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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Feb 20. 2023

유연하게 행동하기

과연 아이들에게만 기회가 많이 필요할까?

오늘 303일 된 초보맘 이야기



 오랜만에 이찬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출발했다. 이찬이가 6개월 즈음에 한 번 방문한 뒤로 처음이었다. 집에서 약 2시간 반을 가야 하기 때문에 이찬이가 한창 잠든 새벽 4시쯤 출발했다. 이전에도 그렇게 해서 아이가 한 번도 깨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었다.


잠든 이찬이를 납치하듯 차에 태우니까 카시트에서 다시 잠들었다. 안심한 나도 한숨 자는데 갑자기 주유소 안내 음성에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쯤 지나 있었다. 남편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었다. 셀프주유소 안내 목소리가 크고 주변이 밝아서인지 이찬이가 깼다. 차가 다시 달리면 잠들겠거니 했는데 울기 시작했다. 이찬이가 한 번 울음이 터지면 쉽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한 30분은 울겠구나 싶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렸다.

차 탈 때는 이찬이 옆자리에 앉아서 달래주거나 카시트에서 빼서 안아주는 일은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 나보다 이찬이를 덜 조심(?)하는 남편이 웬일인지 너무 딱하다고 나보고 뒷자리에 앉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다.

최근에 수면교육할 때나 낮에 이찬이가 한 번 생떼를 부릴 때 20-30분 정도 울다가 그치는 걸 봤었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스스로 울음을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이찬이가 카시트에 앉아서 발을 동동거리며 숨 넘어갈 듯이 10분 정도 더 울었다. 남편은 갑자기 운전 좀 대신해 달라고 하며 본인이 뒤에 가서 앉았다. 남편이 안아서 좀 달래주니 이찬이가 진정이 되었다.

엄마아빠가 신나는 외출

 평소에 이찬이가 울면 마음 아파하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던 내가 독하게 바뀌었다고 남편이 말했다.

흠, 남편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니 내가 이찬이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나 싶어서 되돌아보았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까 하는 질문도 떠올랐다.


나의 고집스러웠던 모습을 살펴보면 이찬이에게 편견과 불안함을 가졌던 것 같다.

‘원래 한 번 크게 울면 잘 안 그친다’

‘카시트에서 빼서 달래주다가 다시 앉히면 안 타려고 할 것이다’

‘스스로 울음을 그칠 줄 알아야 한다 ‘

‘카시트 옆에 어른이 앉는 습관을 들이면 안 된다’


이찬이보다 10개월 정도 앞선 아들을 키우는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애들은 10번 중에 6-7번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하면 익혔다고 보는 거야. 애들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

오은영 박사도 늘 아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라고 얘기한다.

할머니집 담요 두르고 예배드리는 이찬이

내가 종종 이렇게 독하고 고집스러울 때가 있다. 누구의 말도 안 듣고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후회했던 경험이 살면서 몇 번 있었다. 이찬이를 양육하면서는 그런 실수를 줄이고 싶었다.

앞으로 가지고 있는 양육 방침과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면 한 두 번쯤은 모른채하고 그렇게 해보자.

“에이- 그러자”

이런 마음도 육아에서 종종 필요한가 보다.


나에게, 그리고 남편에게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방을 온통 안 좋은 방향으로 치부하지 않기를 애써보자.

나 또한 스스로 부족하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괜찮았으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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