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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Sep 07. 2019

10년 전의 나는

2019/09/07

10년 전의 나는,

스물일곱의 내가

떳떳하고, 당당하고, 세련되고, 여유로우며, 눈 부시길 바랬다.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온화한 미소를 가졌으면서도 인정할 만한 노련함이 묻어나는 모습이길 바랬다.

스물일곱의 내가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사실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20대라는 인생의 선 위에 서서

그래도 스스로는 뿌듯함을 느끼고,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길

사람들을 아끼고, 그들 또한 나를 아낀다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지독하게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길 바랬다.

그렇게 스물일곱의 반 이상이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가?

나는 나만의 인생의 선을 따라 걷기도, 뛰기도, 쉬기도 하면서 앞을 향해 간다.

잠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느라

주위를 둘러보느라 주춤하기도 했던 것 같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나는 단 한순간도 내 삶을 소홀히 여긴 적이 없다.

내가 겪는 모든 순간들, 사랑, 우정, 슬픔, 불안, 분노, 예상치 못한 갈등과 고민 사이에서도

나는 그 모든 것에 충실했다.

나는 나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다.

나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

나의 연인을 존중하며 아낀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간을 맞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래, 10년 전의 내가 그렸던 스물일곱의 나는

그래도 꽤

괜찮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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