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이별은 쌓여가고
스쳐가는 인연과 소중한 인연들이여, 안녕
예상치 못한 이별들을 마주하는 시기이다. 모든 존재는 고귀하고 소중하지만, 그 존재의 소중함과 중요함은 상대적인 것 같다. 우리 가족들에게는 내가 굉장히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의 웬수에게는 나는 티끌만도 못한 존재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과 연을 맺고 산다. 생계의 현장에서, 아파서 가는 병원에서,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지속하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영원한 인연은 없다지만, 이별을 마주할 때는 꽤나 슬프다. 요근래 우리 가족보다 더 자주 봤던 병원 치료사 선생님과의 헤어짐. 그 선생님에게는 정말 잘 된 일이었는데도 이제 볼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해 괜시리 씁쓸했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데도. 그리고 정들었던 운동 선생님과의 이별도. 내가 센터를 그만 다니면 끝나는 인연이었는데도, 왜 이렇게 이별은 슬플까?
그리고 15년을 살았던 우리 강아지도 떠났다. 본가를 떠나 살고 있기에 자주 보지 못한 친구였는데, 떠난지도 몰랐다. 이 더운 날에 지쳐 본가를 찾아와서 그 얼굴이 보고싶어 소리 내 불렀는데, 목줄만 덩그러니. 여름이면 더위를 못 견뎌내 엄마아빠가 위치를 옮겨주고는 했었기에, 다른 곳에 있나 살펴봤는데 없었다. 여기 없으니까..
천년만년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 헤어짐이 이번 여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본가를 찾았을 때는 집 안에 아무도 없었고, 그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설마하는 마음에 무서워졌다. 엄마에게 연락했고, 백일홍 꽃이 핀 곳에 잘 묻어주었다고 했다. 내가 한창 일로 힘들어했을 시기에 가서 일부러 말을 안해줬다고 했다.
떠날 때 얘기를 들어보니, 배가 부풀어가고, 어디에서 날라온 파리떼가 그 주변을 맴돌았다고 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데. 엄마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눈을 감겨주며 잘가라고 했는데, 알아들은 것 같기도 하다고.
한창 귀엽고 예쁠 때만 관심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피곤하다고 잘 들여다 보지도 못했는데. 마지막도 함께 해주지 못하고. 거기서도 웃는 얼굴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꼭 다시 보자, 이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