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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리 May 14. 2020

블랭크의 적자전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달, 블랭크 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과 무신사의 실적을 비교하는 기사를 접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블랭크의 지난해 매출은 1315억 원, 1년 전과 비교해 4% 성장에 그쳤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반면 무신사는 2197억 원의 매출로 105% 성장에 400억이 넘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차기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는 두 기업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블랭크에 재직했던 지인(9%의 퇴사율로 저명한 블랭크의 몇 안 되는 퇴사자)으로부터 남대광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 최진영 CMO의 브런치 글을 자주 읽었다.

그러다보니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경영전략이나 가치관에 있어 깊이가 있고 선택과 결정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블랭크의 폭발적인 성장이 멈춘 2019년,

과연 이들이 선택한 과연 그 대안과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다


그렇게 내가 찾아낸 이유는 '지속가능성'이었다.

그동안 블랭크는 마약베개, 세탁조크리너, 퓨어썸샤워기 등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한 V커머스를 기반으로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지금에 와서는 누구나 페이스북 광고를 하지만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그러지 않았다. 블랭크는 페이스북 광고가 보편화, 안정화되기까지 그 과정을 주도한 상징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었다(나 역시 2018년 9월에 와서야 페이스북 광고를 제대로 접했다).


소위 팔릴만한 제품을 기획하여 만들고, 수십 개의 브랜드를 통해 주마다 평균 1.8개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제품을 콘텐츠로 엮어 판매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짧지만 큰 파이의 매출 성과가 반복, 중첩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그 예시는 아래와 같다(실제 신제품 출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나, 핵심 성공 제품만 표현).


최진영 CMO님이 밝힌 블랭크 성장 방정식


하지만 블랭크는 바디럽이나 공백을 '무신사'와 같은 브랜드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브랜드를 신뢰하고 수익 창출이 지속되는 유연한 구조가 아니었다. 커머스 경쟁은 치열해지고 소비자는 똑똑해지면서 마약베개나 세탁조크리너와 같은 성공 사례는 다시 나타나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블랭크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내야 했다.


어떤 시도를 했을까?


결국 방향을 선회했다. 블랭크는 제품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의 운영에 집중하고, 그 기반이 되는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 투자했다. 그리고 가장 강점인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블랭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아래 남대광 대표의 한마디에 잘 녹아있다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로 유튜브를 꼽을 수 있다.

패션 유튜브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학생 간지대회', 댓글을 통해 구독자가 웹툰 시나리오를 연결하는 '댓글툰', 대리만족에 기반하여 홈스타일링 공간을 마련해주는 '구인구집' 등을 기획, 운영하며 커머스로 전환시키기 위한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고등학생 간지대회'에서 화제가 된 아이템을 콜라보로 제작 출시한다거나, 구인구집에 나오는 홈스타일링 아이템이 블랭크가 판매하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채널이나 브랜드의 성장이 제품 판매와 연계되고, 제품의 퀄리티에 만족한 고객은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재구매를 통해 생애가치가 올라가거나 긍정적인 바이럴을 통해 브랜드 성장으로 또 이어진다. 이때 지속 가능한 모델이 구축된 것이다.


최근 들어 나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확산의 주체가 되도록 구조를 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시키면서 노래가 알려지고 음악차트 1위까지 해냈다. 또한 현대는 카카오와 연계하여 시승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 역시 고객이 직접 지인에게 메세지를 보내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로 진행되었고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어떻게 보면 블랭크가 운영하고 시도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이용해 콘텐츠나 제품을 자발적으로 고객이 추천하는 구조를 자주 만들어내다 보면 폭발적인 성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맥(脈)은 같다.


사실 블랭크나 무신사나 결국 맥은 같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 모델을 구축하여 생애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 방법으로 블랭크는 콘텐츠(특히 유튜브)에, 무신사는 커뮤니티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지난해 매출 성장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극복,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들이다.


진정한 위기 속에서 과감한 방향 선회는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블랭크 내 경영 결정권자들은 오히려 쉬웠지 않았을까? 기존 방식대로 매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작년 매출 성장세는 분명 4%보다 높았을 것이다. 적자 전환도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당장 내년에 블랭크가 망해 없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장기적인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지금 블랭크가 진정 위기이며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위기인 것은 사실로 보인다. 매출이 말해주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들이 지금 선택하여 가고 있는 길(브랜드 구축을 위한 노력)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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