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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Sep 10. 2023

생명의 무게

영화 '칠드런 오브 맨' 속 생명의 무게


*이 리뷰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탄생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서 발생되는 자연의 신비다. 한 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것, 한 마리의 동물이 태어나는 것, 단 하나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것까지, 우리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생명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존재로서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생명의 무게를 잊어버리게 된다면,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인류는 수십 년 동안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태어났던 어린아이마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인류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남아있던 어린 생명이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절망하는 듯싶다가도 그 눈동자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생명의 고귀함을 잊은 인류는 극단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포용하지 않으며, 눈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이를 외면하고, 눈앞에서 사람이 납치되어도, 폭탄이 터져도, 강도가 흉기를 휘둘러도, 이들은 생명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듯 무심하고 무감각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결국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서버린 인류는 서로를 향해 총을 쏘게 됐고, 그 무아지경 속에서 그 누구의 승리도 없는 참혹한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그러나 주인공 '태오'는 자신의 전처로부터 뜻밖에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가 맡고 있는 어느 소녀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다. 그에게 이 사실은 믿을 수 없었을뿐더러 더 이상 믿을 가치가 없는 허황된 거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뱃속에 아이를 배고 있는 소녀 '키'를 만난 순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아기를 임신한 소녀의 존재가 마치 거짓처럼 느껴졌다. 


 두려움을 안고 있는 키를 바라보며 태오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생명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거짓이라 믿고 싶었던 이야기가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며, 키를, 아기를 안전한 터전으로 보내주기 위해 태오는 어른으로서 기꺼이 키를 보호하기로 다짐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속에서 팔에 안고 있는 아기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다. 그 아기의 무게 때문에 키는 조금만 걷다가도 넘어지려 하지만, 그 무게가 결코 자신의 힘듦으로 인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그녀는 끝까지 아기를 안고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 키를 옆에서 지켜주는 태오 역시 이 모든 순간이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연관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역시 생명의 무게를 지켜주기 위해 어른으로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도심 속을 휩쓸던 비명과 포탄, 총, 소음들이 일제히 멎어든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듣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인류는 고개를 숙이고 아기를 향해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씩, 자신의 눈앞에 아기가 지나가는 순간을 자신의 두 눈으로 천천히 담아내며 눈물을 흘린다. 그 고귀한 생명. 단 하나의 어린 생명의 울음소리에 인류는 넋을 놓게 된다.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어른, 자신이 낳은 생명의 무게를 깨닫는 소녀, 아기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하는 인류와 아기의 삶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햇살. 다 죽어가는 한 세기의 인류사가 다시금 살아나는 순간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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