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늦는 친구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요?’ 라는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다. 친구라는 특성이 있지만 3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고 1시간 기다릴 수 있다는 응답도 무려 16.6%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부분은 5분 이하도 기다릴 수 없다는 응답률도 7%나 되었다. 특히 3.3%의 응답자들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약속이 철저해서 1초도 용납못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약속 늦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왠만하면 기다리지 않고 약속장소를 떠나기도 한다. 이런 나를 알던 친구들의 경우 약속 장소 늦는 경우가 없지만 나를 알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단 몇 분도 못 기다려주지 않냐며 야속한 눈길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약속 시간은 서로간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는 약속 시간 늦지 않는 것을 지금도 가장 큰 기본적 개인적 예의라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철저함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추세다. 늦는 사람들은 조금 늦으면 통화나 문자 또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시간을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면 몇 분 정도는 금방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이해를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관계나 허물없는 친구라면 괜찮다.
그렇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약속에도 늦는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은 광경이다. 세일즈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가장 먼저 만난 분은 나를 뽑아준 상무님 였다. 당시 부서 사정 상 본부장님이 팀장 역할을 겸하고 있을 때라 나는 상무님을 팀장으로 모시게 되었다.
주위에서는 신입 사원 임에도 너무 높은 분을 팀장으로 모셔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나에게는 그 분의 수 십년 경험을 가까이에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루는 팀원들과 같이 저녁을 같이 먹으며 그 분의 세일즈 시작한 햇병아리 시절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상무님의 별명은 이른바 ‘깔끔남’이었다. 업무 처리나 고객을 만나는 상황에서나 내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어진 별명이었다.
그렇지만 상무님은 처음부터 당신도 그렇지 않았다면서 젊은 시절 얘기를 해 주었다. 당시 상무님은 공공 기관 담당 영업 대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 십년 전 공공기관과의 개별 약속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몇 달간 공 들인 고객과 저녁을 먹을 기회를 가졌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평소 보다 빠른 속도로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술이 몇 순배 돌 때까지는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분위기에 취해버린 나머지 본인의 평소 주량 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었고 겨우겨우 마무리를 했지만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고객과 9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너무 많은 양의 음주로 깜빡 늦잠을 자버린 나머지 고객과의 약속을 못 지킨 것이다.
그렇게 고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고 몇 달간 공들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는 고객도 너무 냉정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지만 상무님의 한 마디로 분위기는 정리 되었다. “약속은 기본 이야.”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한 때 ‘코리아 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말이다.
약속에 늦는 것이 그렇게 크지 않은 과오인 경우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약속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나라 사람끼리 만나건 외국 사람들과 만나건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 된 시대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습관과 비슷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상대의 존재감에 대해 하찮게 생각하거나 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많아 신중해져야 한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가 없다.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약속 지킬 수 있는 관련 앱을 통해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건은 습관화하며 기본의 기본임을 알아야 한다.
<<시간을 지배하는 절배법칙: 10분을 1시간처럼 1년을 10년처럼 쓴다>>를 보면 정해진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얘기가 나온다.
D 그룹의 L 회장님의 사례로 회장님을 모시고 중국여행을 간 얘기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회장님이 이미 나와 있어서 일행은 당황했고 다음 날은 약속 시간보다 7,8분 미리 나왔는데도 역시 회장님이 나와 계셨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 다음 날은 20분 정도 일찍 나갔는데 그랬더니 회장님을 다리고 나오는 것을 마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간도 원래 약속보다 15분 이른 시간이라 왜 이렇게 일찍 나오시냐고 회장님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15분 일찍 나가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네. 그 이유는 첫째, 일찍 나가면 서두르지 않으니까 여유 있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고, 둘째 미리 나가 있으면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고, 셋째 일찍 나가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서두르면 택시 등을 타야 하니 경제적으로 좋고……”
비단 회장님의 예가 아니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을 기본 예의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주위에 세일즈를 잘 하는 분들만 봐도 그렇다. 그 분들은 미팅에 늦는 경우가 한 번도 없다. 고객과의 미팅은 말할 것도 없고 내부 직원들과의 미팅도 철저히 시간을 지킨다.
나에게 소중한 시간을 사용한만큼 상대방에게도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속을 지키는 것은 나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기본부터 시작하여 세일즈 과정을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경제이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을 보면 ‘시간 도둑이 되지 마라.’고 하며 시간을 잘 지키는 고수들의 얘기가 펼쳐진다. 대부분은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을 기다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단, 약속 시간보다 단 5분이라도 늦는 사람은 첫 대면부터 뭔가 부족한 사람이란 평가를 내리게 된다고 한다.
시간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 고수들의 생각이다. 그만큼 시간은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지금이라도 시간 약속에 늦지 않는 것을 습관화하는 연습을 해보자. 약속 장소를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야 한다면 시간표에 맞춰 좀 더 빠른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막힐 수 있는 도로 상황을 고려하여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길을 나서보자.
그렇게 조금만 내가 노력해서 움직인다면 약속 시간에 절대 늦을 수가 없다. 또한 늦지 않게 이동하며 나에게 주어지는 조금의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시작이 어렵지 한 번씩 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그렇게 이루어진 습관에 더해진 나는 약속을 잘 지키고 시간 약속에 늦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덤이 된다.
전형적인 스파이의 형식을 약간 비틀며 재미있게 해석한 ‘킹스맨’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약속 지키는 것이 사람을 만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