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낳는가?
※해당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다수의 추리 영화는 피해자가 살해되는 장면을 후반부에 보인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추리하고, 그 추리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망 장면을 답지처럼 제시한다. 그러나 '나이브스 아웃'은 다르다. 이 영화는 초반부에 답지를 보여 준다. 관객은 할런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아는 상태로, 간병인 마르타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과 유산 상속 과정을 보게 된다. 할런은 부유한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였으며,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은 직후 사망했다. 마르타는 거짓말하면 구토를 하는데, 이는 영화의 독특한 진행 방식에 일조한다. 마르타는 유일하게 할런의 재산을 탐내지 않고 그와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이다. 그녀는 사립 탐정 블랑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 동반한다. 그 과정에서 마르타는 할런이 자신의 의료 과실을 덮어 주기 위해 자살했다는 죄책감과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블랑에 의해 마르타는 의료 과실을 일으킨 적 없으며, 할런의 손자 랜섬이 살인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랜섬은 체포되고, 할런의 유서에 따라 마르타가 그의 유산을 상속받음으로써 영화는 끝난다.
2. 파고들기
할런의 유가족들은 용의자로서 심문을 받는다. 그들은 살인하지 않았음에도, 탐정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한다. 할런이 사망하기 전 자신에게 경제적 지원을 끊은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다. 할런이 그의 재산만 탐하는 가족들의 태도를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인지 유언장에 파격적인 내용을 적는다. 바로 간병인 마르타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다. 마르타는 성별도, 세대도 다르지만 할런과 친하게 지냈다. 할런이 의료 사고를 저지른 줄 안 마르타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고, 둘이 자주 오목을 두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우정을 가늠할 수 있다.
마르타는 언제나 이타심에서 비롯된 언행을 했다.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 구토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종 타인을 위해 거짓말한 후 구역감을 참는다. 랜섬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계획적으로 죽이려 했고, 경찰과 탐정이 보는 앞에서 우발적으로 상속자를 죽이려 했다. 동기는 할런의 재산, 즉 돈이다. 랜섬은 자신이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돈보다 사람의 목숨에 낮은 가치를 매겼다. 결국 마르타와 랜섬은 각자 인품에 걸맞은 결말을 맞는다. 영화는 의도와 결과를 순방향으로 짝지음으로써 선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벌한다.
3. 질문
그러나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낳는가? 영화는 마르타가 할런의 유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돌보겠다고 결심하는 장면까지만 보여 준다. 그러나 피가 섞이지 않은 마르타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유가족들이, 영화가 끝난 이후에 돌봄 받는 것만으로 만족할지 의문이다. 특히 돈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랜섬이 살아 있다. 선한 의도를 가진 마르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안전할까? 그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마련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