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환 Jan 12. 2019

"제발 징징거리지들좀 않았음 좋겠어"

목수J 작가K(3회)

어느날 J가 이렇게 말했다.

특유의 짜증섞인 말투다.  

나는 나에게 하는 말같아 움찔한다.

그는 종종 이런 식으로, 날 두고 하는 말을 제삼자의 이야기처럼 둘러 말하곤 했으니까.

“왜, 또, 뭐가 또, 왜?”

내가 물었다.

“아니, 뭐, 맨날 이것들은 힘들다, 외롭다, 빠듯하다, 불안하다, 불행하다... 병신들이 왜 그렇게들 질질 짜대는지 모르겠어.”

나는 확신한다. 분명히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번에 내가 술먹고 신세타령하면서 좀 울었다고 이제 듣기 싫다는 거지?

그만 좀 하란 거지?

지난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식구들이 받는 고통을 모른척해야 하는

비애에 대해

내딴에는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했던 건데,  


이 자는 점점 남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가.

나는 앞으로 이 자 앞에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J가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

“어, 너 머리 새로 했어? 거 예쁘네... 하는... 이런 말 있잖아.”

나는 또 이 자가, 그런 잉여로운 소리는 개나 주라고 하겠거니 생각한다.

“어. 그래서?”

“요새 일이 잘 안 풀려? 표정이 안좋아 뵈네.. 뭐 이런 말...”

당최 이건 무슨 소린가.

“왜? 듣기 싫어했잖아, 그런 말.. 하기도 싫어했고.”

“그랬지.”

“그런데 왜 갑자기?”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인데. 그런 사소한 관심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형이 그런 말을 하다니, 어색한데...

그거 혹시, 징징대는 사람들한테 해주는 말인 거야?

“아니지. 징징대기 전에 해줘야 좋은 말인 거지.”

“징징대기 전에?”

“내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당신의 사소한 것까지 관심갖고 지켜봐주고 있다는 게

살면서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되는 거야.”

“음... 징징대기 전에...”


나는 실제로 위의 두 사건 중 어떤 게 먼저 일어난 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위의 순서대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저랬는데 이렇게 변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순서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위 상황은 다르게 보인다.


순서에 상관없이, 그는 오랫동안 이 두가지 생각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고.  

그리하여

무엇이 잉여인지는 고정된 게 아니라고.

우리도, 잉여들도...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가구는 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