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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rena Sep 03. 2018

우붓으로 가는 길

우붓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0. 쿠타에서 우붓으로

발리는 여러 지역이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여행을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쿠타(Kuta)'가 바다와 서핑, 클럽 등으로 대표되는 젊음의 지역이라면 우붓은 발리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전통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붓으로 떠나려고 한 이유가 그렇다고 전통 뿐만은 아닙니다. 우붓은 요기들의 마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요기(Yogi)는 간단하게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원래 요가를 하는 게 취미기도 해서 굉장히 기대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쿠타에서 우붓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쉬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택시나 렌터카는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비싸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지만 셔틀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가고 유명한 관광지의 노선들이 많아, 다른 관광지도 중간중간 들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셔틀버스들도 있지만, 저희가 선택한 것은 쿠라쿠라 버스입니다.





1. 거북이 버스 쿠라쿠라

처음에 쿠라쿠라 버스는 발음 때문에 일본 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궁금해서 알아본 결과 쿠라쿠라는 인도네시아어로 거북이를 뜻한다고 합니다. 쿠라쿠라 버스는 1일, 3일 그리고 7일 패스권으로 나눠져 있고, 일회 탑승권이나 왕복 탑승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정에 따라 패스권을 많이 이용합니다. 패스는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발리의 전역을 다 돌아다니며 총 5개의 노선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쿠라쿠라 버스 노선도 - 거의 모든 발리의 관광지로 가는 발이 되어 준다
거북이 모양으로 눈에 잘 띄는 쿠라쿠라버스





2. 쿠라쿠라 버스와 발리 타임

하지만 쿠라쿠라 버스에는 큰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노선별로 지정된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 발리 사람들은 길이 막힌다고 이야기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1시간이나 늦는 시간은 여행자들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쿠타에서 가장 큰 쿠라쿠 라버스 탑승 정류장은 비치워크입니다. 비치워크 몰 안에는 티켓 판매소도 입점해 있습니다. 늦지 않으려고 죽을 만큼 뛰어서 겨우 비치워크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비치워크(비치워크 정류장)에서 DFS에 도착 한 다음, 우붓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 노선으로 갈아타야만 하는 일정이라 이 버스를 놓치면 다시 쿠타로 돌아오든지 다른 교통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0분이나 지났을 때쯤 너무 걱정이 되어 비치워크에 있는 판매소로 가서 물어보았더니 러시아워라 막혀서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원래 이 시간에는 항상 그런데 몰랐니?'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치워크 몰에 위치한 쿠라쿠라 버스의 비치워크 정류장


이 버스를 놓치면 여러 가지로 일정이 꼬이게 되어 이건 시간을 지키지 않은 버스의 잘못이니 우붓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의 대체 편을 마련해 주던지 아니면 버스의 승차시간을 늦춰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왜 그렇게 까지 가야 하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결국 무전기를 통해 기사분과 연락을 하고 우붓으로 가는 버스의 시간을 늦췄습니다. 두 사람 때문에 늦춰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왜 그렇게 까지 가야 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판매원의 궁금한 눈동자가 더 신기해 아직도 생각납니다... 발리 타임을 제대로 경험한 날이었습니다.


우붓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보이는 노을



발리 쿠라쿠라 셔틀버스 / KURA KURA Public Shuttle bus

http://kura2bus.com/

온라인과 현장에서 발권이 가능하고, 온라인 구매 시 QR 코드로 탑승 가능합니다. 그 날 자주 타고 내일 일정이 있으시다면 폰 잠금화면으로 해놓으시면 편합니다. 쿠라쿠라 버스를 탑승 시 노선 시간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꼭 여유롭게 일정을 정하도록 하세요! 버스 안에는 약하지만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양측에 usb를 이용해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기사분들은 참 친절하십니다.






