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J 작가K(3회)
어느날 J가 이렇게 말했다.
특유의 짜증섞인 말투다.
나는 나에게 하는 말같아 움찔한다.
그는 종종 이런 식으로, 날 두고 하는 말을 제삼자의 이야기처럼 둘러 말하곤 했으니까.
“왜, 또, 뭐가 또, 왜?”
내가 물었다.
“아니, 뭐, 맨날 이것들은 힘들다, 외롭다, 빠듯하다, 불안하다, 불행하다... 병신들이 왜 그렇게들 질질 짜대는지 모르겠어.”
나는 확신한다. 분명히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번에 내가 술먹고 신세타령하면서 좀 울었다고 이제 듣기 싫다는 거지?
그만 좀 하란 거지?
지난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식구들이 받는 고통을 모른척해야 하는
비애에 대해
내딴에는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했던 건데,
이 자는 점점 남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가.
나는 앞으로 이 자 앞에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J가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
“어, 너 머리 새로 했어? 거 예쁘네... 하는... 이런 말 있잖아.”
나는 또 이 자가, 그런 잉여로운 소리는 개나 주라고 하겠거니 생각한다.
“어. 그래서?”
“요새 일이 잘 안 풀려? 표정이 안좋아 뵈네.. 뭐 이런 말...”
당최 이건 무슨 소린가.
“왜? 듣기 싫어했잖아, 그런 말.. 하기도 싫어했고.”
“그랬지.”
“그런데 왜 갑자기?”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인데. 그런 사소한 관심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형이 그런 말을 하다니, 어색한데...
그거 혹시, 징징대는 사람들한테 해주는 말인 거야?
“아니지. 징징대기 전에 해줘야 좋은 말인 거지.”
“징징대기 전에?”
“내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당신의 사소한 것까지 관심갖고 지켜봐주고 있다는 게
살면서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되는 거야.”
“음... 징징대기 전에...”
나는 실제로 위의 두 사건 중 어떤 게 먼저 일어난 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위의 순서대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저랬는데 이렇게 변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순서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위 상황은 다르게 보인다.
순서에 상관없이, 그는 오랫동안 이 두가지 생각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고.
그리하여
무엇이 잉여인지는 고정된 게 아니라고.
우리도, 잉여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