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우리 사무실 건물 지하에 수상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오셨나 봐요, 무슨 모임이에요?”
“왜요? 왜 물어봐요?”
꽤 날 선 반응을 보이던 그 사람.
“아 저는 3층 사무실 쓰는 사람인데 갑자기 건물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서 여쭈어봤어요.”
“그냥 친구들 모임이에요.”
오늘은 그동안 내가 관찰한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편한 게 제일이야!' 패션에 대해 무지하고, 편한 옷을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건물 지하에 오가는 사람들의 차림새에서는 무언가 모를 괴리감이 느껴졌다.
20대 초에서 40대 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그들은,
남성들은 어린아이가 아빠 옷을 입고 나온 듯 품이 맞지 않는 하얀색 셔츠와 검은 정장
여성들은 마치 노출이 전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한여름에도 긴 바지 또는 긴치마에, 화장기가 전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큰 배낭이나 크로스백을 항상 하고 있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렇게나 다양한 연령대의 20~30명 되는 사람들이 일제히 드레스코드를 맞추어 참여하는 모임이 있을까?
저 연령대의 남녀가 함께하는 사교모임이라면, 좀 더 멋을 내려하지 않았을까?
지나치게 수수한 그들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더 그들이 수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