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지 않는 재량휴일에는 딸의 등하굣길을 함께한다.
이제 3학년이라 혼자도 잘 다니지만 그래도 같이 간다
워킹맘이라 평소 못해주는 일,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다.
하굣길 교문앞은 인산인해.
낯익은 엄마들 얼굴도 있다.
반모임에서 만났거나 단지를 오가며 마주쳤던 얼굴.
먼저 인사를 할까 쭈뼛거리다 돌아선다.
내 인사가 엄마들끼리의 담소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교문 앞에 기다리고 있으면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딸을 기다리는 설렘과 무리 속의 어색함.
그때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친구와 손을 잡고 나오는 아이, 무리지어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딸은 누구랑 나올까 혼자 상상해본다.
저번에 친하다고 한 그친구와 나오지 않을까,
아님 어제 새로운 짝이 되었다는 친구랑?
멀리 아이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혼자다.
그래도 함박만한 웃음으로 엄마에게 뛰어와 안긴다.
그 얼굴을 보며 나도 질문을 삼킨다.
"왜 같이 안나왔어?"
"친한 친구 누구야?"
지금 엄마를 만난 것이 마냥 기쁜 아이에게
엄마의 불안을 끼얹을 수는 없다.
내 불안은 내 것이지 아이것이 아니니까.
단짝도 친한 무리도 없지만
딸아이는 즐겁게 학교에 다닌다.
엄마에게 뛰어와 안길 때의 환한 미소,
혼잡고 걸을 때의 들뜬 발걸음,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를때 행복한 미소.
그 모습을 보면서
꼭 친구만이 아이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건 아님을 확인한다.
아이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많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힘은 엄마에게도 있다.
하굣길 배웅
나도 혼자고 아이도 혼자였지만,
우리 둘다 외롭지 않았다.
내가 아이에게 단짝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아이의 친구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딸에게 동갑내기 단짝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단짝으로 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