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꿈 Oct 30. 2021

2개월 차 공립유치원 생활에 대한 감상(感想)

 임용고시 합격 이후 9월 발령을 받아 신규교사로 지낸 지 2달째.


 일 많기로 유명한 대형 신설 단설유치원이지만 좋은 교직원분들과 함께 하게 된 점에 감사했고, 모두가 신규였기에 취임식을 하면서 서로 벅차오르는 감정에 공감하고 또 다독여주기도 했다.


 취임식 소감에서 나는 그저, 그냥 다 좋다고 했다.

명절휴가비 이 만큼 받는 것도 좋고, 일과시간 일찍 마치고 수업 준비나 업무 보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좋고, 퇴근시간이 빠른 것도 좋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어린이집과 학업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았던 지난날이 스치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예산에 맞춰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재교구나 교실 환경 구성 물품 등을 양껏 제공해줄 수 있어서 좋고, 감사하게도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한 만큼 부모님들께서도 나를 교육자로서 인정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좋았다.

 물론 이런저런 개선하면 좋을 점들도 있겠지만 현재 2개월 차 병아리 신규교사로서 나는 그저, 그냥 다 좋다.


 사실 유례없이 바보 같은 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초보운전에 신규교사였기 때문이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부랴부랴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가 한 번은 우리 집 주차장 입구에서 지지직하고 차가 긁히는 바람에 수리비 25만 원을 지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그 사소한 기안문 작성법도 몰라서 매번 틀리고 고치고를 반복했고(자간이나 띄어쓰기 같은 것들 말이다.), 공문은 어떻게 열람하고 또 어떻게 보내는 지도 그렇게 헷갈렸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우스울지 벌써부터 짐작이 가지만 나는 그저 행복하다.


 일단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면서 교사를 신뢰하고 전문가로서 자율성을 부여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런 만큼 통제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만큼 아이들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고,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이 함께 마음껏 교실을 가꾸고 만들어나갈 수 있다. 누군가가 지시하고 평가해서가 아니라 나와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


 공립유치원에서는 교사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기적으로 학습공동체 시간을 갖는 것은 다들 하는 것일 테지만, 이런저런 연수와 주어지는 책자가 많다. 임용고시 공부와 더불어 이렇게 나의 지식이 쌓인 만큼 학부모 상담 때도 이전보다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성장하였음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부모님들께도 신뢰감을 드릴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더 유의미한 지원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공립유치원에서는 유아교육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크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의 성장 그 자체를 중심으로 교육철학을 가지며 그에 따라 순전히 아이들에 집중하고자 노력한다. 학습결과물,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느라 급급한 일과가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배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유아기 시기에는 다툼의 해결, 호기심, 깨닫는 순간의 기쁨과 같은 풍부한 경험이 밑거름이 된다.


 글쎄, 내가 운이 좋아서, 긍정적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노력해서 얻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행복하게 일하며 아이들에게서 웃음을 찾는 교사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아교육에 몸담고 싶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