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와의 동행
맨발로 걷는 모습은 요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몇 해 전 문경새재길을 맨발로 걸어보곤 딱히 기회가 없었던 지라 오랜 친구에게 동행을 청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모산을 가려니 너무 유명한 곳이라 혼잡할 것이라며 친구 집 근처의 불곡산이 좋다 하였다. 분당 수내역에서 가을이 익어가는 탄천길을 끼고 조금 걷다 보니 불곡산입구다. 소박한 입구와 완만한 길이 친구가 말한 대로 정말 숨겨진 보물 같은 길이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해발 300여 미터 정상을 거쳐 내려와 있다. 친구는 자주 가는 맨발산행이라 익숙하지만 혹시나 하며 연신 내 걱정을 해준다.
근 6-7년 만에 얼굴을 마주 대했지만 어제 만난 듯 편안하다.
불현듯 친구가 묻는다.
신이 있니?
허, 참…
맨발이쟎아!
그는 교회에 다니고 나도 성당에 다닌 줄 알면서 툭 던지는 말,
입에 발린 말이 아닌 가슴의 말이 필요한 듯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들…
에둘러 답할 수 없는 답을 변명하듯 말했지만 개운하지 않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 그도 쉽지 않았겠지만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제도화된 종교가 신을 낱낱이 쪼개고 있다.
억지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고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불현듯 알 순 없어도 알아차릴 순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깊어가는 가을날
조용히 침묵 속에 음미할
좋은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