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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명식 Mar 30. 2021

한 번은 어렵다. 그렇지만 계속은 쉽다.

2018년 1월 첫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직장 위치가 바뀌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출퇴근을 하면 좋을지 며칠을 고민했다. 차량을 운전하며 다닐 할 수도 있고, 버스로 이동할 수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지하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냥 아무거나 그때 상황에 맞게 타면 되지?’ 하면서 별 것 아닌 고민처럼 보이지만 교통 수단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 나에게는 나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나를 잘 알고 있는 아내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그냥 한 번씩 이용해 보고 결정하면 어때?”라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어 주었다. 끙끙대며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선 한 번 해보고 어떤 것이 나을지 아닐지 판단해보고 결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외국계 IT 회사에 근무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는 것이 많지만, 지난 십 여년의 시간 동안 바뀌지 않은 일종의 문화가 여전히 몇 가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과 미팅의 분위기다.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의 미팅이라 부담없이 내가 생각하는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가장 말이 많이 없는 부류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들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 일본 사람들은 활발한 토론과 논의보다는 진행되는 미팅의 분위기에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괜히 얘기해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아닐까?’, ‘이런 얘기 한다고 무시하는 건 아닐까?’, ‘쓸데 없는 얘기를 해서 또 다른 업무의 부담으로 오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혼자서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공유는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기 일쑤였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던 중, 과장이 되며 새롭게 꾸려진 팀의 팀장님과 미국에 있는 본사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겼다. 바뀐 업무 상 본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한 터라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겼고, 이는 나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는 팀장님과 동행하는 출장 길도 다소 불편한데 과연 어떻게 미팅을 진행하고 서로 간에 업무 정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앉고 비행기에 올랐다.


본사 담당자들과 업무 미팅을 시작하자마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팀장님께서 먼저 얘기를 꺼내셨다. 굉장히 찰나였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지금까지는 본사 담당자가 먼저 얘기를 시작하며 그에 따라 우리가 대응하는 방식이었다면 팀장님께서는 그런 방식을 완전히 바꾸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미팅은 내가 정신차릴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빨리 끝났다. 숙소로 돌아오던 길에 팀장님께 하루 종일 궁금해하던 질문을 했다


“팀장님. 어떻게 그렇게 본사 친구들과도 미팅을 잘 진행하세요?” 대답은 간단했다.

“한 번 해봤는데 어렵지 않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내가 그냥 먼저 시작해~. 요즘은 이렇게 하는게 쉽더라고. 서 과장도 한 번 해봐. 그래 그럼 내일은 서 과장이 시작해보자. 오케이? ”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에게 공을 넘기시고는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가까스로 잠이 들었고 그렇게 잤기 때문에 정해진 미팅 시간에 다소 늦게 참석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미팅 룸에 들어가자마자 그곳에 있는 모두가 나를 집중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준비한 것을 시작했다. “Let me share my opinion about that. And ~~~.”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나의 발표는 생각보다 술술 풀렸다. 나는 시작만 했을 뿐인데도 생각보다 활발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며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예상보다도 일찍 미팅을 끝낼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린 채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팀장님께서는 한 마디로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고 말았다.


“거봐! 서 과장~ 한 번 해보니 쉽지?”


존 맥스웰의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서 저자는 ‘포기하지 마라. 한 번뿐인 인생이다.’라 말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포기하지 마라. 한 번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누구나 생각은 많이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생각과 고민만 해보다 끝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지레 겁먹고 포기하거나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더욱 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깝게는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절감하는 친구나 선후배에서부터, 하늘을 날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비행기까지 발명하게 된 라이트 형제를 보더라도 한 번 시작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한 번 해보고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또 다른 시작을 금방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사원 시절 먼 발치에서나 볼 수 있던 담당 부서의 새로 부임하신 총괄 임원께서 항상 하던 얘기가 있다. 당신의 책무는 여기 있는 모든 부서원들이 한 번씩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크다는 것이었다. 색다른 접근법이었다.


이전의 리더들은 대부분 우리가 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을 했다면, 이 분은 그런 목표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시작하는 작은 것들이 모이면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배 부서원들도 적지 않게 당황하였지만 결국 그 해에 내가 있던 부서는 몇 년 동안 달성하지 못했던 실적을 내었고, 전 세계에서도 가장 성과가 좋은 부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한 번은 당신에 대해 물어라>>의 이철휘 저자는 솔선수범의 원리를 설명하며,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며 다른 사람에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바뀌어야 상대도 바뀔 것이며,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해야 그들이 따를 것이며, 한 두 번에 안 되면 세 번, 네 번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게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젊은이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체 게바라는 ‘혁명은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라며 시작과 행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 모두 책상에 앉아 고민과 생각을 하는 상상주의자보다는 직접 한 번 해보고 행동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어보자.


자전거 처음 배울 때를 기억하는가? 한 번 시작은 어렵지만 이후에는 결국 스스로 바람을 가르며 재미있게 자전거 타는 본인을 발견한 것처럼, 무엇이든 시작해보며 내일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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