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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bsori Mar 15. 2023

복수까지 남은 기간, 77일

갈 곳이 정해지든, 정해지지 않든. 내 마음 속의 마지노선, 데드 라인을 정했다. 자정이 지났으니 이제는 77일이다.


그렇다. 77일 후면 탈출이고 해방이다. 이 탈출의 의미는 뭘까. 나 자신만을 생각하자면 '더 나아가기 위한 걸음'이고, 남아있는 그 사람들을 생각하자면 '복수'다. 날 못살게 군 사람들에게 던지는 복수. 복수까지 77일 남았다.


지난 주, 마음 먹은 후로 약간 홀가분해졌었다. 물론 정해진 건 없기에 기저에 불안함은 있지만, 그래도 무거웠던 마음이 좀 가벼워졌었다. 그리고 주말을 보냈고, 월요일. 아침부터 화가 났다. 그리고 화요일. 역시나 화가 났지.


왜 화가 날까. 매번 화를 내지 않기로 다짐한다. 요즘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다짐한다. 떠나기로 결심한 마당에 화를 내서 뭐하나. 유종의 미를 거둬야지. 잘 마무리해야지.. 소용이 없다. 그런 다짐을 개무시하게 해주는 그 녀석들은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다 같이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그냥 그 녀석들까지도 다. 나는 오늘 장문의 메시지로 아침부터 키보드 워리어처럼 활동했다. 바보 똥멍청이한테는 나는 싸가지 없는 년이겠지.


월요일에 바보멍청이는 업무가 언제 많이 생길지 모르니 유연 근로를 사용하지 말라고 선언했다. 유연 근로를 사용해서 특정 요일에 일찍 퇴근을 할 경무, 업무가 갑자기 위에서 내려왔을 때 대응할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러한 이유로 나에게 저번주 초과 근로를 지시했었다.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근데 불명확한 지시와 쓸데 없는 일로 초과 근로를 하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지 않나? 정규 근로 시간에 다 끝내면 남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자기 속도 기준으로는 밤 새야하기에, 그렇게 지시하나 싶었다. 실제로 지난주에 업무 시간에 다 끝내놓으니 초과 근로에 대해 별 말을 안해서 월요일의 선언은 무시했다.


그리고 화요일. 이상하게 내 근무 스케줄을 보고 싶었다. 이상했다. 내가 계획한 스케줄이 아니었다. 유연 근로 결재 상황을 보았다. 반려 당해있었다. 보통 반려를 하면 따로 불러서 이유를 설명하지 않나? 매번 승인을 했기에 그냥 승인이 된 줄 알았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우리 회사 근태 결재 시스템은 승인이 되어도, 반려가 되어도 일언반구의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어쨌든, 한 마디 말도 없이 반려를 한 거였다. 월요일의 선언으로 반려를 한 거였나?그렇다면 더 화가 났다. 관리자의 선언, 이해는 안 가지만 따라야한다고는 생각한다. 나한테 하는 말이었으면 따로 불렀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졌다. 오해가 있다고 했다. 자기는 지난 주에 내가 업무 대응으로 일찍 나온 날이 있어, 지난 주 스케줄을 수정하란 뜻으로 반려를 했다고 했다. 그래놓고 말을 안 했다고? 그리고 웃긴 건, 얘가 반려한 건 이번 주 스케줄이다. 지난 주 스케줄이 아니고. 이렇게 반박했더니 오해가 깊다면서 따로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


언제나 말뿐이고, 실천은 하지 않는 양반이기에. 떨어지는 업무 지시할 때만 잠깐 부르고, 날짜를 잘 못 보고 반려한 건에 대해선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나도 바라는 바다. 그냥 77일 간, 유연 근로 사용 안해야지. 그냥 휴가나 소진해야지.


자기 사전에 미안하다는 말은 없는 인간. 인간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건가. 최대 표현이 '잘못했다'다.


어찌됐든, 복수까지 77일 남았다. 77일도 긴 것 같은데, 동은이는 어떻게 18년을 기다렸지. 동은이를 생각하며, 나는 낫다고 생각하며 버텨가야 하나.


같은 날 입사를 한 동료가 말했다. 뉴런이 이런 감정에 익숙해져서 계속 이렇게 영영 쉽게 화내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으로 살아갈까봐 두렵다고.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진짜 그럴까봐. 여기에 머문 시간은 일년 남짓인데, 내가 이 조직을 벗어나서도 복구되지 않고 쓰레기가 되어갈까봐.


무섭지만, 그건 나중에 걱정해야할 문제고. 우선 탈출이 급선무다. 더글로리에서 동은이가 혜정이에게 연진이랑 사라 복수가 빨리 끝나서 시간을 벌었다고 했다. 나 또한, 갈 곳이 정해져서 복수가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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