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꿈 Aug 06. 2022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누군가 나에게 어린 시절이 그립냐고,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대답은 'NO'다.


 주변 또래 친구들을 보면 각자마다 취미생활을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산다. 이것도 어찌 보면 성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청소년기에는 온전히 학업에 열중하게 되는데 지금은 그 전 아동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아이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의 요구로 인한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할까?


 물론 즐겁고 행복한 날만 보낸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부도 분명 필요하고, 때가 있는 법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늘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없어,

 나는 오로지 학교와 학원만 가야 하고 공부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공부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는 걸까?

 무엇을 잘할 수 있는 걸까?


 학교를 다니는 내내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던  같다. 네모난 교실, 같은 교복, 같은 책상 자리에 앉아서 말이다.


 무엇을 하나 배우고 싶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보고 싶어도, 어딘가에 가보고 싶어도.

 항상 학교와 부모님(보호자) 동의가 필요했으니 결국 어른들의 허락 없이는 스스로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직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이니 당연했지만 그때는 그것이  이리 나를 옭아매는 족쇄같이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성향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고로 성인이 되어서 좋았던 것이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 일과부터 배우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모두 내가 내 힘으로 조율할 수 있게 되어서였다.


-


 내 또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하게 하는 말들이 있다. 공부를 목적의식 없이 그냥 했다, 학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밤늦게까지 야자(야간 자율학습)하는 게 싫었다... 어릴 때로 돌아간다고? 나는 돌아가면 더 놀 거야!


 행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건 바닷물에 소금이 다 마르는 것만큼 힘든 일일 것이다.


 그나마도 돌아가야 한다면.. 아예 유치원 시절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 시절 다녔던 병설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드문드문 남아있는데  기억들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리듬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소꿉놀이와 모래놀이를 즐기고... ' ' 아닌 놀이가 이제 보니 ' '이었다.


 어쩌면 내가 보낸 유아기가 곧 내 삶의 중요한 밑거름이자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이지만,

 마음껏 놀고, 마음껏 실수하고, 즐겁게 배울  있었던 시절이라면, 그래도 괜찮을  같다.

 그때만큼은 엄마 아빠한테 혼났어도, 친구랑 싸웠어도 그냥 신나게 놀면 다 잊고 행복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현 누리과정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