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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Jun 04. 2024

'잘생김'이 이렇게 기쁠 일이야


LA시청에서 시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사적인 기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유명인사를 볼 때다. 과거 기자로 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직업 특성상 인터뷰/취재를 위해 지금까지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들을 만나는 일이 잦았다.


최근에는 LA시청에서 두 번이나 큰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있었다. 1) 오타니 야구선수의 방문과 2) 한국 보이밴드 '라이즈'(RIIZE)의 방문.


그날의 감정을 구구절절 늘어놓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투척하고 싶다. 사진이야 말로 이 글의 목적을 그대로 드러내줄 수 있으므로.


다저스 팀의 오타니 선수 사진.


이날은 5월17일로 LA 시의회는 이날을 '오타니의 날'로 제정했다. 이에 오타니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시청에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오타니 선수의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이날 아침부터 시청이 술렁였다. 오타니 선수가 온대! 밖에 경찰차가 쫙 깔렸어...라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오! 그 말로만 듣던 오타니 선수를 볼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오타니 선수를 몇 번 기사로 접하긴 했지만, 그에 대해 별다른 사적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난 그날 다른 프레젠테이션 행사 준비로 분주한 상태였고, 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을 챙기기 위해 시청 곳곳을 뛰어 다니며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오타니 선수가 시의회에 들어섰고, 처음에 난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왜냐, 그가 늘상 기사에서 보던 운동복이 아닌 말끔한 슈트 차림이었으므로. 게다가 슈트를 입은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서, 그가 야구선수 오타니라고 아예 생각의 회로가 이어지질 못했던 것 같다.


사진으로 보여지듯이 슈트를 입은 오타니 선수는 멋져도 너무 멋졌다. 키는 얼마나 크던지 미국에서 아시안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그렇게 압도적으로 큰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시청에 있는 사람들도 오타니 선수가 잘생겼다며, 키가 크다며 저마다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봤다.


오타니 선수는 프레젠테이션을 영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인 일본어로 진행했고, 옆에는 그의 통역사가 있었다. 시청에서 일본어가 울려퍼지는 모습을 보며, 실로 경이로운 감정이 들었다. 그건 내가 미국에 사는 아시안, 즉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모든게 미국인 위주로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아시안이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는게 자랑스러워서였다. 자신의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면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는구나,를 몸소 실감했던 날.




며칠 지나지 않아서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데뷔시킨 보이 그룹 '라이즈'(RIIZE)가 시청에 방문했다. 그룹 '라이즈'는 LA에서 데뷔곡인 '겟 어 기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KCON LA 2023'에서 첫 데뷔무대를 선보였다. 게다가 최근 LA 관광청의 홍보 영상에도 '라이즈'의 '겟 어 기타' 곡이 BGM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LA와 특별한 연이 있는 '라이즈'의 공로를 축하하는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LA시의회는 '라이즈'를 초청했다.


 어느덧 삼십대 중반에 접어들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줌마인 나는 아이돌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빅뱅 이후로 내 세계에서 아이돌은 없었다고 해야하나...그나마 알고 있는 건 'BTS'와 '뉴진스' 정도.


그래도 '라이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 전부터 유튜브에서 그들에 대한 영상을 찾아봤다. 몇몇 쇼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들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뭐 이런 아이돌이 다 있지? 보통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숫기 없는 그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줍게 MC의 질문에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어린 소년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그건 내 두 아들을 떠올리게 했다. 즉 엄마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됐다는 뜻이다.


'라이즈' 그룹을 시청에서 직접 만난 이후, 난 그들의 팬이 됐다. 집으로 돌아와 두 아들에게 '라이즈' 사진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들의 무대 영상을 수시로 찾아봤다. 두 아이는 어느새 라이즈 그룹의 몇몇 곡들을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차에 타고 있을 때면 "엄마, 라이즈 음악 틀어줘요"라는 부탁까지 했다.



두 아들과 함께 응원할 가수가 생겨서 일상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그들의 잘생김은 분명 호수같은 잔잔한 내 일상에 작은 파도를 일렁이게 했다. 잘생긴게 이렇게 기쁠 일인가?! 하하.


'라이즈'가 더더욱 흥하길 응원하며. 다음에는 그들의 무대를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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