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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리 Nov 05. 2021

인생의 방향을 발견했다


나는 덕업일치를 꿈꿔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일. 교과서 같은 답이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더욱 더 가치 있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 나에게 흔히 들려오는 직장생활은 납득할 수 없었다. 온통 퇴사하고 싶다는 말뿐으로 행복하다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다. 온갖 스트레스를 회사에서 받는 듯 했다.


나는 인생을 전체(1)로 보았을 때 자는 시간은 제외하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 당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단순히 돈을 벌려고 소모한다 느꼈다. 그렇다면 인생의 반을 위해 나머지 반을 버리는 게 아닌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 또는 자신의 업을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주 즐거웠지만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이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좋아하는 것은 있었지만 그것을 업으로 삼자니 막막했다. 가령 내가 축구나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해당 분야에서 일해야겠다는 의지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나는 아직 인생을 걸어볼 만한 무언가를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경험을 넓히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경험에 의존한 이유는 '생각의 바운더리'가 경험의 영역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율주행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는데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해오며 경험을 넓히기 위해 8년간 노력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일 찾지 못했다. 그때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책이 실마리를 줬다. 책은 골든서클에 대해 강조했다. 골든서클은 문제에 접근할 때 WHY-HOW-WHAT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왜'는 신념이고 '어떻게'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며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무엇을'이라고 말한다. '왜'가 정의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골든서클을 일이 아닌 인생에 대입해 생각했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의 척도이며 그것을 업으로 삼으면 되는 일이었다. 골든서클에서는 결국 고객에게서 발견해 내는 것이라면, 내 인생에서는 결국 나에게 집중해야 했다. 여기서 새로 찾는 게 아닌, 발견한다는 관점도 굉장한 힌트가 되었다. 마침 방법적인 부분에 집중한 후속편(2편)이 나오면서 내 인생의 방향을 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8년간 고민의 방향을 잡은 느낌. 미치도록 흥분됐다.


책에서 나온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 스토리를 수집하고 공유하라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최소 10가지 이상 구체적으로 떠올려야 한다. 모두 적은 다음 내 인생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사건을 5가지로 추려 공유한다. 초등학생 때 한 번쯤 작성해본 인생 그래프와 같은 형태로 사건을 선정하고 하나씩 구체적으로 적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건이 꼭 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억은 감정의 영역이기에.


2단계 : 테마를 찾아라

각 스토리마다 테마를 발견할 수 있으며, 여기서 테마는 스토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생각이나 단어, 어구, 감정 같은 것이다. '한계에 도전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 '분명한 목적과 목표' 등처럼 말이다.


3단계 : 'WHY' 선언문 초안 작성 및 다듬기

찾은 테마를 바탕으로 '~ 함으로써 ~ 한다' 형식으로 작성한다. 핵심은 간단하고 분명하게, 실천 가능하게,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울림을 주는 긍정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선언문은 초안이기에 또 다른 부분이 나타나며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고민으로 결정한다.


책에서는 질문을 해주는 파트너(조력자)가 있으면 좋다고 했으나, 나는 하루빨리 찾고 싶어 책을 읽은 직후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나온 나의 'WHY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가치 있게 느끼게 한다.'


교류 대신 더 명확한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 아쉽지만, 이 한 줄은 내 인생의 척도가 되었다. 시대는 변하고 분야 또한 변화한다. '축구', '게임'이라는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교류시키는 일을 통해 그 사람들이 인생을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그것으로 벅차오른다. 이것은 발견하고 정리하고 정의하는 과정이었다. 발견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으며, 제목에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이 아닌 '발견'으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고. 그럼 무엇이 행복의 척도일까? 당신의 행복의 척도는 무엇인가? 책이 나에게 실마리로 다가왔던 것처럼, 이 글이 누군가에게 실마리가 된다면 그것으로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이 매거진에서는 '이찬영 본인 인생의 신념을 정의했던 과정'을 적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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