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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Apr 03. 2022

현 누리과정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적용으로 유아들의 주도권이 확보되고, 더불어 놀이의 가치도 살아났다. 나 같은 경우, 현장에서 생활주제에 얽매여 운영하던 이전 교육과정에 답답함을 느꼈던지라 교육과정 개정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전 교육과정에 비해 제법 느슨해진 현 교육과정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고, 물론 그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유아 주도적이고, 유아를 중심으로, 유아의 관심사와 흥미를 지원하며 배움을 이끌어내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2019 개정 누리과정을 적용해보려고 하니 예상치 못한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구체적인 연령별 목표의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다.


 이를 테면 이러한 것이다. 유아들의 흥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현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교사는 유아를 유심히 관찰하고 배움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 순간에 적절한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아기의 아이들이 갖는 흥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무슨 자료든 가져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교실이나 기관 상황에 따라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만약 지원 자료를 마련해주는 것에서 시일이 걸린다면 이미 유아의 흥미는 다른 것으로 옮겨간 후일 것이다. 유아의 배움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센스와 즉각적인 지원을 위한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그래서 교사는 기록을 한다. 놀이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방법도 찾아가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연령별로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화 확장되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한 가지 예로,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교실 내 흥미 영역을 한정 짓지 않고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만 3세 유아들은 아직 흥미 영역의 개념이 무엇인지, 어느 영역에서 어떤 류의 놀이가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만 3세 1학기에는, 전통적인 흥미 영역의 개념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빠르면 2학기, 혹은 만 4세에 올라가서 흥미 영역의 이름을 바꾸어보거나 영역을 없애보기도 하고 좁히거나 넓혀보는 것이다. 그렇게 만 5세가 되면 학기초부터 유아들은 스스로 영역을 구성하고 변형시켜보면서 교실환경 구성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약) 흥미 영역으로 든 구체적 연령별 목표 예시

1. 만 3세

-흥미 영역 알아보기

-흥미 영역 이름 바꿔보기

2. 만 4세

-흥미 영역 이름 바꿔보기

-흥미 영역 없애기/좁히기/넓히기

3. 만 5세

-흥미 영역 구성해보기(학기초)

-흥미 영역 변형시켜보기


 흥미 영역뿐만이 아니라 배변 뒤처리, 새 노래, 수한글 등등 여러 부분에서 이러한 개연성과 수준이 잘 짜여서 운영되어야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으로써의 누리과정이 확립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하나하나 구체적인 연령별 목표가 제시되면 또다시 이전 교육과정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일정 수준의 성취기준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유아의 놀이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실현해나가야 할 것이다.


 2024년 초1, 2학년부터 단계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다고 한다. 개정 내용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국어교육(한글 독해) 수업시수가 늘어난다는 것. 이를 고려한다면 만 5세 2학기에는 동화를 활용하거나 주변 환경 인쇄물, 책자 등을 통한 유아의 흥미 맞춤 언어교육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유아중심, 놀이중심이라고 일정한 성취기준이나 배움에 대한 목표가 없으면 안 되는데 자칫하면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기 쉬울 것 같다.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가장 큰 틀에서 교육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상위(하위) 학교, 상위(하위) 학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래저래 고민해보면서,

 교육이야말로 정말 정답이라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더 유의미하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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