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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서영 Mar 24. 2019

5년 차 통학생의 일기

버스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개강 3주 차. 

4학년이지만 반수를 했기에 어느새 통학 5년 차인데, 이번 주는 통학이 새삼 너무 힘들었다. 3일 연속으로 고속도로를 지나는 광역버스에서 서서 가는데, 그게 너무 서러웠다. 


7학기 세미 취준생인 나는 통학길에 신문 기사를 읽곤 했는데, 그러면서 가끔 분노하기도 감동받기도 했었는데, 20분을 가까이 기다렸는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버스에 타고, 앞문으로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나를 잽싸게 지나쳐 뒷문으로 타버리는 순간, 뉴스 기사를 읽으며 함양하고자 했던 정의감 따위는 너무 우스운 게 되어버렸다. 피해의식과 억울함만이 남았다. 


사람이 형이상학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세상에서 제일 같잖아진다. 당장 내가 학교를 앉아서 가지 못 하는 것, 기다린 시간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버스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학교에 간 이번 주에 배운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향유하는 것들이 누군가의 실존 앞에서는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게 세상의 절대적인 진리 인척,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정의 인척 나불대는 일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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