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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이 Jul 12. 2018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나는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프롤로그】 나는 왜 주인공이 되지 못해 방황하였을까, 본래 아니었던 것을      



얼마 전만 해도 SNS 피드를 훑다 좌절하고 밤을 꼬박 새운 적이 많았다. 우아한 화장을 하고 예쁜 조명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몇 해 전만 해도 같은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동료 방송인들은 이제 꽤 자리를 잡고 더 화려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밀려온다, ‘불안’이.

이 낯설고도 잦은 ‘불안’과의 만남은

마냥 모른 척하고만 싶다.   

     



나란 사람은 버티지 못했다.   


        

난 늘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내가 참 특별하다고, 점점 더 멋지고 빛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런데 왜 견디지 못했을까.

처음엔 탓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수만 가지의 이유들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 돌리고 나면

당장은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세상이 녹록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나란 사람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도 약한 사람이었고, 또다시 기회가 온다 해도 견딜 자신은 없다.   




나는 섬으로 왔다.

그리고  묻는다.   




  

‘너 섬에 와서 지금 뭐 하고 있니..?’      










                        

 



몇 년째 명절에는 집으로 가지 않는다.      

올해로 내 나이 서른셋.

마흔이 되기 전까지, 일단 버텨본다.    

 

친한 친구들은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 친구들의 대화에 끼어들기 힘들다.

철없는 내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도 육아로 힘든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어쩌면 앞으로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  

   

참 따뜻하고 나와 잘 맞는 친구들이었는데, 그들은 평범하게 잘만 살고 있는데 나만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화려한 삶의 무게,

결혼과 육아라는 그 일반적인 삶의 무게

모두 견딜 자신이 없다.    

 

내가 섬으로 온 것은

그 무게로부터 도망친 것과 다름없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는

각자의 모양대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 최소한의 노동과 돈으로 자급자족하며 ‘자발적 가난’을 택한 친구들은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외부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살아가는 삶.       


자연스레 화려한 삶의 무게나

결혼과 육아 같은 일반적인 삶의 무게도

그들은 견딜 필요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또 다른 세상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생긴 것만 같았다.    

      


나는 무작정 옛 주택의 쪽방을 얻었고

흉내 내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고통스러웠다.     


그들이 살아내는 그 특별한 삶은

어설픈 욕심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흉내 내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동안 집 안에 웅크리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타인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 인정받고 싶은 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고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나의 시선은 온통 밖으로만 향해 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모르고 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장소에서 낯을 가리고 불편해하는지,

어떨 때 힘이 들고 힘이 나는지,     


그리고 가장 불행하고

가장 행복한 때는 또 언제인지.

        

그렇게 하나 둘 다가가다 보니

조금씩 보인다. 희망이      




 







                       



                         



저 멀리서 나의 동선을 가만히 지켜보는 행위,

그걸 몇 년쯤 한 것 같다.    

      

나는 호기심이 많으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아이였다. 간절히 원하던 인형도 갖고 나면 금세 질렸다.


스무 살이 됐을 땐 반짝이는 낯선 세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한동안 방송국 주위를 맴돌았고

    

지중해 너머 세상이 궁금해진 후로는  

한동안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또 히피처럼 살고 싶어서

그 속에 한 발 넣었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나는

어느 한 곳에도 푹 담기지 못하고

호시탐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얕게, 세상을 확장하고 있었다.


           

어려움을 만나면 잘 버티지 못하였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다시 세상을 얕게 확장한다.           

     

그리하여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인’이다.  


    


맞지 않는 주인공의 옷 대신

내 옷을 입고 편안하고 가볍게 살아간다.          



'주변인'도 쓸모가 있다.

주인공만큼이나 꼭 필요한 존재일 수 있고

사회의 이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나, 주인공이 아니어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주변인’은 주인공처럼

삶을 늘 비장한 태도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

     

매번 특별한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지 않아도

내 모양대로,

애씀 없이 살아가도 괜찮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으로 살아가게 된 더 깊은 이야기들. 방황하는 길 위에서 많은 힌트를 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편안해지기 위해 해왔던 그동안의 연습들. 다음 편부터 순차적으로 담겠습니다.



# 본 컨텐츠는 kakao 클래스 멘토링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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