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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Aug 27. 2021

당신의 여행은 안녕하신가요?

세계 여행자가 찾은 나만의 여행 방식


여행이 일상이었던 몇 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여행'이라는 단어가 어느 뜬 구름 잡는 소리처럼 되어버렸다. 분명 최저가 비행기를 매일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처럼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여행은 안녕하지 못해 졌다. 아니, 적어도 내 여행은 매우 안녕하지 못했다. 자유로운 직장과 금전적 여유가 받혀주는데도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그동안의 여행은 안녕했을까 생각해보니, 참 다양한 여행을 시도해보며 어느 정도 나에게 어울리는 여행 방식을 찾아나갔던 것 같다.


21살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500일간 여행을 했었다. 현지인 집에서 숙박하며 여행하는 '카우치서핑', 최저가 호스텔 여행, 횡단 열차 여행, 친구와 부모님과의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하며 나름대로 가장 '나 다운' 여행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첫 배낭여행을 떠났던 21살, 고작 140만원과 16kg의 거대한 배낭을 갖고 45일간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떠났다. 첫 여행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콤플렉스였던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매일 새로운 현지인들을 만나며 여행하는 '카우치서핑 couchsurfing' 여행 방식을 택했다. 호스트와의 대화가 끊기지 않게 미리 머릿속으로 다양한 대화 주제를 생각해갔고, 힘들어도 호스트들이 제안하면 함께 여행하며 정말 '열심히' 여행했다.


내가 묵었던 카우치서핑 공간들과 배낭 (2011)


그 후 40일간 인도와 네팔 배낭여행을 하며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을 완주하였고, 3주간 대학 친구들과 동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그리고 엄마와의 한 달간 유럽 여행 후, 홀로 2달간 서유럽과 터키를 여행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오는 3달간의 대장정 여행을 거쳤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2012)


이렇게 여행하던 어느 순간, 너무 열심히 애쓰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좀 더 little bit more!'를 외치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더 많이 경험하며 여행하려는 나 자신을 보며 안쓰러웠다. 여행 와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나를 스스로 마주하며 나의 '여행 travel'과 '여행하는 이유 reason for travelling' 그리고 '행복 happiness'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카우치서핑을 그만두었다.


페루의 와카치나 (2016)
터키 카파도키아 (2014)
미얀마 바간 (2015)


나름 긴 시간을 여행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순간들을 마주하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항상 나 혼자였다. 별이 쏟아졌던 안나푸르나의 밤하늘, 미얀마 바간의 템플 위에서 홀로 석양을 바라보던 순간,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떠오르는 열기구를 바라보던 이른 새벽 날, 그리고 페루의 어느 작은 서핑 마을에서 창문에 가득 찬 바다를 바라보던 날이 나의 가장 찬란했던 여행 조각들이다. 물론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여행으로 더 값지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여행의 가치가 '더 많은 경험'이 아닌 '나의 행복'으로 바뀌면서 마음 한 켠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콜롬비아 살렌토 (2016)
일본 삿포로 (2018)


그 후의 여행은 확실히 편안했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를 한 달간 여행한 후, 4달간 중남미 여행을 떠났고, 그 후엔 한 달 반 동안 모로코와 포르투칼을 여행했다. 이렇게 계속 여행하는 이유는, 여행이 나의 영감 inspiration이자 충전소 refreshment 이기 때문이다.


찬란한 도시 불빛보다 광활한 자연이 더 좋고, 멋지게 차려입은 드레스보단 동네 마실 가는 것과 같이 차려입고 시장을 떠도는 나의 모습이 좋아서 여행을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왜 여행을 하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여행이 나에게 맞는 여행이었는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길 바란다. 브런치 <디자이너의 500일 세계여행> 매거진에서는 그동안의 여행 경험, 여행 방식과 디자이너가 여행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여행대학' 강연, 아트웍 전시, Traveldaily 일력 등)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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