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진짜 진짜 완전 타코를 맛보다
이 맛이야 말로 진짜 진짜 완전 헐 대박 타코!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에 갈 수 있다면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타코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토록 지겹게 먹었던 멕시코 푸드였지만 한번 맛 본 이상 애써 참아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맛집들 중 가장 손꼽히는 맛집이다.
투산에서는 지리적 위치상 멕시코 국경까지 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유독 히스패닉을 많이 볼 수 있다. 백인과 히스패닉이 인구비율을 반반씩 차지하고 있으니 특히 이 곳에서는 멕시코 음식이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히스패닉인 이모부 덕분에 우리 가족은 늘 전통과 내공이 있는 '진짜' 멕시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이모부는 '맛, 가격, 전통' 이 3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세 가지 모두가 어우러진 곳이야 말로 그에게서 제대로 인정받은 집들이였다.
이름까지 Real Mexican Tacos인 이 집은 1988년 멕시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지금은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를 포함한 지역에 2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투산에서 이미 2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었고 Buffet(뷔페)처럼 각종 소스와 재료를 담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수십 개의 신선한 살사 소스와 입안에 감도는 부드럽고 따뜻한 고기류, 느끼함을 잡아 상큼함을 얹어주는 라임까지 모든 게 완벽한 맛이다.
유독 고수의 향을 좋아해 심심하면 이파리도 뜯어먹는 나는, 고수를 듬뿍 넣어 새콤하고 느끼하며 입안에 가득 찬 풍미를 더 이국적인 맛으로 끌어낸다.
아.. 더 깊고 풍요로운 표현을 생각해내지만 참 쉽지가 않아 아쉽다.
요즘 한창 인기가 높아진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이 음식을 먹는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하게 될까?
늘 그렇듯 역시 현지 음식은 현지에 가야 가장 맛이 있다.
가끔 이 집이 그리울 때마다 한국에 유명하다는 멕시코 음식점은 많이 찾아가 보았지만 이 곳의 음식만큼 전통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나는 김치 먹는 것은 까먹어도 멕시코 음식은 하루에 한 번은 꼭 먹곤 했다. 그만큼 내 입맛에 제격인 음식이었고 리얼 멕시칸 타코 외 더 많은 곳을 경험했다.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었던 Nico's Taco에서는 그릴에 구운 소고기가 들어간
Carne asada 부리토를 자주 먹었고
대표적으로 유명한 멕시칸 그릴인 Chipotle에서는 늘 고슬고슬한 밥에 시큼한 사워크림, 아보카도, 토마토, 양파, 치킨 혹은 비프나 포크를 섞어 먹었다.
또 값싼 재료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었다.
나는 보통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
먹기 전의 설렘, 먹을 때의 행복감, 먹고 난 후 아쉬움과 기다림. 이 모든 감정이 늘 내 곁에 맴돈다.
그리고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의 한 구절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때론 나빴을 뿐이다.'
때론 나쁘게 느껴졌던 미국에서, 이 음식은 내 인생에 '좋았던' 부분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