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L 환경을 극복하는 힘
1) 코스북이란?
우선 여기서 말하는 코스북의 정의를 밝힌다.
기본적으로 Course book이라는 것은 한 과목(강의) 혹은 특별한 코스를 위해 만들어진 교재를 말한다. 다른 말로 Text book이라고 표현하는 교재, 교과서가 코스북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ELT 교재 출판업계 (English Language Teaching)에서는 이 코스북이라는 단어를 시리즈로 된 의사소통용 교재를 지칭할 때 사용하게 되었다.
*아래 예시 참고
2) 코스북을 가르치는 이유?
1. EFL 환경에서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언어를 배우기 힘들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영어를 배울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나가면 어디서든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사소통 스킬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나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웃풋은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환경에서의 영어를 ESL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 영어권 국가로 이민/유학을 갔거나 영어가 모국어와 동시에 공용으로 사용되는 곳에 사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환경에 있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가 아닌 학업이나 업무에 관련된 영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ESL -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First language는 mother tongue (모국어)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글을 한국에서 읽고 있다면 당신은 EFL 환경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FL -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영어가 외국어가 되는 것이다.
수업에서는 영어를 배우지만 그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오면 더 이상 영어를 쓸 곳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리딩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을 익히기엔 부족함이 있기에, 꼭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를 만나면 한국인들은 잘 지냈냐는 인사를 하거나 식사 여부를 물어본다.
해외에서는 눈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hi how are you, how's it going, what's up?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게도 줄줄 나오게 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습관이 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해외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는 그 순간순간마다 매우 어색해질 것이다.
영어수업에 오는 아이들 중에서 일찍 영어를 시작하여 코스북을 접하게 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습득하고 매일 사용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이 수업에서 배우는 표현들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바로 리딩으로 올라가게 된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표현들은 배우지 못한 채 계속해서 리딩 레벨만 올리게 된다. '문제 푸는데 읽기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패스해도 괜찮지만,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함 아닌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입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국에 살아서 언제 사용할지 모른다고?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때를 위해 입을 트게 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사용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굳어가겠지만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전혀 안 한 아이들보다 더 빨리 돌아오게 되는 것이 언어라고 할 수 있다.
2. 단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
코스북은 대부분 1-6단계로 구성이 되는데 교과 과정처럼 처음에는 나에서 시작해서 나의 가족, 친구, 우리 동네, 사회로 점점 확장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단어들을 배우게 되는데, 초반에는 숫자, 신체의 부분, 가족, 옷의 종류, 색깔, 모양, 날씨에서 점점 발전하여 친구들과 할 수 있는 활동, 교과목, 세상의 직업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 (helping my community)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법과 단어는 나선형 (spiral curriculum - a curriculum design in which key concepts are presented repeatedly throughout the curriculum, but with deepening layers of complexity, or in different applications. -출처: University of Detroit Mercy)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난이도로 계속 복습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hot, cold, cool, warm 정도였다면, 다음에 나올 때는 How's the weather? It's sunny, windy, cloudy, snowy 등으로 확장되고, 그 이후엔 저런 날씨에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따라서 아이들은 코스북을 통해 다양한 일상 어휘에 노출되고 단계적으로 학습 및 복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로 단어집 사서 외우지 말고 우선 코스북부터 차근차근하면 기본 어휘는 익힐 수 있다.
3. 문법이 쉬워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
문법을 왜 배우는 걸까?
결국에는 읽고 말하고 쓸 때 좀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문법 (규칙)을 배우는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시험 (내신, 수능, 토익 등) 대비를 위해서 문법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을 위한 문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곡차곡 인풋을 쌓아 올리다 보면 문법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데,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가 예전에 배웠던 방식으로 영어 실력은 초급인데 문법부터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배운 문법은 절대 오래가지 못하며 적용이 너무너무 어렵다. 배우는 입장, 가르치는 입장 모두 너무 힘든 모습이 자동으로 그려지는 순간이다.
(*문법 공부는 나중에 따로 설명할 예정이다.)
우리는 코스북에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말하기의 패턴을 익히게 된다.
코스북이나 혹은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이 실제적으로 덜 쓰이고 필요 없는 문장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마치 미드에 나오는 그런 말들만 실용적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래 문장을 보자.
Are you a student?
Are you a boy/ a girl?
The cat is in the box.
보면 뻔히 보이기에 절대 묻지 않을 질문들이라 비판하지만, 확장해서 보면 이러한 문장들은 추후에 배우게 될 더 어렵거나 실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문장을 배우는 초석을 깔아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저런 문장들을 배우고 계속 쌓아가다 보면
Are you the student who gave a speech about social media the other day?
I have lost my key. I remember I put it in that box last night.
이런 문장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단편만 바라보지 않는 게 중요하며 다양한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나만의 영어 상자 안에 문장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다른 예로 비교해 보겠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치고 있다.
얘들아, Be 동사 현재는 am, are, is 가 있어.
I am, you are, she is, he is, it is
I _____ at the playground.
I니까 뭐가 들어가야 할까?
I am at the playground. 맞았어.
일반동사는 의문문과 부정문을 만들 때 Be 동사처럼 그냥 not을 바로 가져올 수 없어.
그래서 우리는 do나 does를 넣어서 만들어야 해.
I, you, we는 do를 she, he, it 같은 3인칭 단수는 does
그럼 이 문장을 의문문과 부정문으로 만들어 보자.
She goes to school.
goes는 일반동사이고 현재, she는 삼인칭 단수니까
Does she go to school?
이렇게 배우면 기억에 남고 편하게 쓸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규칙을 외워야 하고 규칙에 맞게 끼어넣다 보니 너무 어려운 마음이 들어 문법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영어는 왜 이런 규칙이 있어서 날 힘들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법을... 아니 영어가 싫어지기 시작한다.
읽기 (원서)와 말하기 (코스북)로 배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장을 익힌다.
아래 문장들을 볼 때 you는 2인칭이니까 do, she는 3인칭이니까 does를 배워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What do you do on weekends?
What does she do on a rainy day?
일단 주어진 문장을 여러 번 말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책을 통해 다양한 패턴의 문장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간다. 이러다 보면 입에서 자연스럽게 웅얼거리게 되고, 보았던 패턴들이 계속해서 인지되기 시작한다.
눈에 점점 띄는 표현들이 많아지고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얘는 왜 ing가 붙을까?
여긴 왜 s가 붙어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생겨나고 (안 생기는 경우도 물론 있다.) 문장이 차고 넘치게 머릿속에 들어오면 그때가 문법을 해줄 때다. 그러면 아이들은 훨씬 더 수월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본적이 많은 문장들이기에 자연스럽게 빈칸에 들어갈 표현을 알고, 문법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감으로 이해하던 문장들이 더 잘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전히 문법적 오류나 해석적 오류는 있겠지만... 그래도 영어가 싫지는 않다. 하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찬찬히 거쳐야 아이들이 영어를 더 오래 즐겁게 배울 수 있게 된다.
3가지로 정리하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오랜 기간 가르쳐 본 결과, 영유나 환경적으로 다른 노출이 없었던 이상 코스북은 아이들의 말하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혹시 가정에서 혹은 학원에서 코스북을 할지 말지 고민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어떤 책이든 다 도움이 되니 가정에서는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책, 원에서는 선생님이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콘텐츠를 골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언어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잘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