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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베 Mar 10.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이 좋다


1. 생각보다 많았던 서양인의 비율


2년 전의 방콕과 최근에 다녀온 방콕은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서양인의 비율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그 사람들이 관광객인지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으나 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도 꽤 많았다. 


한번은 에카마에 역에서 파타야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다.

서양인 한 명이 맨 앞줄에 앉아, 낡아 빠진 타이어에 의지하며 쌩쌩 달리던 앞 버스를 가리키며  

기사님과 유창한 태국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 태국에서 잠시 비즈니스를 했던 지인에게 들었는데, 이 곳은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나라이지만 그만큼 까다롭고 쉽지 않은 곳이라고 들었다. 

이런 곳에서 저 낯선 외국어를 배우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까.. 나는 순간 생각에 잠겼다.



또 아침 일찍 일어나 나무와 자연에 어우러져 있는 카페에서 진하고 맛이 좋은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던 외국인들도 많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싱그러운 여유와 행복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었다.






2. 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


태국에서 느꼈던 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도 꽤 높아 보였다.


그들은 관광객에게 너무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하지도 않게 대한다. 


뭐랄까.. 어떤 사람들은 '살라면 사고 말라면 말던가!'의 느낌이고 또 어떤 이들은 너무 흥정을 해대니 지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베트남이나 다른 동남아시아에 비해 미국이나 해외 이민율이 높지도 않다. (퇴사전 관련 업무를 했기에 느꼈던 바) 워낙 관광객이 많은 나라라 먹고 살 만한 걸까..



3. 그들이 빈부격차


어느 나라던 빈부격차는 있기 마련이었다.


한 번은 파타야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길을 걷고 있는데 앳된 아주머니가 쓰레기가 난무한 길바닥에 앉아 아이를 안고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3살쯤 돼 보이는 또 한명의 딸은 신발도 없이 엄마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다.


    


                        

 우리나라의 80년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시암 파라곤과 센트럴 월드에 쇼핑을 갔을 때는 화려하고 멋스럽게 꾸민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4. 국왕에 대한 존경심


태국은 입헌군주제이다.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며 국왕과 왕비의 사진은 어느 곳을 가나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높은지 2년 전 태국에 왔을 때 깨달았다.


그날은 왕비의 생일이라 왕궁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왕궁을 둘러싼 온 도로는 막혀있고 장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왕비의 생일을 위해 잠시 막아놓은 도로


문이 열릴 때까지 한 시간 정도 서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이 광경이 참 신기했고 1년에 한 번뿐인 이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걸 보면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여행에서 택시를 탔을 때, 기사님은 태국 여행이 처음이냐고 물었다.

나는 왕비의 생일파티가 있었던 재작년에 왔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국왕이 별세한 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사님의 슬픈 눈을 통해 그들이 진정으로 왕비를 존경했음을 느겼다.




5. 어디서든 기도하는 불교문화


태국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작게나마 기도하는 공간을 많이 볼 수 있다. 태국 인구의 95%가 불교라고 한다.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불교를 전수받은 사람들이 전파하면서 불교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재작년에 태국을 갔을 때는 8월이라 한참 우기였다. 멀쩡한 날씨에도 별안간에 소나기가 내리는 기간이었다. 잠시 비를 피해 건물 아래로 들어가 있는데 저렇게 기도하는 공간이 있었다. 이후에도 거리 곳곳에는 크고 작은 공간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6. 왜 또 태국인가?


태국에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아직까지 나는 태국에 아주 작은 곳만 경험해보았다. 방콕 이외에 더 많은 도시가 있을 텐데 태국을 알기에 2박 3일, 3박 4일 일정은 너무나 부족하다. 


요즘 많이 가는 치앙마이도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태국 한 달 살기가 많아진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자신들의 태국 일상을 기록하는 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태국에서 사는 게 어떤지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도 참 많다. 



값싼 물가에 비해 볼 것도 갈 곳도 많다. 현지인의 텃세가 심하지도 않고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태국에 여행을 간 뒤 매력에 푹 빠져 1년 정도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친구가 있다. 얼마 전엔 비자까지 받아 평일엔 회사에서, 주말엔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며 일을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생활보다 훨씬 더 행복해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대한민국의 GDP를 태국과 비교하자면 더 높지만, 삶의 질은 다르다고 느꼈다.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만족감이 더 높다는 것을 느꼈다. 


백화점 화장품 가게에서 당당하고 밝은 웃음으로 프로페셔널하게 화장을 해주는 태국 남자 점원들, 송끄란 축제에서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으로 진흙을 얼굴에 묻혔던 소년소녀들, 어디서나 흔히 보던 흥정의 장사꾼들의 자신감있는 모습.



그들 모두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받아들이며 아주 당당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특유의


'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당찬 의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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