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맘다해 Oct 07. 2021

낯선 뮤지컬, <하데스타운>

신화를 알고 가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어요!

도착하기까지


초연작이나 신작이 오픈하면 되도록 초반에 관람을 했었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하데스타운>은 개막하고도 한 달여 만에 관람을 했다.  제목부터 낯선 <하데스타운>의 원하는 캐스팅으로는 계속 매진이라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인터파크의 애용하는 서비스 예매대기로 겨우 뒷자리 한 장을 구해 관람할 수 있었다.


늘 그랬듯이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외에 아무런 지식도 갖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다.  일요일임에도 2회 공연이 저녁 7시라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데스타운>은 개인적으로는 관객의 입장에서 좋아라 하는 객석 구조를 가진 LG아트센터에서 지난 9월 7일에 개막했다.  LG아트센터는 코로나 4단계 정책에 맞춰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의 ‘사회적 거리 두리’ 좌석 운영을 탄력적으로 달리하고 있었다.  제작사, 공연장, 티켓 판매처 모두 두세 배는 업무량이 늘었을 듯하다.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관람 중


65분의 1막과 20분의 인터미션, 70분의 2막, 총 2시간 35분의 러닝 타임이었다.  1막의 첫 장면을 보면서 상반기의 이슈작이었던 <그레이트 코멧>이 생각났다.  전체적으로 극을 이끄는 화자가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구성이 비슷했다.  <하데스타운>의 내레이터는 헤르메스다.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시 중 전력의 신이다.  헤르메스가 등장 캐릭터들과 좌우에 포진한 7명의 연주자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체 극을 이끌어 간다.  무대 위에 있는 연주자들 또한 <그레이트 코멧>과 동일한 구성이다.  같은 연출자인 레이첼 차브킨이 연출을 했다.  헤르메스의 인도로 포크와 재즈풍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2막이 끝날 때까지 대사와 노래가 한 몸으로 이루어진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 같았다.  송스루 뮤지컬은 공연을 많이 접해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하데스와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지만 실제 배경은 현대적이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라이브 연주 펍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음유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그 모습 그대로 극 중에 등장하여 봄을 불러올 노래를 만든다.  봄이 사라지고 겨울이 계속되는 무대의 시간들은 힘겹고 불안하고 고달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런 연출 의도 때문인지 무대를 굉장히 좁게 사용했으며 세트의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1막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오르페우스는 그런 현실을 타계할 희망과 구원의 존재이다.    


지하 세계를 지배하며 저승의 신으로 등장하는 하데스는 극 중에서도 지하의 신이자 광산을 운영해 엄청난 부를 축척한 권력자이다.  계속되는 겨울 탓에 굶주림과 추위를 피하려고 하데스와 계약을 맺고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추위를 피한 대신 영원히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죽은 상태와 다를 바 없이 하데스에게 메여있다.  기차를 타고 지하에서 올라와 지상의 세계에 봄과 여름을 선물하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 하데스타운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고 밝은  캐릭터이다.


오르페우스가 한눈에 반한 여인, 에우리디케.  에우리디케는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에게 결혼만찬은 어떻게 준비할 건지, 반지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의 질문을 던지는,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오르페우스의 사랑과 노래만으로는 살 수 없어 추위와 배고픈 현실을 피해 하데스와 계약을 맺고 지하로 내려간다.  프로그램 북에서는 그런 에우리디케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 현실을 타개하거나 벗어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은 생계를 위해 죽음으로써 하데스에게 굴복했고, 자신을 찾아 지하까지 내려와 사랑을 얘기하는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여전히 빵과 안식처만 있으면 된다는, 지독히도 이기적이고 의존적인 캐릭터이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랑 따위는 필요 없고 ‘돈만 있으면 돼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마음이 움직인 하데스는 그 둘을 지상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지만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따로 떨어져서 가며,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오르페우스에게 조건을 건다.  그리고 결말은 신화와 동일하게 펼쳐진다. 현실적인 에우리티케와 이상을 좇는 오르페우스는 이루어지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1막에서 밝은 조명을 끌고 들어왔던 무대 세트는 2막에서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변하지 않는다.  그 긴 여정을 그리기 위해 중앙 회전무대와 암전으로 길고 긴 길을 표현한다.  자유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음을,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인 정도였다. 


노래를 부르면 빨간 꽃이 저절로 피어나고, 봄을 되찾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굶주린 현실 앞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의심도 앞에서 무너지고, 그로 인해 에우리디케를 다시 지하의 세계로 보내야 하는 죽음도 바꾸지 못했다.  금기를 깨고 지하로 내려가 신에게 도전한 인간의 용기만이 가치 있을까.  결국 그 어떠한 것도 바꾸지 못한 노래가 희망과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의 운명을 바꿀 노래가 있는 곳, 하데스타운’이라는 메인 카피가 참 아이러니하다.



관람 후

 

공연을 관람하고 찾아본 <하데스타운>에 관한 기사나 프로그램 북의 대부분에는 ‘전 국민이 다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지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리스 로마 신화’, ‘익숙한 신화의 배경’이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다.  ‘관객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공연장에 들어선다’라는 내용도 있다.  참 배려심 없는 문구들이다.  공연을 관람하기로 했다면 어느 정도의 기본 스토리를 알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티케의 스토리도 어렴풋하게 결말만 알고 있었지 그들의 이름은 사실 몰랐다.  하데스나 페르세포네, 헤르메스도 몰랐다.  그래서 전혀 아름답지 않은 노래를 아름답게 들어야 해서 감정이 동하지 않았고, 끊임없는 송스루에 더하여 변하지 않는 무대도 살짝 지루함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어워즈 8관왕, 그래미 어워드 최고 뮤지컬 앨범 등을 수상한 최신작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 보인 의미 있는 작품임에는 확실하다.  또 신화를 현대적 무대에 올려 현실과 지하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구성은 충분히 8관왕을 수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의 콘셉트 앨범 <하데스타운>을 극화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극을 다 이해한 상태에서 한번 더 관람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연 정보 


기간: 2021.09.07(화)~2022.02.27(일)

시간: 화~금 19:00 / 토, 일, 공휴일 14:00, 19:00

장소: LG아트센터

티켓가: VIP석 150,000 / OP2석, R석 130.000 / OP1석, S석 100,000 / A석 70,000     

출연: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이지숙, 이아름솔, 박가람, 권상석, 김주영, 장호준, 남궁혜인, 양병철, 박주희, 신은총,

        박우빈, 김성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