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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명식 Mar 25. 2021

도서관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4차산업시대를 선도하는 스마트 K-도서관 구현'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 중의 한 내용으로, 4차산업시대 정보기술 동향을 반영한 이용환경 구축 및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촬영 등 미디어 창작공간을 조성하고 코로나 시대에 맞게 편리한 무인대출반납시스텝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국민 누구나 도서관 콘텐츠 활용 지원하는 스마트 지식정보서비스 구축을 하기로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 중에 나의 가장 큰 바뀐 점 하나는 도서관의 이용 빈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공장소이고 철저한 방역수칙에 따라야 하다보니, 도서관들은 정책에 맞춰 문을 열기도 닫기도 한다. 최근 2단계에는 그래도 책을 빌릴 수는 있기에 종종 이용하고는 있지만, 책을 집에 가져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읽고 소화하는 기분은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은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에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책을 빌리기 위해서나 아니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잡지 등을 읽기 위해 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요즘은 각 지역자치단체들마다 주민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도서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도서관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 관람 시간, 지역 주민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전시회, 유명 인사를 초청하여 진행하는 저자와의 대화 시간 갖기 등을 비롯하여 지역 주민들과 좀 더 밀착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공한다. 그래서 주로 주말에 도서관에 가는 나에게는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도 부족함이 없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온라인 위주로 되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고등학생 때 동네에 처음으로 구립 도서관이 생겼다. 내가 살던 동네에선 처음 생기는 것이었고 내가 다녔던 중학교 근처에 있는 곳이라 집도 가까워 자주 갔다. 특히 여름에는 당시만해도 많이 보급 되지 않았던 에어컨이 전 층에 설치 되어 있어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도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물론 더위를 피해갔지만 어쨌든 도서관에 가게 되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 교과 공부나 시험 기간 준비를 하는 건 기본이었다. 가끔씩 그냥 열람실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 지루하고 짜증 날 때 면 다른 층에 있는 영화 관람실에서 영화를 본 다거나 자료실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다소 지루하고 심심하게 보일 수 있는 일상 생활이지만 왠지 늦은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어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교실 한 곳을 도서관으로 바꾸어 책을 빌려주는 역할만 하다 보니 구립 도서관을 자주 이용 했었고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도서관은 나에게 보다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도서관의 개수가 많아진 것과 각각의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었다. 가장 큰 곳은 주로 학업을 위해 공부만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다른 곳은 논문 준비를 하거나 리포트 작성을 위해 준비된 자료가 많은 도서관이었고 또 다른 곳은 전산 실습장이 마련된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도서관들은 공강 시간이나 강의가 취소될 때 시간을 보내기 아주 적합한 공간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자료가 많은 도서관을 좋아했다. 책을 읽는 건 평소에도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각종 대백과 사전이나 전집 등의 자료는 구하기 어려워서 나에게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가끔씩 너무 재미있거나 처음 보는 내용에 흠뻑 빠질 때면 수업에 빠지기도 했을 정도니 나의 도서관 사랑은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가 가장 절정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의 도서관 찾는 횟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에 가지 않을 핑계거리가 많아졌다. 주중에 누적된 업무와 꼭 금요일마다 있었던 회식으로 주말에는 나 자신에게 이른바 ‘쉴 권리’를 주기 위해서 주말은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냈다. 금요일 회식이 없는 주말이더라도 왠지 놀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다 보니 내 스스로에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바쁜 직장 생활을 했으니 주말에는 좀 쉬어야 된다며 합리화하면서 나 자신에게 관대해졌다. 그런 생활을 10년하다 <<퍼펙트 세일즈>>를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물론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의 도서관 출입에 낯설어 1시간도 있지 못하고 나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도서관 생활에 익숙해졌고 책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를 찾기도 쉽고 글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던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쉬웠다. 책을 쓰기 위해 다시 도서관을 찾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들었다. 불과 집과 걸어서 1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그런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우리 부분의 소중한 결실인 해담이를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 이제 7살에 불과하지만 다행히 엄마나 아빠 또는 주로 양육을 돌봐 주시는 할머니와 책 읽은 것을 좋아하고 자기 전에는 책을 꺼내며 읽어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도 같이 가서 해담이가 좋아하는 분야인 공룡 관련 책을 구경하고 빌려오면서 새로운 책을 빌린 해담이의 밝은 표정은 아직도 항상 나를 다시 분발하게 만든다.


한 때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굉장히 유행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마음의 자양분과 양식이 되어주는 책을 소재로 하면서 온 국민에게 책 읽는 신드롬을 가져왔던 프로그램이다. 예능 최초로 현역 대통령이 나오기도 했고 총 15개의 방송상 수상 경력과 더불어 2002년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나름 대한민국에 선한 가치를 물들이는 프로그램으로 가끔씩 회자되기도 한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는 요즘의 시대를 돌아본다면 다시 한 번 부활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물론 제목은 ‘책책책 가까운 도서관에 갑시다!’ 로 말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밀착하여 독서를 유도하며 아이들에게는 가벼운 놀이의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평소 바쁜 생활에 활력이 되어줄 수 있는 장소로 말이다. 그렇게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하고 친숙한 장소여야 한다. 어릴 때부터 들인 습관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도서관에 들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으로 진행되기에 다소의 제약사항이 있겠지만 그래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큰 주제가 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코로나 이전처럼 정상화된 도서관의 시대에서 살고 싶다. 누구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찾고 싶은 것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도서관이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의 소중함이 꼭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시간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나의 모든 생활 중심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서관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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