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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리 Jan 08. 2019

마케터는 내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

마케팅의 분야는 굉장히 넓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섣불리 판단했다.

 "제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습니다"

 이 물음 하나로 남들보다 일찍 스타트업에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당시 제게 있어서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죠. 맡은 역할에서 성과를 내니 다른 기회도 생겼습니다. 지역의 축제 등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죠. 그러나 저는 선뜻 마케터라고 답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케터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예측하며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들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하고 수많은 광고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마케터로서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아주 넓은 마케팅 분야에서 SNS에 국한된 경험이 전부였고, 당장 뿐만아니라 미래에도 스스로 경쟁력 있는 마케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케터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2018년 9월,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프로덕트 이커머스 분야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마케팅이 내 분야가 아니라 생각되었다면 여기에서 제안을 거절했어야 했죠. 그러나 저는 제안을 잡았습니다.


 딱 두가지의 물음에 해답을 얻고자.

1. 나는 스타트업(팀)을 찾는 것인가, 하고 싶은 일(분야)를 찾는 것인가?

2. 마케터가 나에게 진정 맞는 길인가?


 지금까지 경험한 스타트업의 경험은 대체로 즐거웠습니다. 분야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개인의 성장이 더디다는 답답함에 직전 회사를 사직했지만, 분야와 개인성장 중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또 마케팅의 분야를 제대로 경험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죠. 

 참 많은 고민을 하다 잡은 이 기회는 저에게 있어 굉장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2018년. 마케터는 내 길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마케터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1년을 회고하고자 합니다. 빠진 것도 많지만, 굵직한 흐름은 담고자 하였습니다. 스스로의 기록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적기 시작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2월 마케팅 프로젝트 제안과 협상의 반복

 전에 일했던 스타트업 중 한 곳은 지역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운영중인 '스페이스코웍'(이하 스코)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했던 신뢰를 바탕으로 전역 후에도 바로 합류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와는 다르게 팀 구성, 지점 및 고객 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스코에서는 자체 블로그 운영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었는데, 당시 입주 및 대관 문의 고객 중 50% 가까이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유입되고 있었죠. 당시에는 스타트업이 블로그를 자체 운영하여 성과를 내는 드문 사례였습니다.


 보여지는 성과가 있다보니 자체적으로 블로그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음에도, 입주사나 외부 기업들이 '스코와 같이 블로그를 운영해달라'며 대행 운영 제안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스코에 다시 합류한 직후 대행 서비스 런칭을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평일에도 모자라 주말까지 마케팅 제안서를 만들고 미팅을 통해 협상하며 대부분의 계약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간 스코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낸 것이죠.


 사실 블로그를 자체 운영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에 맞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원한다면, 페이스북 광고나 인플루언서를 가지고 있는 마케팅 대행 기업, 폐쇄 커뮤니티 채널 혹은 몰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합니다. 블로그 운영은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함이 뒷받침 되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분명한 것은 스코와 같이 브랜딩과 마케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채널 - 블로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채널임에 틀림 없습니다.



3월 잘 키운 블로그 채널 하나 열 채널 부럽지 않다

 마케팅 대행을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모던 한복 대표 브랜드 '리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리슬은 한복 분야에서 독보적인 브랜딩을 통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성장해 온 기업입니다. 이미 오랫동안 블로그를 자체 운영해왔고, '황이슬 대표'가 전통분야의 공인으로 인정받아 공식블로그까지 등록된 상태였습니다.


(공식블로그 여부는 블로그 운영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표입니다)


 당시 리슬은 이처럼 마케팅하기 좋은 소스가 많이 있었음에도 블로그 운영에 공격적으로 투입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대행을 맡게 된 이후에는 브랜딩 형성을 위한 콘텐츠와 제품 구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콘텐츠를 제작 발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슬의 블로그는 대행 운영 전 6개월 평균 지표보다 전체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사실 리슬 쇼핑몰의 지표를 분석하여 블로그 유입 고객의 전환 매출까지도 측정하고 싶었으나, 매출 등 지표가 공개되기 원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4-6월 다수의 마케팅 프로젝트 수행

 그간 제안하고 협상했던 마케팅 프로젝트들의 대다수를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성과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였던 만큼 개인적으로 큰 아쉬움이 남는 시기였습니다. 마케팅 프로젝트 PM을 맡아 운영하면서 동시에 지점 3호점 매니저로서 지점 및 입주사 관리, 고객 상담 등 기본적인 지점 매니저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집중력이 분산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실력있는 PM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완벽히 성과를 낸다'는 오기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로젝트 대부분 준수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친 점입니다. 준수함을 넘어 목표를 초과달성 하는 등 '잘' 했어야 합니다.



7월 이제는 지역 최고의 축제로

 '맡은 일에 있어 성과를 낸다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프로젝트. 전주의 가맥 문화를 축제로 만든 '전주가맥축제'의 온라인 홍보 프로젝트입니다. 2016년 당시,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낼 때 개인적으로 가맥축제의 온라인 마케팅 대행을 제안 받았습니다. 당시 군 입대로 인해 흐지부지 되었죠.


 이후 2017년 1월, 아직 복무중이었지만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휴가 때 '가맥축제 추진위원회' 미팅을 통해 흐지부지 되었던 온라인 마케팅 대행을 맡았습니다. 저는 즉시 마케팅 팀을 꾸리고 물리적인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와 할일 관리 툴인 '분더리스트'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우리 팀은 오로지 SNS 채널 운영만으로 70만명 이상에게 우리 콘텐츠를 확산시켰으며, 방문객이 2016년 3만 명에서 2017년 10만명으로 크게 증가하는데 일조 했습니다.


