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구조를 잘 만들면 이후 1년간 편해질 거예요.
지난번 글(#4 왜 뉴스레터를 50개나 구독하냐고요?)을 올리고 나서 많은 분들이 뿌옇게 처리된 엑셀 파일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원본 파일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지난 글에서 제가 리스트업 한 항목을 가지고 누구든 직접 뉴스레터들을 분석하며 엑셀 파일을 채워나가 보면, 아마 제가 작성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기 있는 뉴스레터는 분명히 모두가 납득하는 이유가 있거든요!
<혼자놀기 대백과사전>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사실 <뉴스레터, 이것만 알면 일주일 만에 만든다> 같은 실용서들이 이미 나와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뭐든 실행하기 전에 참고서적 여럿을 독파하며 실행 시작을 한없이 뒤로 미루는 저는, 이번에도 책들을 찾아 서점과 도서관을 헤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뉴스레터 제작에 대한 책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나마 마케터를 위한 책들이 있긴 했지만, 다루는 내용이 브랜드나 상품 홍보용 뉴스레터 작성에 대한 것이어서 저의 필요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뉴스레터' '이메일' '메일' 같은 검색어로 책들을 찾다 보니 그다지 소득이 없었습니다. 저는 업무용 이메일을 만들려던 게 아니니까요.
그다음에는 관점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뉴스레터도 결국은 글로 승부하는 매체이니, 글쓰기에 집중하자는 거였어요. 물론 서점에 가보면 글쓰기 책들은 책장 두 개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방대하고, 웹소설부터 교안작성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영역도 넓디넓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글쓰기로 주제를 좀 더 좁혔어요. 마침 제가 당시 모 전자회사의 UX라이팅, 고객용 웹 언어, 사용설명서를 줄줄이 작업한 뒤 한숨 돌리고 있던 터라, 공부도 할 겸 UX라이팅과 UX심리학 그리고 마이크로 카피 관련 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업무 때문에 구독하고 있던 UX 정보 뉴스레터 팁스터(구, 지금 써보러 갑니다)도 조금씩 참고하면서요.
원래 중요한 일을 미뤄둔 채 곁다리로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재미있고 점점 빠져들게 되잖아요? 시험을 앞두고 방 정리를 하는 자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고3 때 장편 SF 로맨스 소설을 여럿 완성했던 경험이 있네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습작을 멈췄지만...) 책을 읽다 보니 관련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면 좋겠다는 그릇된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대학원 입시 요강들을 찾아보다가 엄청난 등록금에 좌절해 그 꿈은 고이 접었어요.
그러다보니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을 시작하며 호기롭게 약속한 날짜, 2021년 4월 2일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뭐라도 만들 때가 된 거죠! 다급해진 저는 어느 날 노트를 펴놓고 뉴스레터에 넣고 싶은 콘텐츠를 하나하나 적기 시작합니다. 발행인의 긴 글로 구성되는 에세이형 뉴스레터가 아니라 정보 콘텐츠를 레고처럼 조립하는 블록형 뉴스레터를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에, 각각의 콘텐츠끼리의 연관점은 없어도 일단 다양하게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 중 10%만 건져서 뉴스레터에 사용해도 괜찮을테니까요. 산책을 하다가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는 사람들, 마트에서 장 보다가 밀키트 앞에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열고 짧게 메모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콘텐츠 박스, 아니 레고 블록들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제가 디지털형 인간이라면 패들렛 같은 디지털 툴을 사용했겠지만, 위의 메모가 보여주듯 98% 아날로그형 인간이거든요. 이상하게 한 자 한 자 손으로 써야 마음에 안정을 찾으며 정리가 잘 되는 측면이 있어요.
어쨌거나 레고 블록 100여 개를 만들어 놓으니 아직 뉴스레터를 발행하지도 않았지만 왜인지 다 완성한 것 같고 뿌듯했어요. 이제 전체 구조에 맞춰 잘 쌓으면 되겠거니 쉽게 생각했으나, 도대체 어떤 순서로 쌓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2021년 4월 제 1호의 구독자가 2명(나 1, 지인 1)이 예상되는 뉴스레터라도 틀거리는 있어야 하는데, 널리 통용되는 뉴스레터 문법이 무엇일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가장 인기 있던 뉴스레터 10개를 뽑아서 구조도를 하나하나 그려봤어요. 국어시간에 자주 하던 것처럼 각 문단의 용도와 내용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어떤 책도 다루지 않았던 블록형 뉴스레터의 도해가 제 손에 들어온 거였습니다.
구조도를 보면 뉴스레터 구독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손으로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다들 알아채셨을 거예요. 현재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뉴스레터가 있지만 대략 저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답니다. 구독자들에게 익숙한 문법이죠. 저 흐름에 맞춰 콘텐츠를 어떻게 끼워 넣느냐가 관건!
사실 뉴스레터, 아니 디지털 콘텐츠의 매력은 일단 오픈한 다음 유저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피보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제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잡지사와 신문사에서는 정확하게 기획을 하고 세밀하게 실행 파일을 구상한 다음, 제대로 된 것만 세상에 내놓은 방식으로 일을 했어요. 하지만 디지털 물결이 몰아닥친 다음에는 아우트라인, 즉 큰 그림을 기획한 다음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추었다 싶으면 일단 세상에 내놓고, 이후 유저들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항상 전자의 문법으로 일하던 저도 뉴스레터 작업에선 후자의 방식을 배우고 싶었기에 구조도 역시 꼭 들어가야 할 큰 그림만 일단 그렸습니다. 나머지는 구독자 10명이 넘으면 고민하기로 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 초기 구독자는 2명일 것이므로... 당장은 괜찮다는 생각이었지요)
블록형 뉴스레터를 발행할 예정이라면, 위의 도해처럼 구조도의 커다란 뼈대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살을 붙이면 됩니다. 마치 공룡 화석에 복원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저 사이에 이것저것 붙이기도 하고, 다시 떼기도 하다 보니 어느덧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발행할 2021년 4월 첫째 주가 되었어요. 아니,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래도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구차하게 발행 예정일을 미루기는 싫었어요.
그렇게 운명의 <혼자놀기 대백과사전> 1호 발행일 D-1일이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