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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Aug 30. 2024

별거 10년째(19)

그가 협의이혼 안 해주는 이유...

별거한 지 8년쯤 되었을 때부터...

나는 몇 명의 변호사를 만났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이혼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목사님과 친구들, 신앙의 선배들에게 이혼에 대해 상의를 드리고 조언을 구했다.


이혼은 협의 이혼, 조정 이혼, 재판 이혼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박사학위를 받고 난 후...

그에게 지금까지 몇 번 협의이혼을 부탁했고... 단칼에 거절당했다. 대화다운 대화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정 이혼은 부부에게 이혼의사가 있으나 친권과 양육권, 재산분할에 대한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한다고 들었다.

그는 이혼을 원치 않으니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결국 재판 이혼을 해야 하는데...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과 이혼에 대해... 하나님도 아닌 제삼자들에게 이러쿵저러쿵 판단받고 결론을 얻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용히 정리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나 홀로 아이들을 양육했기에 양육권은 문제없을 것이고... 재산분할은... 남편에겐 그다지 재산이 없기도 하고... 현재 수입은 이미 내가 더 많다. 위자료... 남편도 그동안 홀로 고생했을 터이고... 예전의 일들에 대해 들추어내어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별거 한지 8년 6개월쯤 되어갈 때... 그에게 카톡으로 협의이혼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또다시 말을 걸었다. 그는 처음에는 여전히 나를 원망하고 저주했고, 그 후에 의미를 알 수 없는 편지를 두 통 보내왔으며... 처음으로 아래와 같이 그날 밤의 일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사과를 받았다. 그렇지만 협의이혼은 절대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날을 돌이켜 보면서,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았겠지, 네가 느꼈을 공포와 불안한 감정은 내가 완전히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잘한 건 아니다 아니 완전히 내가 잘못했지. 생각해 보면 난 여러모로 부족하고 멍청했었다. 널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날 이해 못 하는 널 설득시키려고만 했지. 이제와 미안하다고 하면 네가 받아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부질없는 일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늘 때를 놓쳤지. 그날의 내 잘못은 뭐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중략) 내가 네게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서류정리를 할 수는 없다. 나 역시 마음 한편에 너에 대한 원망이 있기 때문이지.


도대체 이혼을 안 해주는 이유가 뭘까? 어떤 원망이라는 걸까...

그와 8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눠본 대화다운 대화,,, 카카오톡을 읽고 또 읽고 정리해 보았다.


1. 지금의 별거하고 이혼을 논하는 상황이 남편이 원했거나 의도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협의이혼해 줄 수 없다.

2. 내가 별거하게 된 그날 이전부터 헤어질 구실을 찾고 있었고 폭언 폭행이 있자 기회를 잡은 듯이 별거를 시작하였기에 용서할 수 없다.

3. 사랑하지 않으니 헤어지고 싶다는 나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이혼요구를 용납할 수 없다.

4. 자신은 자기의 폭언 폭행으로 별거가 시작되었기에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헤어지자고 하니, 결혼생활을 지속할 노력을 하지 않는 나에게 협의이혼을 해주고 싶지 않다.

 

음... 휴...

할 말이 많지만.. 먼저 나는 헤어질 구실을 찾고 있지 않았고 그날 밤의 일이 없었다면 귀국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 있어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나 남녀 간의 에로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두근거림이 없어져서~ 마음이 식어서 너랑 헤어지고 싶다는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말이 아니다.

내가 그에게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고 싶다는 것은...

에로스뿐 아니라 가족으로서의 의리나 애틋함, 형제애 같은 정, 파트너십, 존경심 등의 긍정적 애정이 없어졌다는 것이고... 이것은 감정을 넘어서 그의 양말짝 하나도 대신 빨아주거나 인스턴트라면 하나도 정성 들여 끓여내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그를 위해 내 시간, 내 노력, 내 에너지의 작은 한 조각도 즐거이 쓸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 그를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헤쳐나갈 파트너나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 내 사랑이 식었냐고?

별거를 결정한 그 날밤의 폭언과 폭력은 계기가 되었을 뿐...

물론, 5년 동안 일본에서 고생고생한 내게, 빚잔치하고 부부가 함께 앞으로 결정하고 생활을 꾸려나가자는 내게 남편이 한 <내가 개돼지, 노예인가?>라는 말을 듣고 오만가지 정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별거하고 나니 느껴지고 보이고 더 잘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가 연락했어도 내가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헤어질 구실을 찾던(찾고 있었다고 착각하던)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말하지만...

지금까지(이 글을 쓰는 시간까지 벌써 만 9년도 훨씬 지났다)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고, 코로나 3년 동안 아이들을 보러 오지도 않았다.

이유가 있었겠지...

하지만 결국 그는 여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논하고 가족을 대하고 있다는 것!

그의 사랑이 싫고, 그가 그리는 가족으로 살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내게 결혼생활을 유지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말...

나의 별거 이후의 생활에 대해 읽으신 독자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나의 노오력을^^

그는 내가 아이들과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할 것이다. 그와의 관계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별거 이전에도 정말 노력했었기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나홀로 아이들 데리고 일본에서 15년, 그 중 별거 9년도 넘었다. 별거전에도 하고 싶은 사업 자기 맘대로 다 하고, 별거 9년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노력을 논하는 당신! 제발... 쫌 쫌!!!


나에게 남은 것은 이제

신앙 안에서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그것뿐이었다.    

고마워요~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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