 당시 이룬 성과로 2018년에도 가맥축제에서 온라인 마케팅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안했던 계획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네이버 및 다음 디스플레이 광고 등 디지털 광고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지난 1월, 페이스북 창업주인 마크주커버그가 알고리즘 변경을 선언하면서 광고가 아닌 페이지 운영으로 얻는 도달 등 효율이 급감하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광고를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였죠.


 그러나 장소 선정 등 내부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방향을 다르게 잡았습니다. 추진위원회 측에서도 공격적인 홍보보다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자고 전달해 왔습니다. 이에 광고 집행보다 축제 브랜딩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개편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채널을 추가로 신설하여 젊은 세대를 공략하였고, 잠재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가깝게 하였습니다. 가맥 문화와 축제에 대한 스토리를 정립하였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공식 홈페이지를 기획/제작하여 브랜딩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8월 팀 빌딩과 마케팅 전략 구상

 사실 8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마케터의 길을 가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스코는 블로그 운영, 커뮤니티 채널 공략, 지정게시대, 현수막 등 전통적인 방식의 마케팅을 주로 진행하였고, 이 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중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죠.


 그래서 더욱 마케터로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마케터라면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잡아야하지만 저는 아직도 전통적인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었을 뿐이었죠.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한 고민, 그리고 정체된 것 처럼 느껴지는 개인 성장. 스코에서 사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고 이후 새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세운 청세(청춘세탁)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이사직 제안이었습니다. 직접 개발한 세탁 제품과 그 제품을 활용한 친환경 세탁소 설립이 목표였습니다. 그 시작은 시중 얼룩제거제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 만능얼룩제거제 '얼룩약'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안을 수락한 저는 이 팀에서 시장 상황과 인력을 고려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웠습니다.

-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 자사 쇼핑몰 구축

- 타사 쇼핑몰 상품 입점

- 네이버/다음/구글 키워드 검색노출

- 커뮤니티 마케팅 채널 공략

- 소셜미디어 채널(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 채널 운영

- 플러스 친구 등 소통채널 강화



9월 페이스북 광고 실전, 그리고 시행착오

 이때만 하더라도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해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마케팅 파트너사(대행)를 찾을 순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페이스북 광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고 협업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론과 실전을 수도없이 오가며 페이스북 알고리즘, 리타겟팅과 같은 광고 방식과 방법, 픽셀 설치 및 광고 개제 등 폭넓게 직접 진행했습니다. A-Z 테스트를 반복하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에 쏟아지는 과장, 허위 광고로 인해 소비자의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페이스북 광고는 좋은 성과를 내는 광고 방식 중 하나임은 틀림 없습니다. 혹 페이스북 광고가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광고 설정, 콘텐츠, 제품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길 권장드립니다.



10월 검색 키워드 노출과 관리

 페이스북 광고가 어느정도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광고 채널을 꾸준히 발굴해야 했습니다. 광고비 부담과 내부 전문 디자이너 부재를 이유로 디스플레이 광고 대신 키워드를 우선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제품을 기준으로 키워드를 크게 3가지로 구분했습니다.

- 직접 키워드 :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검색하는 키워드 (Ex. 얼룩제거제, 만능얼룩제거제)

- 간접 키워드 : 제품이 필요한 상황을 경험하거나 지식을 얻고자 할 때 검색하는 키워드 (Ex. 커피얼룩제거, 혈흔얼룩 등)

- 잠재 키워드 : 제품이 필요해질 수 있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키워드 (Ex. 세탁, 자취필수템)


 키워드도구, 연관키워드 등 키워드를 추출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통해 제품과 관련된 키워드를 모두 선별했습니다. 선별한 키워드는 제품 당 1,000개가 넘습니다. 구분된 키워드별로 광고 세트를 나누어 등록했으며 특정 키워드는 품질지수를 높이기 위해 따로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직접 키워드와 간접 키워드 고객을 잡는 것입니다. 디지털 광고는 잠재고객을 찾아내기 가장 적정한 방식이라면, 키워드 광고는 제품군(얼룩제거)의 필요성을 느낀 고객을 전환시키기 가장 적정한 방식입니다.



11-12월 마케팅 대행 파트너 크로스체크

 이때는 각 마케팅 채널별로 대표적인 마케팅 대행 파트너사를 조사하고 컨택 및 선정하여 제가 이해하고 있는 지식과 대행사의 지식을 비교해 봤습니다. 이를 통해 광고 플랫폼을 더욱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마케팅 대행을 맡기려고 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대행사가 하는 역할에 대해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저는 대행사를 통해

1. 자체적으로 진행한 광고 전략이 옳은 방향인지 판단하고자 했습니다.

2. 직접 운영과 대행 운영의 성과를 비교하거나 타사 광고 지표와 비교하고 싶었습니다(실제 타사 광고 결과를 제공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다양한 질문을 통해 대략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3. 마케팅 파트너사의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했습니다(광고 채널에 대한 사전 이해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수준이 달라집니다).

4. 추후 마케팅 전략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소통 또는 협업 내용을 적극 반영한다.


 ‘내 스스로 광고 플랫폼 이해가 먼저되어야 파트너사와의 협업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방식은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트너사와 대화에 있어 막힘이 없었으며, 노하우 등을 습득하여 마케팅 전략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마케팅 신념은 변화가 없습니다. '과감하게 실행해보고, 성과나는 곳에 투자를 집중하자'. 신념을 가진 결단과 실행으로 나름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혼자였다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스코 때 종찬이형과 팀장님, 세린매니저와 인턴들이 함께였고, 지금은 현범이형과 기태형이 함께합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한 해 회고록을 정리하며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참 많이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2019년의 시작인 만큼 겸손한 자세로 옳은 방향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모두,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의미있는 한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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