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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먼드 마운틴 Jun 21. 2022

감전사로 죽은 나의 영혼들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폭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얘기했던 대철이가,

원인모를 감전사고로 죽었다.


대철이는 사업가였다.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 와서 판매했다. 이번에 들여올 물건으로 큰 마진을 남기려고 했다.


변수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노조가 파업하면서, 대철이의 수입품들이 평택항에 묶이게 됐다. 그 일로 대철이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며칠 후에 대철이는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발견됐다.


아이러니한 건, 대철이가 죽은 다음날,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


대철이 죽음 한 달 전에도 운동을 좋아했던 세희가 폭발사고로 죽었다. 끔찍한 일이었다. 세희의 죽음을 목격한 친구 말에 의하면, 두 달 이상 운동을 멈춘 세희가, 잠을 자다가 그런 봉변을 당했다고 했다.


세희와 대철이의 죽음 이후에 사람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이 둘의 죽음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주기적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술을 먹던 명구도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이뿐인가. 직장에서 동료와 불편한 관계였던 수진이와 정필이는 한날한시에 감전사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들이 2년여 전부터 한 달꼴로 한번, 발생해왔다. 때로는 두세 명이 한꺼번에 감전으로 세상을 떴다.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 어디서 감전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오늘도 쾅하고 터졌다. 유난히 큰 폭발음이었다. 전기가 합선되면서 불꽃이 터지는 짧고 강렬한 현상이다. 처음엔 기분이 찜찜한 정도였으나 반복될수록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과연 나의 두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냅스를 연결하고 있는 뇌세포의 폭발처럼 생각된다. 대철이, 세희, 명구, 수진이와 정필이는 나의 분신이었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인생은 유한하다. 빨간 고추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파란 고추가 먼저 떨어질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스트레스를 줄이자. 조급하게 살지 말자, 욕심을 내려놓자,라고.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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