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나무숲 Mar 07. 2023

무기력이 분노로 바뀔 때 걸리는 시간

무기력 인간이 분노에 빠지려면 최소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단 3초면 된다.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이라면 3초만에 분노에 차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기력해질 때만 무기력한 가짜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이다.


상경의 꿈을 안고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 작년. 나는 기대가 컸다. 기대를 하며 합류한 조직에 실망하게 된 건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늘은 오질나게 남탓을 해보는 시간이다.


먼저, 의견 합의가 되지 않는 리더들. 다단계 보고를 거치는 이 조직에서 다단계 리더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실무자들 개고생한다는 뜻이다. 리더들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을텐데, 왜 그 자리에만 가면 그 시절을 잊는걸까? 아니면 그 시절에 우리처럼 일하지 않았었나? 실적만 챙기려는 다이아몬드들아, 정신 차리세요들.


둘째로, 상위 리더들을 아직도 잘 모르는 최하위층 리더. 작년에는 내내 적응 기간 운운하더니, 1년이 지나니 적응을 못해서 일 속도가 느리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처음부터 말이 안되었던거지. 적응 기간, 중요하다. 엄마도, 아빠도 다 처음이기에 적응 기간은 물론 맞춰나가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 시간동안에는 뭐했나? 노력을 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산하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요. 아묻따 그냥 귀 막고 딴 생각을 하시니 적응을 하실 줄 아시겠습니까. 모든 사람에게 귀를 막고 있으니 상위 리더들의 의견도 못 들을 수밖에요. 병원에 좀 가보세요.


셋째로, 산하 직원들을 인간 취급 안하는 리더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나. 육아휴직을 비롯한 법적 제도 쓰려는 직원들에게 골치 아프다고, 대놓고 말한 일? 계약직 직원은 먼저 그만두지 않을거라면서, 일 몰아주자고 한 일? 계약직 직원은 정규직이 되려고 열심히 할테니 쓰러질때까지 일을 주라고 한 일? 임신부 혹사시키는 일? 대뜸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산하 직원에게 자기를 위해 희생하라고 한 일? 높은 자리에 계시면 그에 맞는 생각을 하셔야하지 않을까요. 그 자리가 산하 직원의 생명줄을 끊는 자리는 아니에요. 언제까지 신이라도 된 냥 그러시게요. 직장 밖에서 그냥 커리어만 가졌을 때 그렇게 잘나신 분인가요? 잘났다고 해도 그럼 되는건가요?


마지막으로, 소통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 아니 인간들. 좋은 말투로 말하시면 말을 잘 한다, 소통을 잘 한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말투가 좋든, 나쁘든, 소통의 기본은 경청입니다. 상대방의 입장, 의견 깡그리 무시하고 웃는 낯으로 말하면, 그게 잘 된 소통인가요? 잘 포장된 웅변이지. 벽에다 말하는 기분이 들어요. 알고는 계신가요?말투가 예쁘든, 아니든. 상대방 고려안하고 의견 관철시키는 건 다 똑같으십니다.


이런 사람들만 있어서 이 조직은 이렇게 된 걸까. 아님 이 조직이 이상해서 이런 사람들만 남은걸까. 어찌됐든, 남은 건 이상한 사람들뿐이고. 나는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다. 누울 자리 마련하지 못해 어거지로 내일 또 가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


주말 내내 무기력했던 내가, 회사만 가면 분노로 차오른다. 분노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지. 덕분에 불안하지 않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언제쯤 사직서 내던지고 탈출할 수 있으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진심이었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