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창작물과 함께 살아간다. 아침에 듣는 음악, 출퇴근길에 읽는 기사, SNS에 공유된 짧은 글과 사진, 심지어 친구가 만든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까지.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창작자'가 있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제도인 '저작권'이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갖는 법적 권리다. 음악, 영화, 책, 그림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 팟캐스트, 블로그 콘텐츠 등 디지털 창작물까지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은 창작이 완성되는 순간 자동으로 발생하며, 등록을 하지 않아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위의 문단은 챗GPT가 작성해준 글이다. 저작권에 관한 글을 써달라고 하니 1초만에 써준 글의 일부다. AI시대의 저작권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위험을 예고한다. 어떤 주제든 간에 단 몇 초 만에 글을 작성해주는 AI가 존재하는한 그 누구도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디 글 뿐인가. 그림도 마찬가지다. AI에 부탁해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로 바꾸기가 한창 인기를 끌었었는데, 이 서비스에 대해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사는 저작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에 기반한 이미지를 AI가 만들어내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AI가 생성하는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은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장면을 구체적으로 따라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이 AI를 통해 만들어낸 지브리풍의 이미지들은 저작권 침해와는 연관이 없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한 친구는 최근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조만간 내 직업은 사라질거야. 난 10년이라도 일 했지만, 지금 졸업하는 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을텐데 너무 안됐어”라고.
AI가 만들어낸 글, 이미지 등의 저작권은 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인간이 만든 글, 그림과 AI가 생성한 무언가는 그 본질부터 다르다. 전자는 창작자의 의도, 감정, 경험이 녹아든 결과물이고, 후자는 주어진 명령어에 따라 알고리즘이 생성한 텍스트, 그림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점점 AI가 쓴 글과 그림에 감탄하고, 때로는 그것들을 마치 내것처럼 사용한다. 과연 그것은 정당한가?
현행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인간 창작자를 전제로 한다. 창작에 ‘인간의 창의성’이 담겨야 저작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법체계에서는 AI가 쓴 글과 그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AI가 쓴 글과 그림을 조금만 수정한 사람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아니면 명령어를 입력한 ‘프롬프트 작성자’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더욱이 문제는 단순한 법적 소유권을 넘어선다. AI가 쓴 글과 그림은 누구의 목소리를 닮고 있는가? 누구의 문체와 그림체를 모방하고, 누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가? AI는 인간이 남긴 수많은 글과 그림을 학습해 새로운 문장과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원천에는 무수한 익명의 창작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AI가 만들어낸 문장과 그림들을 새로운 무언가로 인정하기란 어렵다.
AI 시대의 저작권은 이제 개인의 권리 보호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창작 윤리와 연결된다.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복사했는가, 안 했는가"라는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타인의 창작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태도로 창작을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법보다 윤리가 먼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윤리는 개인 스스로의 양심을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이것은 누구의 목소리를 담은 텍스트와 그림인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야만 할 것이다.