3. 골목에서 만난 검은 들개

쿠라쿠라 버스와 씨름을 하고 겨우 우붓에 도착해서 너무나 편하게 쉬었습니다. 였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숙소에서도 어김없이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약을 하고 갔던 숙소는 사진보다 너무나 열악했었습니다. 하지만 참고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풀을 이용하고 온 사이 방에는 거미, 개미 떼와지네가 먼저 숙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벌레 캄보에 기겁을 하며 리셉션에 가서 이야기 하자 방을 환불에 준다고 합니다. 11시가 넘어서 다른 데를 찾아가야 할 정도면 벌레가 얼마나 많았는지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리셉션은 환불을 해준다며 철석같이 이야기했지만 나중이 되니 상황을 달라졌습니다. 이럴 줄 알고 찍어 놓았던 사진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플을 이용해서 가까이 있는 호텔을 다시 예약하고 짐을 싸고 나왔더니 시간이 늦어 숙소를 나오니 골목들은 전과는 다르게 암흑이 되었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발리를 걸어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 이제야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암흑보다 무서웠던 것은 커다란 들개들이 밤에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숙소를 찾다 검고 큰 들개를 만났고 컹컹거리며 공격할 듯 짖어대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결국 근처의 아무 숙소에나 들어가 몸을 피하고 다시 숙소를 찾아다녔습니다. 사람도 하나 없는 거리에 또다시 골목에서 들개와 마주쳤고, 계속 짖어대었는데 우리는 그 들개가 있는 쪽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도시에서 자라서 들개라는 것 본 적도 없고, 이렇게 큰 야생에서 자란 개를 어떻게 해야 진정시킬지도 몰라 겁만 내고 있을 때,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개도 무서워하면 그걸 알고 더 저러니 당당하게 지나가 보자라고 하여 당당한 척하며 지나가니 따라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 길로 가야만 했고, 다행히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 무서운 이빨을 생각하면 아직도 겁이 납니다. 들개가 이 정도면 늑대를 만나면 정말 꼼짝도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밝았던 8시의 우붓거리 (고양이가 쥐를 물고가고 있다) - 공포의 우붓 골목에서 들개를 찍을 정신은 없었다...



우붓의 숙소

우붓의 숙소는 호텔, 레지던스, 개인집, 방갈로, 호스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갔던 곳은 방갈로입니다. 이후 여러 숙소를 다녀본 결과 저렴한 방갈로는 대부분 1층에 위치해 벌레가 들어오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턱이 있는 문이 잘 없어서 막혀 있지 않아 벌레가 쉽게 들어옵니다. 벌레라면 기절한다 하신다면 방갈로는 비추입니다. 당연히 저렴한 숙소의 상태가 비싼 호텔들보다야 안 좋을 테지만 그래도 1층을 피하면 꽤 괜찮은 숙소에서 잘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이 참 많더라고요....


숙소와의 문제 

숙소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항상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사진, 동영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했던 분의 이름과 직책을 알아두면 나중에 클레 임시에 편합니다. 저의 경우는 어플을 통해 환불해준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어플에서 숙소 측에 전달하니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바로 메일로 당시 벌레들을 찍어둔 사진을 보내주었고 그제야 환불을 해준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그렇게 비싼 방은 아니었지만 한 번 방문하는 관광객이라고 이렇게 맘대로 하려는 것과 그 날 저녁의 고생이 너무 괘씸해 클레임을 걸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는 가능하면 꼭 증거를 남겨주세요.


우붓의 밤거리

정말일까 했지만 정말이었던 밤거리의 위험함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밤이 되면 한국처럼 조명이 밝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 위험합니다. 또 주인이 없는 들개들이 사람을 위협하는 일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숙소가 골목에 위치할 경우는 조심해야 합니다. 





4. 숙소에서 싹튼 전우애

겨우 숙소를 찾아들어갔더니 리셉션이 닫혀 있는 상황, 자세히 보니 불빛이 보여 따라갔는데 1층 숙소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 투숙객을 만났습니다. 투숙객은 거지꼴을 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너무 놀랐었나 봅니다. 그렇게 힘들었냐며 우리 숙소가 여기가 맞는지 확인해주었던걸 보면요. 우리는 리셉션 쪽으로 가서 헬로를 반복하며 소리를 내니 방에서 한 분이 나오셨는데 참 천사 같았습니다. 리셉션 시간은 제대로 확인 안 했던 저희의 잘못이지만 힘들게 온 저희에게 방을 안내해 주셨고, 2층 에서 묵게 되어 벌레도 없었습니다. 처음 여행을 올 때는 트윈 배드가 아니면 안 되었고, 샤워도 시간을 정해했지만 마음이 놓인 저희는 긴장이 풀려 너무 피곤해 그냥 같이 샤워를 하고 기절하듯 퀸 배드에서 꿀잠을 잤습니다. 각자 순서를 기다리며 샤워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같이 샤워를 하면서 우리가 언젠가 같이 샤워를 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며, 이제 들개를 피해 전쟁 같은 발리의 골목길을 누빈 전우애를 다졌습니다. 새삼스럽게 출발부터 고생을 함께한 친구가 고마워졌습니다. 


꿀잠을 보장 했던 옮겨온 숙소의 침대(너무 안심이 되어서 울 뻔)  - 이 때부터 다시 사진을 찍을 정신이 돌아왔다
전우애를 다졌던 샤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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