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 번 시작하면 누구가 계속 할 수 있다.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카톡!!!’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맞이하는 큰 명절인 설날이었다. 핸드폰에서 단체 채팅 방 알림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평소 단체로 소속된 공간은 되도록이면 ‘알림 꺼두기’ 기능을 활용하고 있어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인원수 23명의 공간에 알고 있는 이름은 부인과 장모님, 장인어른, 처남, 처제 등 처가의 식구들이었고, 나머지는 알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 순간 눈에 띄는 메시지가 있었다.
“서 서방! 결혼 축하해야! 우리 조카와 예쁘게 잘 살길 바래요~” 라는 결혼 전에도 몇 번 뵈었던 아내의 막내 외숙모께서 보낸 내용이었다. “네! 축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답글을 남기는 건 순식간에 사라지고 즉시 ‘명절 때 몇 시까지 모일까요?’, ‘우리 집은 무슨 음식을 준비할까요?’, ‘이번에는 일이 바빠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는 다른 처가 식구들의 메시지로 즉시 나의 댓글은 이미 순식간에 사라진 후였다. 처음으로 느끼는 신기하면서도 기묘하며,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소 어색한 기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의 처가 식구와의 단체 채팅 방 소속은 어렵게 시작 되었다.
"어려워요!"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귀찮아서 하지 않을래요!"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용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나의 가족들이나 친척들은 단체 채팅 방을 활용하기 보다는 주로 어른 들께서 필요하면 통화를 통해 집안일들을 결정하고 우리들에게 알려주고는 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즉각적이면서도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방식의 소통은 나에게 어색하지만 다소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또 다른 단체 채팅 방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전히 다소 어색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덜 부담스러운 내용에 대해서는 가끔씩 댓글을 남기거나 한창 크고 있는 아이 사진을 활용해 근황을 알리는 나를 볼 때는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다소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특히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고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비슷한 또래인 삼십 대 중 후반의 나이에는 더욱 어렵다. 모두가 똑같지는 않지만 학업을 마친 후, 직업을 가지며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 따라 가정을 꾸리며 한 곳에 소속된 위치라면 무언가를 처음 시작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나 역시 그랬다. 멀게는 어느 정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시작하여, 근래에는 나와는 삼십 여년의 시간을 다르게 살아왔던 아내와 결혼식을 입장하는 순간도 어떻게 보면 처음 시작하는 것이게 무척 떨리고 두려움까지 일었다. 그러나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시작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물론 모든 것이 생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어느 부부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부부도 ‘청소를 언제, 누가 해야하는 것인지?’, ‘각각의 부모님들을 얼마나 자주 찾아 뵙고, 필요하다면 용돈을 드릴 것인지?’ 등등 누구가 고민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내 생각으로는 끝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시작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에 처음으로 이직을 했다. 졸업을 하고 인턴부터 시작한 직장이라 나름 애착도 많이 있고 여전히 그 회사의 문화나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나태해진 내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업무를 거치면서 익숙해진 업무 프로세스와 함께 많은 시간들을 보낸 동료 및 선, 후배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전만큼 열정적이거나 적극적이지 못하고 않고, 때로는 현재 내가 한 것에 스스로 만족하며 더 이상 스스로 발전을 하지 않는 모습을 가끔씩 스스로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회사 내/외부에서도 가끔씩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다시금 내 자신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때뿐이었고 이내 예전의 익숙한 내 모습으로 돌아오는 스스로를 내 자신이 용서하지 못하기에 찾은 것이 ‘이직’이라는 수단이었다. 너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못한다면 오히려 나 자신을 용서 못할 것 같아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해보는 이직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쉽게 하는 것 같은 이직이 나에게는 처음시작하는 것이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직을 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나 관련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직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게 말못할 고민 중의 하나이기에 스스로 속을 끓이면서 그냥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그나마 쉽게 시작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 보던 중 과장 최근에 입사한 후배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 후배도 처음 이직하며 회사를 옮겼고 전 직장과는 많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것이라 슬며시 차 한 잔 하자고 하면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대놓고 ‘왜 이직을 했어요?’라고 물어볼 순 없었다. 그 후배가 그렇진 않을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직장 내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알 수 있을 뿐더러, 그것은 만약을 대비해 그 회사를 계속 다닐 때에도 가장 좋지 않은 나에 대한 평판이나 선입견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가장 일반적일 수 있는 주제인 ‘요즘 어떻게 지내요?’ 라며 대화를 시작했고 다행히 직접적으로 ‘이직’에 대한 직접적은 언급은 없었지만 대화 중간 중간에 내가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그 후배도 나에게 얘기 해 준 가장 큰 내용은 ‘시작’이었다. 본인도 누구나 알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외국계 회사로 옮길 때 대부분 ‘왜 굳이 옮기려고 하니?’, ‘여기서도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말리는 분위기였지 새로운 시작을 권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작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주위 인맥을 통해 찾기 시작했고, 누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이직에 필요한 이력서 작성, 이직할 회사 분위기 파악하기 및 면접 준비 등을 끝냈고 원하던 새로운 직장에 이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을 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새로운 직장에서 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해 봤어?” 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1세대 총수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일을 벌일 때 주위 참모나 부하 직원들이 만류를 할 때 내뱉었던 말이라고 한다. 물론 그라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작을 하지도 않고 단지 해 본적이 없거나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인 반대를 하거나 말리는 주위의 반응에 대해 스스로 다시 한 번 시작하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 했던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시작을 한 일은 어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군 국내에 기반도 없던 자동차 산업이나 조선소 등의 결국은 지금도 누구에게나 기억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대단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을 없애고, 어떤 것을 시작하는 것이야 말로 거창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바꾸고 보다 나은 나를 기대할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처음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하면 누구가 계속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