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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Apr 24. 2022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로맨스판타지 독자층을 넓히는 방법

2022 슈퍼 웹툰 프로젝트에 관하여


2022 슈퍼 웹툰 프로젝트 1차 <세이렌>(좌), 2차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우)


지난 3월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022 슈퍼 웹툰 프로젝트’ 일환으로 TV,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 광고에 로맨스판타지 남자주인공으로 분한 배우 이준호가 등장했다. 1차로 공개된 작품 <세이렌> 편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소문난 차가운 북부 대공 ‘발렌타인’을 연기했다. 2차로 공개된 작품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에서는 오해로 얼룩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후회하면서도 계속해서 여주에게 다가가는 남자주인공

‘블루밍 윈터’를 연기했다.


‘정말 영리한 전략이다’.

광고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로맨스판타지 장르는 2차 저작물로 재생산하기 대단히 어려운 장르이다. 서양풍 베이스 작품이 많고, 동양풍이라 하더라도 고증에 맞지 않는 가상 세계관이 배경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사영상화에 큰 제약이 있다. 물론 2차 저작물 재생산 방법은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 다양하다. 노블코믹스는 웹소설이 웹툰으로 재창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2차 저작물이기도 하다. 다만 가장 대중친화적인 방법이 ‘영상화’이기 때문에 로맨스판타지 장르는 흡사 가장 큰 메리트가 될 방법을 잃은 듯 보인다.

(윗줄)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 원작과 웹툰 표지 / (아랫줄)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원작과 웹툰 표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역발상으로 편견을 타파한다. 영상화되기는 어렵지만 독자가 캐릭터를 투영해 상상할 만한 실사 인물을 활용해 더 많은 독자를 유도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20~30대 여성에게 압도적 인기를 얻는 배우 이준호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이준호는 아이돌 그룹 2PM 시절 활동곡 ‘우리집’ 직캠으로 이미 작년부터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고 있었고,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명실상부 최고 인기 배우 반열에 올랐다. 심지어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소설이 원작이며 웹툰까지 제작된 작품이다. 로맨스판타지 독자층 공략이 가능한 동시에 소설과 만화에 실사 느낌을 부여하는 방법을 아는 배우는 여러모로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광고 전략도 주효했다. 작품마다 3-4개 버전으로 제작한 광고에서 키포인트가 될 만한 대사를 무음 처리하고 해당 대사가 등장하는 회차를 안내해 독자 유입을 이끌어냈다. 기존에 작품을 소비하던 팬이라면 입모양만 보고도 알 유명한 대사지만, 신규 독자는 해당 회차를 클릭하게 되는 신선한 접근이었다. 혹여 고정 독자로 유입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회차 클릭을 유도할 정도로 독자를 구체적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광고 효과는 놀라웠다. CF 자체로 공개 1시간 만에 100만 조회수를 달성했으며, 웹소설과 웹툰 모두 광고 공개 전 대비 약 2배 가량 조회수가 상승했다. <세이렌>과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광고가 모두 공개된 이후에는 두 작품을 함께 묶어 이벤트도 진행했다. 두 남주 중 더 선호하는 남주를 투표하고, 각 작품에서 더 많은 회차를 소비하는 독자에게 미공개 굿즈를 추첨해서 선물하는 내용이다. 준호를 향한 덕심과 독자가 실제로 웹툰을 소비하게끔 만드는 루트까지 후속 이벤트에 철저히 반영한 방법이다. 추후 슈퍼 웹툰 프로젝트가 어떤 장르의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또 어떤 방법으로 독자 범위를 넓힐지 귀추를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 시리즈 광고 (좌-<재혼황후>, 우-<하렘의 남자들>)


실사 배우를 이용한 광고는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수애, 서예지, 주지훈, 김윤석 등 톱배우를 기용해 화제를 모은 네이버 시리즈 광고가 처음이었다. 특히 시리즈 대표작품인 <재혼황후>와 <하렘의 남자들>은 캐릭터와 잘 매치되는 배우를 기용해 웹소설 독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슈퍼 웹툰 프로젝트는 배우 기용에서 더 나아가 작품 소비를 적극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좀 더 발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One Source Multi Use를 넘어 서로 다른 콘텐츠가 상호보완되는 관계를 이루는 트랜스미디어 시대까지, 콘텐츠 IP를 활용하는 방법과 범위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영상화가 어려워 보인 로맨스판타지 장르 작품도 <재혼황후> 드라마화 소식 이후로 옛날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영원히 불가한 영역도, 반드시 정해진 방향도 없는 콘텐츠 확장의 세계. 다음에는 또 어떤 기발한 크로스오버가 탄생할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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