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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이 많고 바다도 가까운 강원도의 어느 동네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당시 관광지로 더 유명했던 속초나 강릉보다 양양은 어떨까, 싶었는데 어느샌가 양양은 너무 핫한 지역이 되어버렸지. 그래서 사람이 덜 찾아오리라 기대하며 고성으로 계획을 바꾸었어.
수도권을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가장 먼저 찾아가고 싶은 곳인데도, 정작 아직 고성에 많이 가보았거나 잘 아는 건 아니라서 틈이 날 때마다 고성의 구석구석을 잘 경험해보기로 했어. 한 번에 길게 머물지는 못하더라도 매번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주 너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고성군청이 있는 동네는 아주 복작복작하다는 점과 군사훈련 장소와 가까운 해변에서는 사격 소리가 정말 크게 들린다는 점을 발견한 것처럼.
줄곧 도시에서 살아서인지 혹은 이웃과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아직 동네를 충분히 즐기지 못해서인지 나는 내가 태어났거나 자라온 지역에 대한 애정을 느껴본 적이 드물어. 그래서 나의 의지로 선택해서 일상을 꾸려가는 지역에서의 감각은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고 두렵기도 해. 나의 관심과 흥미는 편협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시선이 누군가에겐 실례가 될 수도 있을 뿐더러 어떤 경우에는 나의 움직임이 내가 원하지 않는 형태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일방적이지 않게 천천히 고성에 다가가며 가능한 자연스럽게 그 안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노력해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야. 어떻게 하면 그 지역, 동네의 매력을 잘 살리고 본연의 모습을 잘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그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을 수 있을까?
2023.06.04.
기요.
다음 주에는 '선글라스'에 대해 적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