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회로를 돌리며 가동하는 유튜브 스튜디오
유튜브를 하고 있다. 시작은 소소했다. 계획적인 시작은 아니었다.
한 달 간의 휴식이 끝난 후, 내키지는 않지만 회사에 복귀했다. 나를 기다린 건 여전히 돌아있는 상사였고, 그럴 때마다 다짐했다. 꼭 누울 자리 마련해서 이 곳을 탈출하자고.
미쳐 있는 사람과 되풀이 되는 대화를 할 때마다 깜깜한 동굴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동굴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여기서 미적거릴 순 없으니까.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휴식을 마치고 막 복귀했던, 과거의 나는 괴로웠던 과거의 일상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다. 일에 치여 저녁을 뺏긴 삶. 개인의 삶은 한 개도 영위할 수 없는 삶.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서 시달리고 퇴근해 좁은 방에 들어가면, 힘 없이 방 바닥에 누워만 있는 삶.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지라도, 정신 없이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배우는 게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러한 다짐은 내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새내기 시절, 첫 사랑 같던 오빠와 헤어지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햄버거만 팔았었다. 처음에는 '이별의 아픔을 충분히 느껴보지도 않고, 이렇게 햄버거만 팔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머릿 속에 가득했던 이별과 오빠는 사라지고, 햄버거와 감자튀김만 남아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노동은 시련 극복의 수단이라는 것을.
직장인 부업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본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쉬워 보이는 것 혹은 마음에 끌리는 것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음악 유튜브 만들기 수업이었다. 일회성에 그치는 원데이 클래스였다. 그 전에도 음악 유튜브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구독자 수도 중요하지만, 누적 시청 시간도 중요하다. 유튜브 숏츠는 영상 길이가 짧은 편이기에, 노출은 쉽게 될 수 있어도 누적 시청 시간을 확보하기에는 쉽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음악 유튜브는 한 번 재생을 하면, 다른 영상에 비해 이탈자가 적다. 보통 시청자들은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재생을 멈추고, 이탈한다. 이유는 많다. 썸네일에 혹해서 재생했는데, 막상 보니 재미가 없어서. 더 관심이 가는 다른 영상을 발견해서. 혹은 바쁜 일이 생겨서. 이와 달리, 음악 유튜브는 배경 음악 재생을 위해 클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초반에 재생되는 음악들이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한다면, 이탈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음악 유튜브는 직장인에게 좋은 부업이라면서 '음악 유튜브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유튜브에도 꽤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 영상 중 하나를 보고, 도전을 한 적이 있었다. 시작을 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뜻대로 되진 않았다. 낮에 했던 극한의 정신 노동(=회사 일)으로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의지는 개나 줘버렸다.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혼자서 시작할 수는 없다.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에게 장치는 원데이 클래스였다.
클래스에서는 간단히 음악을 다운 받는 방법과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에 대해서 학습했다. 여러가지 팁을 배우고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심야 클래스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 후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 채널명도 기깔나게 지었다. 동료와 유튜브 채널명을 고민하며, 고심 끝에 채택한 채널명을 보며 킥킥댔다. 별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벗어나 나 혼자 사부작사부작거리며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며 밥벌이를 할 지는 모르겠다만, 나중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나만의 일을 뚜닥뚜닥 하는 걸 즐거워하지 않을까?
유튜브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수익 창출의 조건인 구독자 수와 시청 시간은 초라하기만 하다. 어렵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가장 어려운 건 2가지, 꾸준함과 첫 영상 업로드였다.
회사에서 돈을 벌기 쉬운 건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있기에 꾸준할 수 있다. 강제성 때문에 계속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내게 아직 유튜브는 수익 창출구가 아니며, 누가 칼을 들이밀고 시키는 것도 아니기에 강제성은 0이다. 그래서 본업하느라 지칠 때면 유튜브 편집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나는 머릿 속에 스친 생각들을 빠르게 실행하는 편이다. 그러나 빠르게 실행하는 것 만큼이나 빠르게 지치고, 빠르게 포기한다. 약 반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에는 세이브 영상도 엄청 많이 만들고는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정 근로시간을 엄청나게 상회하는 몇 주를 보내고 나니, 나에게 남은 건 수면욕 뿐이었다. 유튜브고 뭐고, 만사 제쳐두고 골골거리다가 얼마 전에 다시 유튜브를 재개했다. 유튜브가 돈을 벌어다줬으면, 만사 제쳐두고 유튜브를 했을 것이다. 수익 창출과 상관 없이 꾸준히 유튜브를 업로드 하는 채널주들, 정말 존경한다.
그 다음으로 어려운 것. 첫 영상 업로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엄청난 계획과 함께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유튜브도 그랬다. 내 유튜브의 콘텐츠는 무엇이며, 컨셉은 어떻게 할까. 음악 유튜버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나는 그들과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첫 영상 업로드가 무서워졌다. 그러다가 그냥 올리기로 했다.
린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보다는 가제품 형태의 프로토타입을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반응을 본다. 반응을 보고 완벽한 상태를 향해 계속 디벨롭한다. 이 원리를 내 유튜브 채널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분명 하다보면 콘텐츠의 색깔이 선명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무수한 시도를 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수한 시도 중이다. 그리고 꾸준함을 향해 부단히도 노력 중이다. 조회수는 세자리 수도 채 안되는 영상들이 많다. 구독자 수도 늘지 않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버닝해야 한다. 막말로 지금 배 곯은 상태는 아니니까. 거지 같더라도, 어찌됐든 돈은 벌고 있으니까. 다만, 때려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것일 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발버둥치는 모습 중 하나이고, 내게는 아직.. 발버둥 2, 발버둥 3 … 발버둥 100들이 남아있다. 때려칠 때까지 돈이 나오는 창구를 꼭.. 마련할 것이다.
소소하게 시작했고, 여전히 소소하다. 창대해지고 싶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