 취업 때문에.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도 1도 신경 쓰지 않던 당신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 취업에는 관심을 많이 가지시더라고. 간섭을 넘어서 훼방꾼이었어. 정말 심각하게. 나는 눈뜨면 마주칠까 새벽에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거든.

나는 건축 관련 학과를 나왔고, 졸업 전 운 좋게(?) 취업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어. 그래서 진로를 결정한 것이 ‘강사’였고, 그중에서도 ‘산업교육’을 희망했어.


우리 아부지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대중 앞에서 말하는데 트라우마가 있데. 옛날에 영업부장으로 일했는데, 수십 명 되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려니 너무 심장이 뛰어서 말을 못 했나 봐.

그런데 내가 같은 일을 하겠다고 한 거지. 나이도 어린 막내딸이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였는지, 정말 뜯어말리시더라고. 난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정말 억울했어. 어떤 친구들은 꿈이 없어서 집에서 뭐라도 지원해 줄 테니 하고 싶은 것 만 찾으라고 했다는데, 나는 꿈이 있다잖아.  


그 뒤로 한 3개월 말을 안 했어. 집안에서 마주치기 싫어서 밖으로만 돌았어. 10대 때도 많이 하지 않던 방황을 20대에 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결국 아버지한테 반기를 드는 불효녀가 되었고, 시간이 흐른 후 TV에 출연하는 걸로 아버지의 걱정을 조금 덜어 드렸어. 물론 지금은 내 일을 좋아하셔.               




찾아오는 학생들 중엔 상담실 안에서 눈물을 훔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물론 그중엔 “21살인데 인생이 재미없어요.”라고 울기에 ”나는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 급 우울해지네.. 우리 사탕이나 먹자 “ 하며 서로를 위로했던 친구도 있었지만, 가장 많이 우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야. 안타까운 일이지.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 학생은 아버지가 편입을 강요하셔서 방학에 편입학원을 가야 하는지 물어보러 왔어. 아버님이 여대생한테 차인 적이 있으신지 꼭 여대를 가야 한다고 하셨데.(전공은 상관없고) 그래서 그 부녀 지간은 내기를 했데. “평점 4.0이 넘으면 지금 학교 인정해줄게” 그래서 그녀는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을 4.0을 만들었어. 그런데 아버님이 “4.0이면 턱걸이니까 안돼. 편입학원 다녀.”라고 하셨데.

그 학생이 했던 말이 뭐였는지 알아? “치사하잖아요. “ 치사한 아버지가 됐다고.

글쎄.. 그녀가 30대가 되면 ‘그때 편입할걸..‘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

       



만약,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반대하시는 이유를 먼저 찾아봐야 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이 있어서?

안정적이지 않거나 무모해 보여서?

너에게 갖는 기대가 더 커서?

세대차이로 요즘 job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실제 우리 이모는 내 친척동생이 게임회사를 간다고 한다며 좀 말려보라고 했어. 얘 지금 N사 다녀.)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차이가 있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하물며 부모세대와의 세대차이는 너무 당연한 것 같아.          


어떤 이유에서는 너는 그 이유를 뒤집기 위해서 부모님을 설득해야 할 거고, 먼저 너 스스로 진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야 할 거야. 또 그 일을 무지 잘해야 할 거야.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의 너비도 키우길 바라. (나는 못했지만) 

왜냐하면 인생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하시는 소리란 걸 이해하는 시간이 올 거거든.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결과물을 보여줘야 해.

SNS에 올려서 팔로우 수를 보여주든, 공모전에 참가하든, 전시회를 방문해서 분석하는 보고서를 쓰든.

결과물을 제시했을 때는 너의 재능도 보시겠지만 열정도 보는 거거든. 대부분의 부모님은 ‘옆에 친구가 하니까 하는구먼?’이라고 생각하시잖아. 음악이나 예술도 마찬가지고.     

네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연기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면 두 팔 벌려 그러라는 부모님은 많이 없을 거야. 네게 철이 없다고 하시거나, 네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

스스로 책, 공연, 드라마도 많이 보고 연기를 분석해야 하고,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1인극이라도 할 수 있는 대담함도 키워야 돼. 무작정 ‘연기학원 보내줘잉’ 하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의지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거 알아? 방탄소년단의 부모님들도 처음에 아이돌 하는 걸 엄청 반대하셨데. ‘슈가’도 엄청 맞고 싸우고 했다잖아. 부모님은 공무원을 하라고 하셨데. ‘슈가 공무원’을 상상해봐!!..... 그게 어디니 민원인으로 찾아가게 ㅋㅋ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네 진로를 독립적으로 설계할 필요는 있어. 반드시. 그건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야.


‘진로 반대’라고 검색하면 75000개가 나와. 그만큼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개입하는 수가 많다는 것이겠지. 20 몇 년을 품 안에서 키웠는데, 졸업과 동시에 독! 립! 시킬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아. 이건 자녀도 마찬가지야.


네가 그 첫발을 떼고 있다면 내가 가는 길에 돌이 있을까 자갈이 있을까 고민이 많겠지? 함께 걸어보자.

이왕이면 부모님의 박수도 함께 받으면서.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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