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아주경제>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 도입에 이어 계정공유 금지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계정공유 금지를 시작하기 전에 일부 국가에서 계정공유를 금지 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시각으로 5월 23일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미국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5월 23일 계정공유 금지 이후인 5월 26일과 5월 27일 사이에 10만 명 정도 늘어났다. 안테나는 이와 같은 가입자 증가가 코로나 초기 봉쇄 기간인 2020년 3월과 4월 수준을 넘어서는 가입자 증가 추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과 그 이후 취해진 조치인 계정공유 금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렸다.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금지가 넷플릭스의 기대대로 가입자 순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과 이용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가입자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 모두 존재했다. 당분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넷플릭스 계정공유 금지는 단기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계정공유 금지를 도입하기 전인 2023년 4월에 발표한 IR 자료에서 캐나다, 뉴질랜드, 스페인, 포르투칼 등 4개국에서 계정공유 금지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Netflix(2023). Final-Q1-23-Sharelolder-Letter). 하지만 위에 언급한 4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큰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아직 넷플릭스에서 공식적인 데이터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넷플릭스 계정공유 금지가 미국에서 가입자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업자가 계정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산업적, 문화적 행위를 가진 서비스 방식이었다. 전통적인 방송은 가족이 함께 가정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는 매체였다. 하지만 OTT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족 단위보다는 개인이 이용하는 개인 매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계정을 공유해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친분을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이라는 실용적인 목적도 중요하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취향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즉, 레거시 방송미디어가 가정이라는 고전적인 단위를 연결해 주는 매체였다면 OTT는 계정공유라는 새로운 문법을 통해 친분과 취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시켜 주었던 서비스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OTT는 기본적으로 개인화된 매체로 출발했지만 계정공유라는 이용 관행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통한 공동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계정공유는 이용자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계정공유를 통해 OTT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요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만족할만한 이용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OTT 사업자들이 대체로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복수 SVOD 이용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옵션이기도 했다. 광고요금제를 이용하게 되면 이용자 입장에서 광고를 보는 불편을 감내하면 요금 인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계정공유가 가능하던 시절보다 복수 OTT 이용이 보다 편리해 질 수도 있다. 물론, 넷플릭스 이외의 다른 SVOD 사업자들도 광고요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을 전제할 때 가능한 옵션이기는 하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과 계정공유 금지는 연결되어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으며, 넷플릭스는 광고요금제 도입과 긴밀히 연결된 정책이 계정공유 금지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해왔다. 광고요금제 도입에 이은 계정공유 금지는 OTT 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과 OTT 시장 내 경쟁 문법이 달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의 압축적인 성장 이후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진 OTT 사업자들은 기존 가입자 방어와 신규 가입자 유치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오리지널 콘텐츠, IP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광고요금제 도입과 계정공유 금지는 이용자 측면에서 보면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지점이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요금제 도입과 광고요금제 도입을 유도할 수 있는 계정공유 금지는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매출 증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수의 이용자가 광고요금제로 갈아탄다면 매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티빙, 웨이브 등 넷플릭스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내 OTT 서비스들의 경우 이를 고려할 때 광고요금제 도입과 계정공유 금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의 경우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금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상황이 국내에서도 재연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나 미국의 추이를 볼 때 넷플릭스 계정공유 금지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계정공유 금지 이후 늘어난 넷플릭스의 가입자 중 광고요금제에 가입한 가입자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광고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어떠한 양상이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적자를 감수하고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OTT 사업자들과 여전히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는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OTT 활성화 이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광고요금제 도입 이후 넷플릭스가 선택한 계정공유 금지는 또다른 중요한 변화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OTT, 레거시 방송 미디어 사업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출처: https://www.ajunews.com/view/20230629090125589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아주경제>에 6월 30일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