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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ul 22. 2019

철밥통 직장인의 흔들린 미래

Risk를 두려워 하면 Risky 해진다.

사업하는 친구가 최근 회사를 상장했다.(친한 친구는 아니었..) 한 6여년 고생하긴 했으나 결국 상장을 했으니 빛을 본 셈이다. 보유 주식에 보호예수가 걸려 있으니 당장 주식을 처분하여 현금을 만질수는 없지만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 항상 꿈, 모험을 이야기는 친구였기에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모험'이란 단어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데 우리는 묘하게 이를 긍정적인 것과 연결짓는다.


스티브 잡스는 젊어서 아무것도 잃을 게 없을 때 망설이지 말고 모험을 하라 했다.

90년대말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이야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책의 성공과 그녀의 역동적인 커리어는 모험에 대한 두려움을 해체시켰다. 사람들은 모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장려하였다. 어쩌면 그때의 IT창업붐*과 해외여행 폭발은 이러한 '모험 종용 시대'의 산물이었을지 모른다.


* 참고로 2000년대 초의 코스닥 지수가 2500, 현재는 900. IT 열풍 이후로는 1000을 넘어본적조차 드물다.


2000년대 초의 모험 열풍 이후 20여년이 지나고 다시 모험 종용의 시대가 도래했다. 불확실을 무릅쓰고 암호화폐에 투자하여 수백억을 번 누군가의 이야기부터 스타트업 붐에 올라탄 창업자와 VC들의 성공담까지.. 모험의 대가는 짜릿하였고 자신감은 충만하였다. 세상은 모험가의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여전히 모험을 두려워 한다. 왜일까? 2000년대 초의 타오르던 IT 열풍 후의 깊은 골짜기를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직장인의 현실이 그때보다는 좋아져서일까?


모험이 'High Risk, High Return'이라면 모험하지 않은 이유도 그것이다.


High Risk. 모험의 이면에 도사린 실패.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퇴직 후 몰락한 선배의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몇번 이런 이야가를 듣고 나면 직장인에게 퇴직이란 꺼내기조차 두려운 이름이 되어 버린다. 실패하면 재취업 기회조차 쉬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 아닌가.


High Return. 모험을 하려 해도 막상 무엇을 할지 모른다. 사무직으로 일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노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팔 수는 없다. 대부분의 창업은 따지고 보면 'High Risk, Low Return' 이다. 뭐가 High Return인지 알기라도 하면 고민이라도 해보련만 당최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직장인을 준비되지 않은 모험에 끌고 간다.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파산('17년)했고, 이마트와 네이버는 올 2분기 적자를 예상한다. 내노라 하는 대기업조차 사활을 걸어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다.

* 네이버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200억으로 전년 동기대비 50%감소했으나 적자는 아니다


시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의 분할/합병, 조직 통폐합 및 슬림화(감원...), 신사업(실패..감원)은 과감하고 빈번해진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직장인의 삻도 달라진다. 직장인이 슬프고 초라한건 이 과정에서 파도 위 돛단배마냥 무기력하게 휘청거릴뿐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되어버리는 미래. 직장인의 삶은 회사에 위임되어 있다.


자신의 명줄을 회사에 위임해 두었는데 회사조차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 삶이 안전하다 할 수 있을까?


'무한상사' 정과장 정리해고. 다행히 리얼하지 않아 슬프지 않다. @ 글·그림=정준하 트위터


Risk도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시선을 돌리지 않고 회사에만 충실하는게 더 안전하지 않고 Risk를 피할수록 Risk가 더 커지는 세상이 되었다.


최근 회사 동료가 좋은 조건과 높은 직위를 보장받으며 스타트업으로 이직 했다. 떠나면서 한 말이 인상 깊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게 안정성을 포기하고 위험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하지만 대기업 생활은 절벽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떠밀려 꾸역꾸역 끝을 향해 가야한다. 그럴 바에야 당장은 더 위험할지라도 끝이 없는 스타트업이 더 안전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은 업계에 관리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경력을 잘 쌓으면 나이를 먹어도 오래 일할 수 있을거 같다."


인생을 긴 선으로 비유하자. 이 선을 수직으로 잘라 본다면 직장인은 자영업자보다 안전하고, 대기업이 스타트업보다 튼튼하다. 하지만 수평으로 본다면 어떨까? 50살에 퇴직을 걱정 해야 하는 직장인이 자영업자보다 안전할까, 직급이 중요한 대기업에서 만년 차장으로 남아 있다면 스타트업보다 안정적일까?


안정적인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살겠다라는 꿈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안정은 Risk의 반대말이 아니라 Risk의 다른 이름이다. 적정한 Risk를 감내하는 편이 긴 관점에서 안전하다. 이직이 필요할수도 있고,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팀을 바꾸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일이 나이 70이 될까지 다른 사람이나 기계에 의해 대체 불가능 하다면 굳이 Risk를 택할 필요없다. 변화란 필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를 받아들이고 Risk를 감내하자. 그게 직장인으로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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