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짧은 인턴 생활을 했지만 내가 원하던 업무를 배우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른 아침 친구의 수원 자취방에서 출발, 양재동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본 후 저녁 밤늦게까지 분당에 있는 태권도장에서 사범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교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냈지만, 이 경험만으로는 오히려 더 큰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캐나다로 돌아온 후, 나는 스포츠 산업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실무 능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요즘은 스포츠 관련 실무 중심의 교육과 인턴십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막연한 키워드만으로는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학교 2학년, 호기롭게 창업이라는 이름하에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스포츠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어 밴쿠버 현지에서 프로 팀 출입 기자로 경기 취재와 기사 배포를 하고 필드하키 선수의 고용 계약을 관리하는 에이전트 일도 맡았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이 수준 가지고는 회사 운영이라기보다는 그저 대학생들의 '있어 보이는' 동아리 활동에 가까웠다. 더 큰 도전과 배움을 찾기 위한 고민이 깊어졌다.
대부분 스포츠 관련 창업, 특히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대행업의 특성상 은퇴한 스포츠 선수나, 관련 업계에 있던 사람들이 전 직장에서 형성된 인간관계를 통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에는 스포츠 선수로서의 경험이 전무하고 스포츠 산업과는 동떨어진 환경에서 자라 주변에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 결국 스스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실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을 통해 일을 좀 배우자’였다. 하지만 밴쿠버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인턴십 기회는 한정적이었고, 나는 다른 나라와 문화권에서의 인턴십 기회를 찾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조사를 했다.
당시 세계 최대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에서 영국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국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자격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할 수 없었고, (사실 지원했어도 경쟁이 치열해 가능성이...) 대신 내가 캐나다에서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인턴십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있던 인턴십 프로그램 이미지
인턴십 기회를 찾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수 차례 거절과 실패를 겪은 후, 여름 방학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나는 대만의 한 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과에서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고, TLPGA(골프) 대회 호스팅처럼 다채로운 스포츠 관련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대학교에서 교양 과목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중국 문화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던 나는 주저 없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첨부해 이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대만 대학교로부터 답장이 왔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은데, 가능하신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