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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는 돌엔 도끼도 끼어들지 못하므로

1005

by 이숲오 eSOOPo


날이 밝으면

어제보다 단단해진 돌멩이가 있었다

내일은 더 단단해질 마음이 있었다


-오은 <돌멩이> 중에서




가끔씩 단단해져야 하는 순간에 단단해지지 못하는


작은 돌멩이만큼도 잘 살아오지 못했나 자책하는


때때로 단단해져서는 안 되는 순간에 완고해지고


딱딱해지고 만 마음이 상대의 표정을 굳게 만드는


단단해지는 것은 딱딱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어서


다져보고 눌러보고 굴려보아도 돌멩이는 못 되고


멋지네요 가만히 침묵하는 자태가


서로 나약하게 뭉치지도 않고 스스로 닳아지는 깡


외로워도 초라하지 않고 이끼도 과감하게 거절하고


돌 같이 보는 것은 보석보다 돌멩이에 대한 찬사


돌고 도는 인생이라는 말은 윤회나 환원이 아닌 돌의 성질을 간파한 생의 철학을 의미함을 알기에


발에 채이는 돌을 집어 귀에 대고
돌의 속삭임을 가만히 경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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